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아침저널 2-7 생각 여하에 따라 일상이 달리 보인다
"대표님, 감리 가시겠어요?"
"과장님, 그거 꼭 가야 하는 걸까요?
.....
아무래도 확인하는 게 좋겠죠? 업체 위치가 어디예요? 양주요? 양주가 어디예요?
...."
금요일 오후 제조업체에 담당 직원이 튜브 업체 감리를 가겠냐고 연락이 왔다. 예전에는 거의 모든 생산을 제조업체에서 턴키(일괄 생산)로 진행했기에 굳이 내가 감리를 갈 필요는 없었지만 이젠 내가 모든 부자재를 일일이 자체적으로 공급하기로 했기에 문제도 내가 떠안아야 하니 당연히 감리도 대표인 내 몫이었다. (혼자 일하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부자재 업체들의 위치가 워낙 서울에서 먼 곳에 있다 보니 담당자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감리를 갈 것인지 말 것인지 물어본다. 순간 망설였지만 이것도 내 몫이라면 당연히 이 바닥에 들어왔으니 해내야지 싶다.
나는 화장품을 만든다. 화장품은 여러 가지 부자재가 제조업체로 일괄 입고되어 그곳에서 완성품이 되어 나온다. 그러기에 부자재가 제대로 수급 일정을 맞추지 못하면 모든 생산 일정에 차질을 빚는다. 생산 과정에서 그 부자재의 적합성을 빨리 결정해주어야 다음 단계로의 진행이 수월해진다.
월요일 오후 세시에 감리 약속을 잡고 양주 공장의 위치를 체크해보니 차로 딱 한 시간 거리다. 뭐 한 시간이면 엄청 가깝네라고 나 스스로에게 위로를 하고 업무를 대충 하다 말고 사무실을 뛰쳐나갔다.
나는 운전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오래 운전을 하다보니 이상하게 운전이 싫어진다. 예전에는 운전도 좋아하고 드라이브 가는 것도 즐기고 했는데 말이다. 이젠 운전 자체의 피곤함도 싫고 여러가지 사건 사고에 대한 걱정이 생기는 것도 싫다.
업무상 외근이 많지 않은 일을 주로 하다 보니 근무시간 중에 운전을 해서 이동을 하는 것 자체가 마음이 편하지가 않고 낯설다.
오전 내내 내리던 비는 다행히 거쳐 있었다. 차가 고속도로에 접어들자마자 탄성이 나온다.
'우와'
쭉 뻗은 고속도로에 맞닿아 있는 산 정상의 나무 가지가 보일만큼 시야가 맑다. 비 온 뒤라 하늘에 구름이 여전히 많긴 했지만 그래도 덕분에 햇살이 뜨겁지 않고 운전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날씨는 없겠구나 싶었다.
사무실 근처 좋아하는 카페에 들러 사 놓았던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을 조금씩 음미하며 음악을 크게 틀고 편안하게 운전을 즐기기 시작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고....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맞추고 무념무상에 멍 때리는 기분으로 삼십여분을 달리니 고속도를 나와 국도를 달리라고 내비게이션이 안내한다. 순간 국도로 삼십 분이나??? 시골이라더니 정말 시골이구나 싶다. 그래도 뭐 어때? 도로 상태가 아주 좋지는 않았지만 좋은 날씨와 공기를 즐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난생처음 가보는 교외 마을들을 몇 개나 지나치고 군부대가 여기 이렇게 많았구나 싶은 곳도 여럿 지나치다 보니 어느 듯 정말 의외의 장소에 공장들이 밀집되어 있는 곳에서 목적지를 발견했다. 여느 공장들과 별다를 게 없는 곳이었다. 만나기로 한 사장님과 미팅을 하고 튜브 인쇄 상태와 오탈자를 확인하고 일정 체크를 하고 다시 운전대를 잡으니 불과 10분이 지났다. 그런데 뭔가에 쫓기듯 후다닥 다시 차를 타고 사무실로 복귀를 시작했다.
'10분 때문에 한 시간을 달려오다니.... 내가 이거 꼭 보러 왔어야 하나? 아니야 그래도 보고 나니 기분이 좋잖아... 나중에 다 나오고 잘못되었으면 속상하잖아.. 잘한 거야... 그래도 즐겁게 드라이브 즐겼잖아? 혼자만의? '
그래 그랬다. 나는 일을 하러 온 게 아니라 평일 오후의 나 혼자만의 드라이브를 즐긴 것이다. 왕복 두 시간이 넘는 거리의 업체 방문이지만 사무실에만 매여 있는 내게 즐거운 드라이브 시간을 준 것이다. 그리 생각하고 보니 그냥 사무실에 들어가는 것이 아쉬워졌다. 고속도로 중간에 휴게소에 차를 주차했다. 그리고 여유로운 평일 오후 휴게소에 잠시 쉬어 가기로 했다. 휴게소는 평일 오후답게 여유로웠다. 새로 지어진 휴게소는 웬일인지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휴게소까지도 나만의 드라이브를 더욱 기분 좋게 만들어 주었다.
잠깐의 드라이브를 마치고 퇴근 후 계속 기분이 좋다. 예전 같으면 운전을 하고 다녀온 길이 무척이나 피곤하다고 느꼈을 텐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오늘 왜 이렇게 기분이 좋으냐고 남편이 묻는다. '왜 기분이 좋지?' 생각해보니 오후의 외근이 업무가 아니라 나만의 드라이브라고 정의를 내리고 보니 그 순간을 즐겼고 힘들다고 느끼지 않았던 것이다. 내 생각 여하에 성가신 일상도 이렇게 달리 보일 수 있구나 라는 깨달음을 오늘 또 얻는다. 그리고 날씨도 정말 사람의 감정을 많이 좌지 우지 하는구나 싶다. 상쾌한 공기와 기분 좋은 날씨가 제발 좀 오래오래 지속되었으면 하는 '말도 안 되는' 바람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