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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원식 Sep 03. 2018

43. 놀잇감 선택법

놀이하는 법을 아는 것은 행복한 재능이다.  It is a happy talent to know how to play. 

–– Ralph Waldo Emerson. American writer 1803-1882 


부모의 입장에서 아동의 발달 수준에 맞추어 장난감이나 놀잇감을 적절하게 구해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성장하는 몇 년 동안 내내 시행착오를 두루 겪다가, 스스로 놀잇감을 고르게 되는 일정한 연령이 된 자녀에게 그저 유행에 맞추어서 장난감을 사다가 바치는 부모들이 안쓰러울 정도로 흔하다. 아이가 아주 어려서 걸음마를 겨우 배우는 시기까지는 적절한 장난감을 고르는 일이 전혀 어렵지 않다. 그저 시각·청각·촉각적 자극을 고려하고 환경 마크 달고 있는 장난감 중에서 지갑 사정과 얼추 맞는 걸 고르면 된다. 그러나 자신의 용돈을 모아서 스스로 장난감을 사러 다니는 연령이 되기 전까지, 즉 대략 4세~9세의 연령에 해당되는 자녀들을 위해 놀잇감을 선택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첫 번째 기준은 ‘비구조화된 장난감unstructured toy’이 좋다. ‘구조화되지 않은 장난감’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데, 대개의 경우 구성놀이라는 놀이를 하는데 이용되는 놀잇감을 말한다. 가장 흔한 것으로는 종이와 연필부터 보통은 블럭이나 가베류의 장난감을 비구조화된 장난감이라고 한다. 이런 놀잇감은 다른 놀잇감에 비해 상당히 많은 장점을 가진다. 우선 남녀의 성차가 두드러지지 않는다. 보통 뭔가를 만드는 놀이를 남자 아이들이 좀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그래도 구성놀이는 성차가 적은 놀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놀잇감을 올려 놓을 반듯한 판이나 선반이 있으면, 실내에서건 실외에서건 놀이를 할 수 있다. 세 번째로 구성놀이는 혼자서도 할 수 있고, 여럿이 함께 할 수도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네 번째로 놀이를 할 때 ‘협동’과 ‘경쟁’이라는 요소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가령 똑같은 구성놀이 세트가 여러 개가 있을 경우, 여러 아동들이 한 세트씩 가지고 일정한 기준에 맞추어 경쟁을 할 수 있다. 다섯 번째로 소근육과 지능계발에 도움이 된다. 

장난감 구조의 복잡성과 가격은 아동들의 놀이 시간과 반비례하는 경향이 있다. 놀잇감은 단순한 구조를 가질수록 좋을 수 있다. 동서고금을 뒤져보아도 공만큼 다양한 놀이를 가능케 하는 놀잇감은 없다. 공처럼 단순한 놀잇감도 없겠지만 그만큼 다채롭게 놀 수 있는 놀잇감은 없다. 오히려 비싸고 복잡한 장난감이 아이들의 흥미를 잡아두는데 불과 하루가 안 될 수가 있다. 단순한 놀잇감이 오히려 다양한 놀이를 하기에 좋은 경우가 많다. 전문가들 역시 놀잇감은 자연적 재질로 되어 있으며 단순한 기하학적 형태를 가진 것들이 좋다고 한다. 이러한 특징을 가진 것이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놀이를 가능하도록 한다. 예를 들어 탱탱볼이나 젱가를 한 번에 여러 개나 여러 세트를 구입하면 생각보다 집 안이나 작은 공간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많다. 자녀들이 장성하여 훌쩍 떠나 버리기 전에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내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집안에서 할 수 있는 놀이 레퍼토리를 계속 늘려가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약간의 상상력과 놀겠다는 마음 두 가지만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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