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마리에게 아주 뚜까 맞았다.
나는 이제 우리가 꽤 친해졌다고 생각했다. 그건 아주 명확한 근거에 따른 이성적 판단이었다. 마리는 아주 안정적으로 발을 몸 쪽으로 말아 넣고는 가만히 앉아서 내가 입 앞까지 가져다주는 간식을 살짝 고개만 끄덕여 받아먹었다. 뿐만 아니라 나를 바라보는 눈빛도 달라진 것 같았다. 사진을 찍어 마리를 기록하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표정을 시간 순서대로 볼 수 있는데, 분명 그녀의 눈빛은 변해있었다. 어쨌든 그런 자세와 눈빛은 늘 냥펀치를 날릴 준비가 되어있던 예전과는 분명히 다른 태도였고, 마치 지금까지 굳건히 우리 사이를 막고 있던 한 겹의 막이 벗겨진 것만 같아 나는 내심 흐뭇하고 실없는 웃음이 났다.
수제 장남감을 오로지 바라만 보는 마리.
이런 연유로 자신감이 넘치던 나는 오늘은 길이가 좀 짧은 간식을 내밀었다. 조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최대한 자연스럽게 쓰윽. 그런데 마리가 그걸 냉큼 받아먹었다. 곧 마음속에는 수많은 과대망상이 생겨나고 '오늘부터 1일'이 주는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내 맘속에 솟구쳤다. 그런데 내 생각이 좀 과했던 것일까.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어떤 선을 넘었던 것 같다. 날름날름 잘 받아먹던 마리가 순간적으로 간식을 들고 있던 나의 손을 향해 챨-쌱- 솜방망이를 날리는 것이었다. 나는 조금 당황한 상태로 짧은 시간 맞은 이유에 대해 고민했다. 그리고 곧 포기하지 않고 더욱 조심스레 다음 시도를 감행했다. 그리고 챨쌱- 찰쌱- 챨쌱- 찰쌱-. 나는 마리에게 아주 뚜까 맞았다.
그런데 그녀에게 그렇게 맞고 나서 웃음이 났다. 그냥 피식 정도가 아니라 그 장면이 자꾸 머릿속에서 리플레이되며 웃음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는 그런 종류의 것이었다. 양손에 냥 방망이를 불끈 쥔 그녀가 너무 귀여워서 '왜! 왜! 왜! 왜 때렸찌! '하며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도 자꾸 웃음이 나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사랑에서 촉각의 기억이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마리를 쉽게 만지지 않겠다고 결심한 것도 이것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오늘 마리의 냥방망이를 통해 우리 사이에 촉각의 기억이 형성되었다. 내가 그렇게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 없었던 이유는 그녀에게 맞은 아픔에도 불구하고 그렇게라도 그녀와 닿을 수 있었던 그 순간이 좋아서였던 것 같다.
그렇게 냥펀치를 선사한 마리는 곧 날아오르는 까치를 쫒아 나를 지나쳐갔다. 오늘은 새 장난감도 사갔는데 나에게 등을 돌리고는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그 뒷모습이 꼭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너도 똑같구나 결국 나를 쓰다듬고 싶어 하는구나.'
그러자 마리를 처음 만났을 때 스스로 했던 다짐이 생각났다.
나는 마리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친구일 뿐이고 그녀의 인생에 참견하지 않기로 말이다.
그러나 이미 나는 마리에게 이름을 주었다. 아마 내 생각을 마음이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마리는 지금쯤 무얼 할까?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마리가 바라보던 밤하늘을 나도 가만히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