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늙어가는데, 너는 젊어지는구나
오래전 서울의 끝자락,
판잣집과 기와집이 서로의 어깨를 빌려
다닥다닥 군락을 이루던 곳.
가난은 부끄러움이 아니라
투명하고 시린 눈물이었고,
골목마다 풍기던 흙냄새는
수줍은 생존의 땀방울이었습니다.
어디서든 고개를 들면
온 하늘을 거울처럼 마주할 수 있었던
그때 그 마포의 하늘이,
어느덧 반백을 몇 해 더 넘겨
이제는 59년 묵은
마음의 비밀번호가 되어
설 아침, 나를 내려다봅니다.
내가 변한 것일까요, 하늘이 변한 것일까요.
마치 서식지를 이동한 철새처럼
나는 지금 고향의 낯선 여명 앞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숲은 억지로 여름을 붙잡지 않듯
변해버린 고향 하늘도,
나이 들어가는 내 모습도
그저 자연스러운 계절의 흐름일 뿐입니다.
8년 전엔 "젊어지라" 빌었지만
이제는 "여기까지 잘 왔다"고
이해되지 않는 세월을
그저 가만히 안아주고 싶습니다.
변함없는 건,
여전히 우리 모두가 각자의 숲에서
가장 붉게 타오르는 안부를 전하고 있다는 것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