선데이 모닝이 아닌, 쎄러데이 애프터 눈

by 성게를 이로부숴

먼저 마룬파이브의 선데이 모닝이야 말로 이 이야기에 딱 맞는 무드의 노래라는 것을 미리 밝혀 둔다.


'썬데이 모닝 느느느-'




그 노래를 들을 때마다 물론 여러 가지 장면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시간 순서도 없이 뒤죽박죽이지만 매번 비슷한 장면들이 떠오르는 걸 보면 노래란 희한하게도 기억 속의 같은 뉴런과 엉겨 있는 모양이다.


“과학의 설렘이란 이런 데서 나오는 거라고,”

뿌듯해하며 고 작은 뉴런 하나를 슬슬 건드려 본다.


'잠깐, 달콤한 냄새 안 나요?

(내 마음이 불타고 있잖아요.)


그렇게, '쎄러데이 에프터눈'으로 돌아간다.




12시 반이면 수업을 마치는 초등학교 저학년 애들이 종례가 끝남과 동시에 교문 밖으로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엄마가 가지고 오랬는 지 실내화를 챙겨 넣던 옆자리 짝지가 묻는다.


“야, 쪽자 먹으러 갈래?”


나는 선뜻 대답을 못하고 ‘쪽자, 쪽자. 쪽자?’ 마음속으로 되물으며 눈을 깜빡인다.


“니 쪽자, 모르나? 와 봐.”


아직 “내도 배와도.”도 제대로 마스터하지 못한 상태지만 친구를 따라가 본다. 교문을 나서 익숙하고도 달콤한 그 냄새 끝에는 알록달록한 천막을 친 ‘뽑기’ 가게가 있었다.




분명 어제는 없었던 자리에 마법처럼 나타난 할머니는 말없이 착착,

뽑기를 깨끗한 철판에 털어 내렸다.


하얀 소다를 젓가락에 찍어 넣자마자 부푸는 그 신기한 순간을 바라보던 아이들이 주머니에서 하나 둘 동전을 꺼내 올렸다.


신문지로 만든 소라 모양 컵에 담긴 뽑기, 아니 쪽자. 박스를 찢어 매직으로 쓴 글씨에 100원, 200원이 적혀 있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200원을 내려놓는다. 할머니는 또 말없이 동전을 바라보고 신문지 컵으로 고갯짓을 하신다. 나는 조심스레 하나를 집어 든다.


소다로 잔뜩 부푼 쪽자 안에 공기를 빨아 본다.


혓바닥에 척 늘러 붙으며 약간은 아픈 듯 씁쓸한 맛이 난다.

손가락이 금방 끈적거린다.


하나를 남겼으나 엄마와 동생, 아빠가 먹기에는 한참 모자란 양이다.

‘그냥 다 먹어 버릴까?’ 하다 남기기로 한다. 그걸 본 엄마가 말했다.


“다음엔 언제 오시려나? 다음에는 500원어치 사와. 다 같이 먹게. 너무 맛있네.”


그때부터 '쎄러데이 에프터눈'이 되면, 어김없이 설레었다.


‘오늘은 쪽자 할머니가 오셨을까?’




그렇다.

마룬파이브의 썬데이 모닝이 들리면,

난 이 이야기를 추억한다.


썬데이도 아니고 모닝도 아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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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자란 참으로 맛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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