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와 나, 그리고

엄마 대신의 엄마

by 정아

결국 나는 마리의 아가들을 데려왔다. 마리는 아가들을 잃고 한동안 밥을 먹지 않았다. 슬퍼 보였고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공허해 보였다.



마리는 총 여섯 아가를 낳았다. 마리의 곁에서 하룻밤을 보낸 아가가 태어난 날 혹은 그다음 날 새벽 떠났다. 마리의 하악질을 뚫고 차가운 아이를 꺼내서 양지바른 곳에 묻어주었다. 그리고 민들레 씨를 마지막 선물로 주었다. 생과 사는 떨어져 있지 않으니 이제 민들레가 피면 막내를 기억할 것이다. 고생 많았어. 사실 떠난 아가보단 죽은 아이를 안고 밤을 보냈을 마리의 마음이 너무 안쓰러워 마음이 미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아이를 묻어준 그날 밤, 나는 서둘러 아이들을 마리에게서 분리해 총 5명의 아가를 데려왔다.

마리의 다섯 아가들


다음날 오렌지색 부드러운 털을 가진 남자아이가 떠났다. 그리고 그다음 날 처음 떠난 언니와 닮은 '뮌터'가 떠났다. 그리고 지금 내 곁엔 니체, 빈센트, 오스틴 이렇게 세명의 아가가 남았다.




니체, 빈센트, 오스틴


빈센트 - 니체 - 오 스틴


첫째 날 다행히 아이들은 잘 지내주었다. 잠은 거의 한 시간, 삼십 분씩 나눠서 쪽잠을 잤다. 그래도 아이들이 건강할 수만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둘째 날 갑자기 막내 오스틴이 우유를 잘 먹지 않고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그날 밤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혹시 오스틴이 잘 못될까 거의 뜬눈으로 숨은 쉬는지 살아있는지 확인하고 체크하고 부드러운 붓을 따뜻하게 해서 문질러주었다.


다행히 다음날 오스틴은 다시 힘을 내주었다. 일어나더니 젖을 찾고 힘차게 젖병을 빨았다. 고마웠다.


니체 - 빈센트 - 오스틴



태어난 지 5일째 빈센트의 이름을 먼저 지어주었다. 빈센트는 엄마 마리를 닮지 않고 아빠를 닮았다. 성격은 굉장히 순한 편이다. 얼굴이 누나와 동생과는 달리 둥글넓적해서 장난처럼 '넙치'라고 부른다. a.k.a. 넙치.

순둥이 넙치 빈센트



니체는 가장 먼저 눈을 뜬 아이다. 셋 중에 세상의 빛을 가장 먼저 본 아이. 빈센트보다는 작지만 아주 당찬 구석이 있는 아이다. 그래서 이름도 니체라고 지어주었다. 이름을 들은 동생은 과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괜찮다. 니체의 말처럼 'Amor Fati'의 인생을 살아줬으면 좋겠다.

가장 먼저 눈을 뜬 니체



오스틴은 가장 막내이다. 꼬리 끝이 접혀있다. 태어나서 한동안 눌려있었던 모양이다. 몸집이 작아서 그런지 엄마 마리의 모습이 가장 많이 보이는 아이이다. 언니와 오빠보다 작고 조금은 약하지만 잘 견뎌줄 것이다.

작고 소듕한 막내 오스틴



생각나는 글과 아이디어를 적던 카톡은 이제 육아 일기가 되었다


아이들이 오고 5일째. 평소 생각나는 글과 아이디어를 기록하던 카톡창은 이제 육아일기를 적는 공간이 되었다.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을 먹을 때도 "삐-삐-"하는 아이들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서 몇 번이나 왔다 갔다 한다. 하지만 그런 힘듦과 고됨은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주기만 한다면 얼마든지 견딜 수 있다. 마리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엄마 대신의 엄마로 건강하게 잘 자라도록 돕고 싶다.


건강하자! 니체, 빈센트, 오스틴.

젖만 먹으면 떡실신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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