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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선호가 Jul 18. 2020

[6] 담

카피카피 / 정철 / 한글자 / 258

담 너머엔 더 좋은 것이 있겠지. 그러니 바람도 담을 넘고 달빛도 담을 넘고 도둑도 담을 넘는 것이지. 나도 그들을 따라 담을 넘고 싶었지. 하지만 두 팔을 뻗어 타고 넘으려면 내 손에 들고 있는 꽤 좋은 것을 내려놓아야 하지. 


나는 담 넘기를 포기했지. 더 좋은 것을 포기하고 꽤 좋은 것에 만족하기로 했지. 물론 후회는 없지. 담 너머엔 내가 들고 있는 꽤 좋은 것을 더 좋은 것이라 믿고, 내가 서 있는 쪽으로 담을 넘으려는 사람도 있을 테니까. 




어제는 알고 지내던 후배가 내가 만들고 있는 제품과 동일한 제품을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왠지 느낌이 싸했는데... 그럴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의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에 씁쓸하고 그러면서도 좀 찝찝한 이 느낌... 


담을 넘어온 그 친구는 분명 꽤 좋은 것을 버리고 더 좋아 보이는 것을 가지러 온 거겠지... 


꽤 좋은 것을 더 좋은 것으로 만들어야지... 담을 넘어와도 잃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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