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태 그런 적은 없었는데, 지난 주말 브런치 스토리에서 '글쓰기 근력' 알림이 저에게 떴습니다. 그 순간 어딘가 짜릿한 감각이 스쳤습니다. 아니, 사랑하는 작가님들의 글을 읽기에도 시간이 부족한데, 내가 글을 써야 하는 걸까? 그러다가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근육이 줄어들면 안 되잖아.' 그 생각에 사로잡혀 주말 내내 끙끙거렸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까? 물론 쓰고 있는 글들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제가 집중하고 있는 건 논문 같은 학술적인 글들입니다. 그것들을 브런치에 올리기에는 적절하지 않아 보였어요. 그래서 주제는 어렵지 않게 정했습니다. 이번 글은 글쓰기에 대한 글입니다. 혹시 시간이 부족한 분들이 계시다면,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정말로요! 읽지 마세요! 이 글은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저의 글벗 작가님들께 작은 신호를 보내고 싶어 쓴 일종의 생존신고 같은 글입니다. ^--^*
글쓰기는 삼킨 젖과 같다. 우리가 마신 경험과 감정이 몸속에 스며들어, 언젠가 어디선가 예상치 못하게 흘러나온다. 처음엔 달콤하고 부드러웠던 그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무거워진다. 결국 배 속 깊이 가라앉아, 소변처럼 몸 밖으로 흘러나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글쓰기란 바로 그런 것이다. 마음속에 쌓인 것들을 흡수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비워내는 과정. 붙잡으려 할수록 멀어지지만, 손을 놓아야만 가장 중요한 이야기가 남는다.
기억은 오래된 잉크처럼 종이에 번지고, 욕망은 그 문장을 왜곡한다. 쓰려는 욕망이 강할수록 문장은 꼬이고, 우리가 가려는 길에서 더 멀어진다. 진실의 글쓰기는 욕망의 불꽃을 밝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모든 소란이 가라앉은 뒤에야, 종이 위에도 문장들은 제자리를 찾아간다. 비우는 용기가 필요하다. 내려놓는다는 것은 자신이 쥐었던 것들을 도려내고도 미소 지을 수 있는 일종의 해방이다. 그렇게 비워진 자리에서, 진짜 이야기는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이야기는 고요 속에서 완성된다. 버려진 문장들과 지워진 단어들 사이, 진실은 가만히 숨어 있다. 진실의 글쓰기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해결을 포기하고, 단지 그 자리에 머무는 일이다. 마치 밤하늘의 정적 속에서 스며드난 바람 소리처럼, 이야기는 고요 속에서 스스로를 드러낸다. 우리는 그 순간을 서두를 수 없다.
삶이 계획대로 흐르지 않듯, 글쓰기 역시 그렇다. 문장을 채우려 애쓸수록 텅 비게 느껴지고, 비워두려 할 때 오히려 가득 찬다. 진실의 글쓰기는 증명하려 하지 않는 것이다. 무언가를 증명하려는 순간, 가장 중요한 단어들은 도망친다. 하지만 내려놓은 손바닥 위에야말로, 그것들이 남는다.
진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었다. 다만 우리가 두려워하며 외면했을 뿐이다. 펜을 들고 아무 기대 없이 한 줄을 써보라. 단어들이 서툴고 조심스럽게 자리 잡을 때, 그곳에 이미 기다리고 있던 진실이 나타난다. 진실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조용히 다가와 우리 곁에 앉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순간, 진실을 쓰기 위해 더 이상 무엇도 필요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함께 쓰고, 읽고, 비워내며 다시 채워가는 그 과정 속에서 진실의 작은 조각들이 발견될 것이라 믿습니다.
글벗 작가님들, 날씨가 제법 쌀쌀합니다. 감기 조심하셔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