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물점이 아직도 있다고?
"이거 철물점에서 부품 사다 놓으면 다시 와서 끼워드릴게요."
"철물점이요? 요즘도 그런 곳이 있어요?"
"저 옆에 아파트 상가에 가면 철물점 아직 있어요."
구정 연휴 전부터 말썽이던 화장실 변기 물 내림 버튼이 결국 완전히 고장 나버렸다. 어렵게 아파트 관리실 아저씨에게 부탁드렸더니, 철물점에서 부속을 사다 놓으라고 하신다.
철물점이라... 어릴 적 살던 동네에는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아파트 단지가 밀집된 동네에서 살다 보니 어느새 다 사라진 줄만 알았다. 그리고 사실 필요성을 느낄 일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집 안 여기저기서 사소한 고장이 생길 때면 '철물점에 가면 이런 거 살 수 있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요즘은 철물점이 귀해지다 보니, 고쳐 쓰기보다는 새것으로 바꾸는 게 더 익숙해진 것 같다.
변기가 제대로 작동을 하지 않으니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하루라도 빨리 고치려면 아저씨가 일러주신 대로 철물점을 들러야 했다. 그래서 영하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옆 동네 오래된 아파트 상가로 향했다. 정말 있을까 싶었는데, 상가 중앙에 조그맣게 자리 잡은 철물점이 눈에 들어왔다. 규모는 작았지만, 정말 없는 게 없는 곳이었다.
혹시나 몰라 변기 브랜드가 나온 사진을 찍어 갔더니, 아주머니가 먼저 브랜드를 물어보셨다. 이름을 말씀드리니 바로 부품을 꺼내 주신다.
"얼마예요?"
"6천 원이에요."
부품이 싼 건지 비싼 건지 감이 오지 않았지만, 만약 철물점에서 이 부품을 구하지 못했다면 비싼 수리센터 기사님을 불러야 했을 것이다.
'적어도 5만 원은 훌쩍 넘겼겠지?'
요즘은 뭐가 되었던지 간에 사람이 한번 움직이면 가격이 확 뛰는 시대니깐.
철물점 덕분에 괜히 돈을 번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