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 11일, 우리가 마지막으로 만난 건 5월 5일이었다. 그 사이에 많은 비가 왔으며, 계절은 여름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여느 때처럼 볕이 좋은 오후 마리를 만나기 위해 길을 나섰다. 뜨거워진 날씨에 덜어낸 옷의 무게만큼 가벼워진 발걸음을 재촉했다.
'마리-' 하고 여러 번 불러본다. 그녀는 기척이 없었다. 대신 어디선가 아주 작은 아기들 소리가 들린다. 이미 마음속은 어떤 예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여름의 기운을 빨아드려 길게 자라난 풀들 사이를 헤집고 언덕을 올랐다. 소리는 끊겼다가 이어지길 반복했고 나는 추적을 계속 이어갔다. 그러다가 그녀와 마주쳤다. 마리.
'마리, 여기 있었어? 잘 지냈어? 근데 너 못 본 사이에 너무 꼬질꼬질 해진 거 아니야?"
마리는 평소보다 매우 수척하고 늘어져 보였다. 그런 그녀를 더 가까이서 보려고 다가가자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그녀의 반응과 마주했다. 그녀는 나를 향해 하악질을 해댔다. 마리는 뭔가 분위기가 달라져 있었다. 내가 마리와 잠시 대치하는 동안 또 아기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소리를 따라 다시 추적에 나섰다. 마리에게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 관목 덤불 아래였다. 하얗고 꼬물거리는 무언가가 얼굴을 내밀고 울고 있었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채. 나는 곧바로 마리를 바라보았다.
"마리!"
마리는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며칠 사이에 엄마가 되어있었다.
"마리, 아가들 여기에 이렇게 두면 어떡해!'"
일단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도 지금 마리가 어떻게 하고 있는중인지 또 내가 뭘 어떻게 도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일단 다시 마리에게로 갔다. 자세히 보니 마리에게도 꼬물거리는 아이가 하나 있었다. 나는 무심결에 한마디를 뱉어냈다.
"마리, 내가 정말 못살아"
돌아보니 너무나 바보 같은 말이었다. 우리 마리, 얼마나 무섭고 외로웠을까를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려왔다. 일단 마리에게 먹을 파우치를 꺼내 덜어내고 계속 하악질을 하는 마리에게 냄새를 맡게 했다. 그리고 마리를 둥지에서 나오게 했다. 엄마가 나가버리자 남은 아가는 삐옹 삐옹 울기 시작했다. 마리는 그런 아가 쪽을 계속 힐끔거리며 아주 급하게 식사를 마쳤다.
마리는 처음 만날 때부터 늘 고고하고 음식도 가려먹고 천천히 식사하는 아이였다. 그런 아이가 허겁지겁 밥을 밀어 넣듯이 먹는 모양을 보니 너무나 이상한 마음이 들었다.
"마리 왜 그래, 원래 안 그랬잖아..."
지금까지 내 친구였던,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살아가던 마리가 사라져 버렸다. 그 대신 어디서 마리의 모습을 한 '엄마'가 내 앞에 있었다.
"마리, 마리..."
너무 기쁜 날인데 나는 친구를 잃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데 또 저 위에서 삐옹 삐옹 소리가 났다. 나는 다시 언덕을 올라 덤불 주위를 샅샅이 살펴보았다. 엄마를 꼭 빼닮은 하얀 아이와 치즈가 엄마를 찾아 풀숲을 헤매고 있었다. 아기 고양이는 만지면 안 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일단 마리의 행동을 지켜보기로 했다. 그런데 한 참을 기다려도 마리는 둥지에 있는 한 마리만을 돌봤다. 나는 마리가 나머지 아이들을 포기한 것일까 봐 초초해졌다. 그래서 급한 마음에 가져온 장갑을 끼고 아이를 하나씩 마리 곁으로 옮겼다.
"마리 절대 포기하면 안 돼, 니 새끼들이잖아"
다행히 마리는 아이들을 품었다. 나는 마리에게 간식을 하나 더 먹이고 집으로 돌아왔다.
저녁을 먹고 다시 마리에게로 갔다. 그런데 마리 곁에 아까 보지 못했던 젖어있는 하얀 아이가 또 하나 있었다. 그리고. 아까 그 덤불 쪽에서 또 아기 울음소리가 났다. 다가가니 치즈가 또 하나 있었다. 다시 장갑을 꼈다. 마리의 하악질을 뚫고 아이를 넣어주었다. 마리는 어느새 다섯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있었다.
"마리, 고생 많았어"
나는 그제야 마리에게 제대로 된 인사를 했다.
마리는 너무 분주했다. 몰려드는 파리들을 쫒고 잡아먹기도 하고, 달래면 울고 또 꼼지락 거리는 다섯 아이를 품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그래도 가져간 닭가슴살은 힘겹게 먹어주었다.
자정이 다되어서 걱정이 되어 또 마리에게 다녀왔다. 지금도 피곤하긴 한데 잠이 잘 오지 않는다.
"마리, 나는 우리 코나가 떠난 그 자리엔 아무것도 들이지 않기로 했어. 그런데 네가 자꾸 생각나서 잠이 잘 오질 않을 것 같아. 내가 어떻게 하면 될까?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