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책 읽기

매일아침저널 2-5 [책] 꼭꼭 씹어서 느끼고 행하는 책 읽기

by 진심발자욱

한순간도 책 없이는 못 살 것처럼 굴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책을 잊고 지내기도 한다.

마치 독서는 전혀 내 관심사가 아니라는 듯...

그러다 마치 목이 탈 것 같은 갈증이 나면 뭐에 홀린 듯 허겁지겁 서점을 찾기도 한다.

그리고 매의 눈으로 다급히 책을 찾아 읽고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기도 한다.


어제 오후가 내게 그런 날이었다. 요즘 글쓰기에 취해 브런치만 들여다보고 쥐어짜 내는 나의 글쓰기가 한계에 다다랐구나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휴일 오후 서점을 가지 않고는 못 배길 것만 같은 갈증이 났다.


늘 거기에 있었지만 미처 눈여겨보지 않았던 것들에 시선을 주어
매일을 풍요롭고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진짜 사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바로 이거다. 내 생각과 합이 드는 책을 찾았다.

다시 책 읽기다.




'읽었으면 느끼고 느꼈으면 행하라. '


가만히 보면 많은 사람들이 읽고 느끼지 못하는 것 같아요. 심사와 시습을 하지 않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느낀 다음에 행하는 것도 중요하죠. 이렇게 자연을 봐야겠구나. 일상을 이렇게 소중한 것이구나. 사소함이 중요하구나 하고 느낀 다음에는 실천하려고 노력해야 하는데 삶 속에서 행함 없이 계속 생각을 쌓아두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요. 쇼펜하우어의 말도 같아요. 배우는 것 좋다. 그러나 깨닫기 위한 조건으로서 배워야 한다는 겁니다.


'독서와 학습은 객관적인 앎이다.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이다. '


책에 쓰여 있는 것은 객관적인 앎입니다. 사색은 주관적인 깨달음인 거죠. 이게 지식과 지혜의 차이 같아요. 독서는 주관적인 깨달음을 지향해야 합니다. 그런데 가끔 이런 말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사색해서 힘들게 알아냈는데 어느 책에 이미 쓰여 있더라 하는 말이요. 어떤 생각을 한다 해도 누군가 이미 한 얘기일 수 있는데 그렇다면 그래 봤자 남 뒤따라 가는 것 아니냐, 꼭 힘들에 사색을 해야 하느냐는 거죠. 그럴 바에야 책 한 권 더 읽는 게 더 간단한 것 아니냐고 해요. 이런 분들께 쇼펜하우어가 또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명심해야 한다. 나만의 고유한 사색에 의해 어떤 진리에 도달했다면, 비록 그 내용이 앞서 다른 책에 기재되었을지라도 타인의 사상과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체험이라는 점이다. '


내가 깨달은 걸 이미 남이 먼저 알아냈다고 해서 허무해할 필요가 전혀 엇어요. 그 체험은 다른 사람의 체험과 바꿀 수 없는 겁니다. 이미 내 몸에 체화 되었죠. 쇼펜하우어는 지식을 체화시키는 것에 대해 이런 비유를 들었어요.


'다시 말해 산의 정상일지라도 오르는 사람의 개성과 방법에 의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사색을 통해 기대하는 결과는 단순히 산 정상에 도달했다는 물리적 결과만이 아니라 정상에 도달하는 동안 겪었던 체험도 포함되어 있다. '


바로 이런 겁니다. 내가 어떤 생각을 헸는데 그 생각을 누군가가 앞서 이미 했다 그러니 내 생각은 소용이 없다가 아니라 내가 이런 문장을 내 삶에서 느끼고 살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가 되어야 해요. 이런 얘기를 뒷받침하기 위해 쇼펜하우어가 괴테의 문장을 하나 소개하는 데 그 문장도 참 좋습니다.


'그대의 조상이 남긴 유물을 그대 스스로의 힘으로 획득하라. '


지혜의 대부분은 조상들이 남긴 겁니다. 이미 선조들이 다 간파한 것이죠. 그런데 그걸 본인의 힘으로 획득하면 진짜 내 것이 돼요.


'먹은 음식이 소화되어 에너지를 만들어야만 인간이 살 수 있듯이 독서를 통해 내용을 기억해야만 정신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계속 먹기만 하고 소화를 시키지 않으면 에너지가 되지 못하는 것과 똑같아요. 책 읽기를 이렇게 했으면 좋겠어요. 한 문단을 읽었으면 내용을 온전히 기억할 수 있을 만큼 제대로 이해하는 시간을 충분히 가져 보시길 바랍니다. 언제까지 읽기를 끝내야지 하고 목표를 정하지 마시고 얼마만큼 내 것으로 만들 것인지에 방점을 찍으셨으면 합니다. 소화불량 걸리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느끼고 행하는 책 읽기가 되시길 바랍니다.


<다시, 책은 도끼다, 박웅현 인묵학 강독회 > p22에서





박웅현 님의 <책은 도끼다>에 이어서 나온 책이다. 어제 이 책을 발견하고 설레는 마음으로 읽어 내려간 첫 장의 내용은 필사를 하지 않을 수 없다. 아마 당분간은 이 책의 필사로 글쓰기를 하게 되지 않을까?


'꼭꼭 씹어서 느끼고 행하는 책 읽기가 되기 위해서....'


내가 한동안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쓴 것이 '느끼고 행하는 책 읽기'였다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다시 책 읽기를 시작하는 것은 '꼭꼭 씹어서 느끼기 위함'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여 본다.


책을 읽지 않은 시간이 길었다고 그렇게 스스로를 힐책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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