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2-6 [책] 글쓰기와 책 읽기
주말 동안 <다시, 책은 도끼다>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 아니 솔직히 정확히 말하자면 책의 뒷부분은 후루룩 넘겼다. 이 책의 후반부에는 괴테의 <파우스트>와 같은 아주 아주 유명한 고전 소설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는데 아직 나는 소설을 다시 접하고 싶은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지 글귀에 눈이 가 닿지가 않았다. 이상하게 학창 시절에는 고전 소설이 그렇게 좋더니만 성인이 되고부터는 소설에 손이 가지도 않고 눈길이 닿지도 않는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다시 잃겠노라고 앞면에 메모를 남기고 고이 서가에 꽂았다.
쇼펭하우어의 <문장론>에서
'읽기 쉽고 정확하게 이해되는 문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먼저 '주장하고 싶은 사상을 소유'해야 한다.'
'문장이 난해하고 불분명하며 모호한 것은 그 문장을 조립한 작가 자신이 현재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응석에 불과하다. '
'학식이 풍부한 사람일수록 쉽게 말하고, 학식이 부족할수록 더욱 어렵게 말한다. ''모든 위대한 작가들은 다량의 사상을 표현하기 위해 소량의 언어를 사용했다. '
사실 그 반대의 경우가 많죠.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책 한 권으로 벌려 놓을 수 있다고 자랑하는 후배들을 가끔 봐요. 자기는 특별히 할 얘기가 없어도 20분 동안 얘기할 수 있다는 게 자랑이에요. 이거 큰일이에요. 남의 소중한 20분을 왜 낭비합니까
책 읽기와 글쓰기에 대한 쇼펜하우어의 <문장론>은 제대로 한번 읽어보고 싶어 인터넷으로 주문을 마쳤다. 사실 나는 교보 같은 대형 신간 서점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왜인지 이유를 설명하기가 어려웠는데 이 부분을 읽고 보니 내가 왜 신간 서점에 가기를 꺼려하는지 조금 알 것 같다. 신간 서점에는 주장하고 싶은 사상을 소유하지 도 않은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책 한 권을 벌려 써 놓아서 문장이 난해하고 불분명하며 모호한 베스트셀러들이 너무 많아서 나에게 결정장애를 주기 때문인 것이었다. 출판사에서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는 작가와 기획에 의한 서적들이 너무나 즐비하다 보니 정말 좋은 옥석 같은 책을 찾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게 요즘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읽기는 중요하다. 좋은 책을 가려 볼 수 있다면 우리에게 그들이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그러니 별다른 방법이 없다. 열심히 읽어서 더 나은 책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수밖에...
제가 가끔 서점에 있는 그들이 우리에게 갖는 의미라는 제목으로 강의를 하곤 합니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으로 강의를 하지요. '인생을 살면서 꼭 들어봄직한 이야기가 머릿속에 있는 사람들이 혼신의 힘을 다해 자신의 생각을 가장 명료하게 정리한 게 책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면 그 사람을 만나는 거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거다.'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존 러스킨의 주장과 같은 문맥인 거죠. 프루스트의 말과도 같고요.
책이 중요한 이유는 새로운 시선이 들어오기 때문입니다. 그전까지는 그렇게 보지 않았는데 어떤 책을 읽고 나면 그렇게 보게 되는 거죠. 그 시선의 변화가 제일 중요합니다. 그 변화가 나를 풍요롭게 만들어 줍니다. 이와 같은 시선을 확장시키는 의미의 책 읽기에 대한 이야기가 <독서에 관하여>에 계속해서 나옵니다.
독창적인 예술가가 새롭게 나타날 때마다 우리의 세계는 무한대로 증가하며, 수 세기 전에 없어진 하나의 행성에서부터 발산한 빛이 현재의 지구까지 도달해 우리가 볼 수 있는 것처럼 렘브란트, 혹은 베르메르라는 이름의 행성에서 나온 빛은 그 근원이 사람진 후에도 여전히 우리들을 감싸고 있다.
이 표현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 나온 문장이기도 합니다.
<다시, 책은 도끼다> P42. 독서는 나만의 해석이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