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의 아기들

엄마가 된다는 것

by 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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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에서 막깨어난 삼남매


아가들이 태어난 지 보름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엄마 마리를 대신해 니체, 빈센트, 오스틴을 최선을 다해 돌보고 있다.


니체가 변비로 고생할 때, 오스틴이 자꾸만 앞발을 핥을 때 마음이 안쓰럽다. 부족한 엄마 대신의 엄마라서 아이들이 혹시 건강하게 자라지 못할까 걱정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정해진 시간이 있는 시한부 가족이라 그 마음은 배가된다.


아이들은 2개월이 지나고 입양을 보낼 계획이다. 좋은 가족을 만났으면 좋겠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평생 안정감 있게 함께 할 수 있는 가족이면 좋겠다.




고양이 니체


니체는 삼 남매 중 첫째이다. 마리는 꽤 오랜 시간 아기들을 낳았는데, 내가 가장 처음에 본 것이 니체와 빈센트였다. 그중에 니체가 가장 먼저 눈을 떴다. 그래서 니체가 삼 남매의 첫째가 되었다.

니체는 처음 얼마간 아주 잘 지내주었는데, 눈을 뜨고 하루가 지나서 한쪽 눈을 뜨지 못했다. 아기 고양이를 품어본 적 없는 나는 '이러다 실명하는 건 아니야?'라고 하룻밤을 꼬박 걱정하다 다음날 바로 동물병원으로 아이를 데려갔다. 선생님은 아직 눈을 다 뜬것이 아니고 감염증이 아닐 경우에도 눈곱이나 분비물이 생길 수 있으니 인공눈물로 하루 세 번 살살 닦아주라고 했다. 이틀 정도 지나니 윙크하던 니체의 눈이 앙쪽에서 반짝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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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은근히 끼여들어 귀여움을 뽐내는 빈센트씨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니체는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조금 예민한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곧 그녀의 예민함의 원인이 밝혀졌다. 그녀의 예민함은 변비에서 온 것이었다. 응꼬는 피가 나고 변은 나오질 않았다. 나는 또 그날 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좀 더 푹신한 담요와 아가용 베이비파우더를 샀다. 그리고 우선 피가 맺힌 니체의 응꼬를 솜과 면봉으로 조심스레 닦아 내고, 잘 말려준 다음 그 위에 가지고 있던 테라마이신 연고를 발라주었다. 그리고 마무리로 베이비파우더를 톡톡 뿌려주었다. 그녀는 아침을 먹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점심이 지나고 오랜 잠을 자고는 大변을 보았다. 조그만 니체에게서 엄지손가락 반만 한 그것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나는 니체를 씻어주며 수고했다고 고생했다고 말해주었다.


니체


니체는 그 이후에 더 많은 우유를 먹고 있다. 걱정에서 조금 멀어지자, 나는 잠깐 '내가 이름을 니체라고 지어서 그런 건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다. 실제로 철학자 니체는 치질로 꽤 고생했다는 이야기가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엄마들이 아이가 조금이라도 잘 못되면 모두 자기 탓이라 하는 이유를, 그 마음의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아주 작은 부분이겠지만 아이들을 돌보며 평소에는 몰랐고 어쩌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뻔했던 감정과 기억들을 가지게 되었다. 아비정전에 나온 대사처럼 이미 과거가 되었으니 이제 지울 수도 잊을 수도 없다. 아이들과 나,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으로 기억으로 남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몫인 것 같다.


늘 잊지 않고 있다. 나는 엄마 마리 대신이란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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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눈에 눈꼽이 잔뜩낀 니체와 그녀의 약봉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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