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익숙한 번호를 누르고 들어선 그곳엔
59년 된 마음의 비밀번호가
여전히 낡은 문틀로 서 있습니다.
해마다 설이 오면
우리는 각자의 서식지를 떠나
연어처럼 거친 기억의 강물을 거슬러 올라갑니다.
때론 사람에 치여, 삶에 데어
산 귀에 거미줄 치듯 마음 닫고 살았어도
고향의 흙냄새 앞에서는
단단했던 침묵의 껍질이 속절없이 부서집니다.
어머니의 주름진 손마디에 맺힌 기도는
겨울나무가 제 몸을 비워
기어이 봄꽃을 밀어 올리는 법을 닮았습니다.
말하지 않아도 눈으로 건네는 그 한마디에
얼어붙은 마음 생태계엔
다시금 온기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작가님, 그리고 독자님들
올해는 너무 애써 이해하려 자학하지 마시고
자연이 허락한 빛의 양만큼만
서로를 따뜻하게 바라봐 주는 한 해 보내시길.
가장 무서운 게 사람이었을지라도
결국 나를 다시 숨 쉬게 하는 것도
고향이라는 숲의 품임을 믿으며,
새해 복,
뿌리 깊은 나무처럼 넉넉히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