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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록선호가 Aug 20. 2020

새벽 6시다.  오늘 '사무실'로 출근해야 할까?

코로나에 대한 두려움이 나의 출근길을 막는다

새벽부터 잠이 깼다. 여러 가지 집안 문제로 고민이 많아서인지 도통 잠이 깊이 들지 않는다. 거기에다 사무실로 출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문제까지 겹치니 머릿속이 복잡하다.


어제는 파주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확진자가 나왔다는데 그것도 수십 명이... 2층 에어컨 밑에 앉아 있던 확진자가 3시간을 머무르는 동안, 잠깐 2층 화장실에 들렀던 초등학생도 감염이 되고 그저 잠깐 그곳에 함께 있었던 30여 명에 가까운 고객들도 감염이 되었다는 기사를 보고 나니 사무실 출근에 대한 두려움이 생긴다.


내가 일하는 사무실은 10층짜리 빌딩에 위치해 있다. 1층에는 은행이 있고 2층에서 4층에는 보험회사 대리점들이 그리고 5층에는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이 위치한 코워킹 스페이스가 있다. 그리고 그 위로는 수시로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은 보험회사와 유사한 업종들이 포진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를 타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늘 수다스럽게 대화를 나눈다.  물론 내 사무실이 있는 코워킹 스페이스도 예외는 아니다. 업무 중에는 마스크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출근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

나는 1인 기업이다. 솔직히 출근 안 해도 그만이다. 누가 뭐라고 할 사람이 없다. 하지만 이번 주는 아들이 방학을 마치고 처음 등교를 한  첫 주이자 마지막 주다. 담주부터는 적어도 2주 동안 온라인 클래스 기간이다 (지금의 사태가 지속된다면 그보다 더 오래일 수 있다... ).


반년 넘게 중학생 아들의 온라인 클래스와 방학 그리고 코노라 덕분에 자의 반 타의 반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1인 기업이니 내가 어디서 일을 하든 그것은 그리 중요한 일이 아니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재택근무를 택하게 되었고 덕분에 오전에는 아들이 온라인 클래스를 들을 때 딴짓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 감독이 가능했다. 그리고 오후에는 미팅이나 업무를 이어 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해 본 사람들은 이해하리라. 그것이 그리 행복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집에서 혼자 일하는 것이 처음에는 아늑하고 좋았지만 이것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우울감과 무기력감을 낳는다. 일의 능률도 떨어진다. 집안을 돌아보면 할 일 투성이라 일에 집중도 되지 않는다. 아들과 함께이니 자연스럽게 간식도 챙겨줘야 하고 점심식사도 나가 사 먹기가 불편하다. 집밥을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엄마로서의 의무감(?)과 코로나인데 가급적 외출을 자제해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은 회사에서라면 사 먹고 말 점심을 굳이 만들어 먹게 한다.  


점심을 해 먹고 나면 쌓인 설거지를 하고 대충 집안 정리를 하게 된다. 업무로의 복귀가 더뎌진다. 그러니 해야 할 일은 많은데 자꾸만 미루게 된다. 긴장감도 없어진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습관적으로 냉장고 속을 자꾸 들여다보게 된다. 그러다 오후 나절이 되면 급 정신을 차리고 뒤늦게 밀린 업무에 몰두한다. 저녁 식사 준비는 뒷전이 된다. 아들이 배고프다고 성화를 부리거나 남편의 퇴근 시간 무렵이 되면 화들짝 놀라 그때부터 저녁 준비를 한다. 아니면 남편에게 전화를 한다. 오늘 저녁은 나가 사 먹자고. 당연히 저녁 식사 시간은 늦어진다. 나의 의지박약에 대해 자괴감이 든다. 이런 일상이 되풀이되다 보면 재택으로 인한 우울감과 무기력감은 조금씩 더해지고 거기에 사람들과의 접촉이 줄어듬으로 인해 생기는 우울감까지 합쳐지면


나는 누구? 여긴 어디?라는 자문을 하게 된다. 그것도 자주....

1주일 아들의 학교 등교 수업이 있는 이번 주 사무실 출근은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출근길이었다. 날이 더워도 지하철 속 사람이 많아도 말이다. 그런데 갑자기 급증하는 확진자라는 복병은 나의 아주 잠깐의 '행복한' 출근길에 고민을 안겨 주었다.


오늘 사무실로 출근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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