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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소이 May 19. 2024

필멸의 작가

완전한 작품을 꿈꿔요,

군더더기 없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그런 글.     


그치만 난 필멸의 인간,

가장 아름다운 조각을 꺼내

들춰보지만

빛바랜 것 같아 괜히 더 닦아봐요.    

 

닦다가,

닦다 보면.     


해가 뉘엿뉘엿 저물고,

전업 작가가 아닌 필멸의 작가 운명은

탈고를 원하는 만큼 해내지 못하죠.    

 

이제 설거지를 하러 가야 해요.

반찬거리 장도 봐야겠어요.

집안 청소도 좀 하고요.     


저녁노을이 창밖에 번져도

손에 묻은 비누거품은

아직 씻기지 않았네요.      


    



[조각난 단어]     


그는 아침에 눈을 뜬다. 커피를 끓이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들을 메모지에 적는다.

단어들은? 

완전한 작품의 일부가 될 수 있을까?

그는 커피 한 잔을 들고 창밖을 본다. 

이웃들이 출근 준비를 하는 모습이 보인다.

그들의 일상 속에서 영감을 찾으려 한다. 

그러나 단어들은 조각난 채, 완성을 기다린다.   

       



[현실과 꿈]     


영감을 찾으려 하지만 여전히 조각난 단어들 사이 갇혀 있다. 

사무실에 도착해 컴퓨터 앞에 앉는다. 컴퓨터 화면이 서서히 녹아내린다.

키보드 위에 떨어지는 물방울, 그 물방울 속 나는 글자를 본다.

무의미한 짓이라 되뇌지만, 키보도 속에 새로운 이야기가 숨겨져 있을 것만 같다.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을 억누른 현실이 점점 꿈으로 변해간다.          

     


현실과 꿈의 경계가 흐려지며, 그는 점점 꿈속으로 빠져든다.         





[꿈꾸는 미래]


물방울이 키보드를 숱하게 지나간 다음, 

그는 어느 날, 완성된 작품을 손에 들고 있다.


출판사에서 주최한 행사에서 그의 작품이 소개되고, 사람들은 열광한다.

그는 그 순간을 상상하며, 자신이 이룬 성과를 자축한다.


그러나 그는 그 상상 속에서도 필멸의 한계를 느낀다.


완전한 작품이란 무엇일까? 

그는 여전히 그 답을 찾아 헤맨다.      


    



[파편의 시간]     


점심시간 산책하다 벤치에 앉아 브런치 스토리를 꺼낸다. 
바위 틈새에 핀 꽃들 사이 지나가는 나그네 쥐가 회색빛깔을 번쩍이며 날 놀라게 해, 눈을 감는다.
감은 눈 사이 비치는 밝은 햇살이 영감을 주지만, 시간은 부족하다.


노트에 몇 줄을 적어 내려가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현실을 깨닫는다.

짧은 시간 속에서도 나는 글 속에 작은 우주를 만들어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설거지를 한다.

물방울이 햇빛에 반사되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는 것을 보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설거지를 하며 내 손은 바쁘게 움직이지만, 마음은 창작의 세계를 떠돌고 있다

설거지가 끝나면, 주방 창문을 통해 석양을 바라본다.

그 빛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꿈꾼다.     


장을 보러 가는 길에, 거리의 소음과 사람들의 분주함 속에서 나만의 고요한 공간을 찾아낸다.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고르며, 내 글 속 인물들이 이곳에서 어떤 선택을 할지 상상해 본다.

그들의 삶과 그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 잠시나마 현실을 잊는다.          





[내면의 고요]     


집으로 돌아와 현실을 마주친 그는 청소를 시작한다. 

먼지와 함께 그의 불안과 두려움을 쓸어내려고 한다. 

하지만 먼지가 다시 쌓이는 것처럼, 그의 마음속의 혼란도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청소를 하면서, 그는 과거의 실패와 좌절을 떠올린다. 그때마다 먹먹한 가슴을 부여잡고 소리치고 싶지만, 다시 일어나려는 의지를 다진다.      

청소가 끝난 후, 다시 책상 앞에 앉아 글을 쓴다.


이번에는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조금 더 자유로운 상상력을 가지고. 저녁이 되면, 창밖에 저녁노을이 번져가고, 그 빛 속에서 또 다른 가능성을 본다.     


손에 묻은 비누거품은 아직 씻기지 않았지만, 그 거품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를 본다.

하루의 끝에서, 다시 한번 필멸의 작가로서의 운명을 받아들이며, 내일을 기약한다.        


  



[과거의 회상]     


과거의 어느 날, 그는 첫 번째 작품을 완성했다.

그 작품은 아직 빛을 보지 못했지만, 그는 그 순간을 소중히 기억한다.

그날의 열정과 희망이 오늘의 그를 만들어냈다.    


      



[꿈을 품은 꿈]     


밤이 깊어지고, 그는 잠자리에 든다.

꿈속에서 완전한 작품을 완성한 자신을 본다.

그 작품은 빛나고,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그런 글이다. 


그러나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온다.

필멸의 인간으로서의 한계를 느끼며,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오늘의 일상이 내일의 작품이 될 것을 믿는다.     

그 믿음 속에서 다시 글을 쓴다.


빛바랜 조각들을 닦으며, 그 속에서 가능성을 찾는다. 

설거지를 하며, 장을 보며, 청소를 하며, 일상의 틈새에서 그만의 예술적 공간을 찾으려 한다. 

물방울 속의 무지갯빛, 슈퍼마켓 소음 속의 고요, 먼지 속의 불안. 이 모든 것들을 글에 담아내려 한다.      

저녁이 되어, 바깥을 바라보자 해는 뉘엿뉘엿 지고, 여전히 손에 묻은 비누거품은 씻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알고 있다. 그 비누거품 속에서 설거지와 장보기 속에서, 그의 진정한 이야기가 태어나고 있다는 것을.          




[필멸의 작가]


필멸의 작가, 나는 마치 우주 속 먼지처럼, 빛나는 순간을 찾아 헤맨다.

설거지라는 의식 속에서 우주가 확장된다. 비누거품은 별, 물방울은 은하.

장을 보는 행위는 마치 우주선을 타고 다른 행성에 자원을 찾으러 가는 탐험.  


   



완전한 작품을 꿈꿔요. 그러나 시간은 늘 부족하죠.

필멸의 작가, 그는 오늘 커피향을 떠올리며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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