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추픽추

Machu Picchu

2023년 10월 31일

"돌계단 위에서 멈추어 버린 도시여! 땅에 남은 모든 것의 최후의 보루는 생명 없는 옷조차 남아 있지 않네. 그대 가슴팍에서 흔들리고 있는 두 개의 선들은 하늘의 불 요람과 살을 에는 바람 속에 선 인간의 요람. 돌의 어머니여, 콘도르의 잔해여."('마추픽추 산정에서' 중에서 - 파블로 네루다 저, 고혜선 역. (2016). <모두의 노래>(문학과 지성사)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Pablo Neruda)는 "올라와 나와 함께 태어나라, 형제여!"라고 외쳤다. 해발 2,430미터의 마추픽추(Machu Picchu)는 15세기에 지어진 것으로 추정되지만, 오랫동안 추가로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마추픽추를 발견했다거나 방문했다는 사람들에 대한 주장은 많으나 미국의 역사가이자 탐험가인 하이럼 빙엄(Hiram Bingham)이 1911년에 '재발견'한 것으로 정리하고 있다. 1860년대에는 독일인 아우구스토 베른스(Augusto Berns)가 잉카 유적을 약탈하기 위해 마추픽추 산 반대쪽 땅을 구입해 그가 사용한 1874년 지도에 자신의 소유라고 기록되어 있었고, 1875년에는 프랑스 여행가 샤를 위너(Charles Wiener)가 자신의 출판물에서 와이나픽추(Huainapicchu)와 마초픽추(Matchopicchu)에 대해 들었다고 적었다고 한다. 또한 영국 선교사 토마스 페인(Thomas Payne)과 독일 엔지니어 폰 하세(J.M. von Hasse)는 자신들이 1906년에 마추픽추에 오른 적이 있음을 주장했다고 한다.(https://www.machupicchutrek.net/hiram-bingham-machu-picchu)  

후추이픽추(Huchu'y Picchu) 정상에서 내려다 본 공중도시

잃어버린 이 공중도시는 빙엄이 원주민들과 함께 오르다가 이곳을 뭐라고 부르냐는 질문에 '오래된 산'이라는 뜻의 마추픽추라고 대답한 것을 듣고 마추픽추라고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추픽추를 소개할 때 주로 나오는 사진에는 '젊은 산'이라는 뜻의 와이나픽추(Huayna Picchu)가 오른쪽에, 그보다 작은 후추이픽추(Huchu'y Picchu)가 왼쪽에 나온다. 그곳을 내려다 보는 높은 산이 마추픽추이다. 후추이픽추 정상에서 공중도시를 내려다 보면, 콘도르가 나는 모양으로 도시를 설계했음을 알 수 있다. 잉카인들은 하늘을 상징하는 콘도르, 지상을 상징하는 퓨마, 지하를 상징하는 뱀을 신성시했다.  공중도시 콘도르 신전에도 이를 상징하는 세 단계의 제단이 있다.

콘도르 신전

안데스산맥 만년설이 녹아 물이 흐르는 아마존강 최상류의 우루밤바 지역은 잉카인들이 스페인 정복자들을 피해 숨어들어온 해발 2,800m 이상의 고지대이다. 잉카 레일(Inca Rail) 기차를 타고 우루밤바 강(Urubamba River)을 따라 오얀타이탐보(Ollantaytambo)역을 출발해 마추픽추(Machu Picchu)역에 도착하면, 아구아스 칼리엔테(Aguas Calientes) 마을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마추픽추에 오른다.

마추픽추로 오르는 출발점, Aguas Calientes 마을

잉카제국 타완틴수유(Tawantinsuyu)의 수도였으며 ‘배꼽’이라는 뜻의 쿠스코(Cuzco)는 페루 남동부 쿠스코 주에 있는 인구 43만 명의 해발 3,399m에 있는 도시이다. 공항에서 내리면 보이는 산에 페루 국장이 새겨져 있다. 왼쪽 위는 비쿠냐(vicuña, 오른쪽 위는 기나나무(cinchona), 아래쪽은 동전으로 채워진 풍요의 뿔이다. 남미 안데스산맥 토착민들의 케추아(Quechua)어 꾸스쿠(Qusqu)는 잉카제국 탐보코(Tambotoco) 언덕의 동굴 파카리탐보(Pacaritambo)에서 태어난 아야르 오카(Ayar Auca)가 날개를 얻어 미래 도시를 찾아 쿠스코로 날아와 ‘올빼미 바위(qusqu wanka)’가 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쿠스코 공항 앞산에 그려진 페루 국장

안데스산맥은 지구상에서 가장 길게 뻗은 산맥으로 길이가 약 7,000킬로미터에 달한다. 평균고도 4,000미터라고 한다. 잉카인들이 '신성한 눈물'이라는 뜻의 와카이윌케(Wakaywillque)라고 부른 네바도 베로니카(Nevado Verónica) 산은 우루밤바 지역의 상징적인 봉우리로, 해발 5,911미터에 이른다. 마추픽추와 가까운 동쪽의 정글로 가는 관문이다. 남아메리카에는 팬 아메리칸 하이웨이(Pan-American Highway)라는 도로가 놓여 있는데, 콜롬비아와 파나마 사이의 아리엔(Darién) 지역 약 130㎞를 제외하고, 미국 알래스카 주 프루도 만(Prudhoe Bay)부터 칠레의 푼타 아레나스(Punta Arenas)까지 약 17,848㎞에 이른다.

리마에서 쿠스코로 가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안데스산맥의 Nevado Verón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