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는 왜 수다스러울까?

매주 토욜 아침 만나는 남자 이야기

by 진심발자욱

몇년째 매주 토욜 아침 같은 시간에 보는 남자가 있다.

그는 나와 같은 시간에 피티(퍼스널 트레이닝)을 받는 남자다. 물론 그의 코치와 나의 코치는 다르다. 그러나 묘하게 같은 시간에 피티를 받은지 몇년 째인데 내가 그 남자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의 끝없는 수다 때문이다. 처음 그 시간 그 남자와 함께 하게 되었을 때는 신경이 쓰여서 수업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코치에게 너무 시끄러워 집중이 안된다고 하니 코치도 알아서 자리를 적당히 떨어뜨려 수업을 진행했었는데 오늘 아침엔 너무나 가까운 곳에서 수업을 받다 보니 다시 그 남자에 대한 관찰이 시작되고 말았다.


나는 사람을 보면 관찰하게 되는 묘한 습성이 있다. 그들이 맡투와 행동 그리고 표현 뭐 그런 것들을 가지고 그들의 일상을 상상하는 버릇이 있는데 그것도 내가 좀 여유가 있고 한가할 때 이야기지 토욜 아침 부터 눈을 부비고 내려가 피티를 받는 그 힘든 시간엔 관찰보다는 짜증이 먼저인게 사실이다.


그는 그냥 수다를 떤다. 코치와 마치 30분쯤 전에 우리 만나서 이야기해 하고 몇시간의 전화수다를 마친 여자들이 친구를 대면했을 때 태도와 흡사하다. 처음엔 그가 코치와 일주일동안 서너번은 레슨을 받는다고 생각했다. 이야기의 시작이 너무나 뜬금 없기 때문이다.


오늘 아침 그 남자는 수업시간에 늦었다.

오자마자 코치를 만나자 마자 그는 인사가 없다.


그남자 '차가 사고가 나서 렌트를 햇어요'

코치 '왜요?'

그남자 '와이프가 서있는 차를 받았어요'

코치 '다쳤어요?'

그남자 ' 아뇨. 주차해 있는 차를 받았어요. 그래서 범퍼가 내려앉았어요.'

초키 ' 네....'

그남자 ' 그래서 렌트를 했는데 렌트한 차가 모양은 우리 차랑 같은데 속이 완전히 다르더라구요........ '


그남자의 아침 이야기는 늘 이런 식으로 시작된다. 전혀 코치가 관심 없어 보일 만한 주제를 그냥 막 가지고 와서 혼자 떠들기 시작한다. 스트레칭 하는 내내... 심지어 웨이트를 하는 동안에도 그의 수다는 끊임이 없다.

상대의 관심과 상황은 전혀 안중에 없는 눈치다.

인사도 없고 상대에 대한 안부도 없다. 코치는 이제 그냥 근성 근성 들어주지만 그 남자는 상대의 관심에는 전혀 동조를 원하지 않는 눈치다.


그 남자의 수다가 같은 시간 우리들에게 부담을 주는 것은 그의 목소리 크기도 한몫을 한다. 그의 목소리는 헬스장의 그 큰 음악소리를 뚫고 나온다. 물론 그 음악소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야 하니 목소리는 올라가고 우리는 자연스럽게 그의 수다를 접하게 된다.


나는 남자는 과묵하다고 생각했다.

내가 처음 알게 된 우리 가족 속 남자들이 그러했고 지금의 남편이 그러하다보니 내게 대부분의 남자는 과묵한 존재는 말도 안되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가만 생각해보면 회사에서도 학교에서도 수다스러운 남자들을 접햇을 텐데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남자의 수다가 내게는 소음공해로 비춰지고 이해되지 않는 행위로 비쳐졌다. 하지만 어느날 그 남자는 왜 그렇게 수다를 떨어야만 할까 생각해 보았다. 그에게 수다는 어떤 의미일까?


일에 치이고 스트레스가 많아질 때 내가 수다를 떨고 싶고 그것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어하는 나자신을 보며 그남자도 어쩌면 그냥 수다를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싶어하는 본능에 충실한 그냥 한 사람일 뿐이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래야 그의 수다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토욜 아침 나의 피티 시간에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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