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에 처음 청약해봤다 61,500원으로 시작한 공모주 입문기
증권 앱에서 "청약" 버튼을 누르기까지 3분이 걸렸다.
61,500원. 치킨 세 마리 값이었다. 금액이 무서운 게 아니었다. "내가 이걸 해도 되나?"라는 생각이 손가락을 붙잡고 있었다. 공모주라는 걸 안 지 일주일도 안 됐으니까.
시작은 회사 점심시간이었다. 옆자리 동료가 핸드폰을 보면서 혼잣말을 했다. "아 채비 청약 넣어야 하는데." 채비?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뭐냐고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 "공모주"였다.
공모주. 단어 자체는 어디선가 들어봤다. 뉴스에서 "따따블"이라는 말이 나올 때, "상장 첫날 4배"라는 말이 나올 때. 그런데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지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동료가 간단하게 설명해줬다. 기업이 처음 주식시장에 상장할 때, 일반인도 미리 주식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그게 공모주 청약이라고. 비유하자면, 새로 오픈하는 가게가 정식 개장 전에 할인 쿠폰을 나눠주는 것과 비슷하다고.
"근데 그거 돈 많이 드는 거 아냐?" 내 첫 질문이었다.
"균등이면 몇만 원이면 돼." 동료가 웃으면서 말했다.
균등 배정. 이것도 처음 듣는 말이었다. 청약한 사람들 중에서 추첨으로 공평하게 나눠주는 방식이라고 했다. 1억을 넣든 10만 원을 넣든 추첨 기회는 동일하다. 돈이 많은 사람이 유리한 비례 배정과 달리, 균등은 말 그대로 균등하다. 소액이어도 가능하다는 말에 귀가 쫑긋해졌다.
그날 저녁, 이불 속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공모주 청약 하는 법."
쏟아지는 정보에 머리가 어지러웠다. 수요예측, 의무확약, 환매청구권, 밴드 상단, 밴드 하단. 또 외계어였다. ETF를 시작할 때도 이랬다. 모르는 단어가 벽처럼 쌓이면 "나는 아직 이걸 할 단계가 아닌가 보다" 하고 물러나게 된다. 그 벽 앞에서 몇 번이나 뒤돌아섰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돌아서지 않았다. 이유가 하나 있었다. 채비라는 종목에 "환매청구권"이 붙어 있다는 거다.
환매청구권.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상장 후 3개월 안에 주가가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면, 공모가의 90%에 주관사한테 다시 팔 수 있다. 공모가가 12,300원이니까, 최악의 경우에도 11,070원에 되팔 수 있다는 뜻이다. 최대 손실이 10%로 제한된다. 공모주에 보험이 붙어 있는 셈이었다.
이걸 알고 나니까 마음이 좀 놓였다. 주식이 무서웠던 내가 ETF를 산 건 "500개 기업이 받쳐준다"는 분산의 안심 때문이었다. 이번에는 "최악이어도 10%만 잃는다"는 하방 제한이 같은 역할을 해줬다.
청약을 하려면 증권사 계좌가 필요했다.
채비는 KB증권, 삼성증권, 대신증권, 하나증권 이렇게 4곳에서 동시에 청약을 받고 있었다. 균등 배정은 증권사별로 따로 추첨하니까, 4곳에 다 넣으면 당첨 확률이 4배가 된다고 했다. 동료는 4개 다 열었다고 했는데, 나는 일단 KB증권 하나만 열기로 했다. 처음이니까. 한 곳에서 경험해보고, 감이 잡히면 다음에 늘리자.
KB증권 앱을 깔고, 비대면 계좌 개설을 했다. 신분증 촬영하고 본인 인증하고, 한 10분 걸렸나. 생각보다 간단했다. 처음엔 뭔가 대단한 절차가 있을 줄 알았는데, 은행 앱 가입하는 거랑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계좌가 만들어지고, 61,500원을 넣었다.
확정 공모가 12,300원. 최소 청약 수량 10주. 증거금률 50%. 이 세 숫자를 곱하면 61,500원이 나온다. 공모가 전액을 내는 게 아니라 절반만 넣으면 된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청약 화면에서 "10주"를 입력하고, 확인 버튼을 눌렀다. 그 3분의 망설임 끝에.
접수완료. 화면에 그 두 글자가 떴을 때, ETF를 처음 샀던 그 날이 떠올랐다. 4만 5천 원어치 ETF 세 주를 사고 "나도 투자를 시작했구나"라고 느꼈던 그 감각. 이번에도 비슷했다. 금액은 작았지만, 새로운 영역에 발을 디뎠다는 느낌이 분명하게 있었다.
그런데 청약을 넣고 나니까 오히려 궁금한 게 폭발했다.
채비가 뭐 하는 회사인지 제대로 알아보기 시작했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 1위 업체. 마트 주차장이나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보이는 충전기, 그중 상당수가 이 회사 거라고 했다. 단순히 충전기를 파는 게 아니라 개발부터 설치, 운영, 유지보수까지 전부 한다고. 수요예측에서 기관 경쟁률이 55:1이 나왔는데, 솔직히 높은 건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해외 기관의 70%가 밴드 상단 이상의 가격을 써냈다는 점, 그리고 공모가가 밴드 하단으로 내려오면서 오히려 상승 여력이 생겼다는 분석도 있었다.
청약 넣기 전에 이걸 다 알았어야 했나? 아마 그랬어야 했을 것이다. 순서가 바뀐 건 맞다. 하지만 솔직히 고백하면, 돈을 넣고 나서야 진짜 공부가 시작됐다. ETF 때도 그랬다. 4만 5천 원을 넣고 나서 S&P 500이 뭔지 파기 시작했고, 엔비디아가 뭘 만드는 회사인지 알게 됐다. 돈이 걸려야 뉴스가 내 이야기가 된다.
지금은 환불일을 기다리는 중이다.
4월 23일에 증거금이 돌아온다. 배정을 받으면 주식이 계좌에 들어오고, 못 받으면 전액 환불된다. 균등 배정은 추첨이라 0주가 될 수도 있다. 동료한테 물어보니 "3월에 아이엠바이오로직스 경쟁률이 1,806:1이었는데, 균등 0주 받은 사람도 꽤 있었다"고 했다. 그러니까 기대는 하되 실망할 준비도 해야 한다.
상장 예정일은 4월 29일. 만약 1주라도 배정받으면, 그날 처음으로 "상장 첫날"이라는 걸 경험하게 된다. 얼마가 되든 그 감각이 궁금하다.
그리고 4월 27일에는 코스모로보틱스라는 종목의 청약이 시작된다. 웨어러블 로봇을 만드는 회사인데, 수요예측 결과를 보고 판단하려고 한다. 채비 환불금이 23일에 돌아오니까 그 돈을 다시 쓸 수 있다. 이 "환불일 → 다음 청약일" 간격을 활용하면 같은 돈으로 여러 종목에 참여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적은 돈이라도 회전시키는 방법이 있다는 게 신기했다.
공모주 청약을 하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문턱이 낮다는 거다.
나는 공모주가 돈 많은 사람들의 영역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수천만 원을 넣어야 의미 있는 물량을 받는 세계. 그런 면이 없는 건 아니다. 비례 배정은 확실히 그렇다. 하지만 균등 배정이라는 문이 있었다. 61,500원으로도 추첨에 참여할 수 있는 문. 당첨이 보장되지는 않지만, 적어도 줄을 설 수는 있다.
ETF를 처음 샀을 때, 커피 세 잔 값 4만 5천 원으로 시작했다. 공모주도 치킨 세 마리 값 61,500원으로 시작했다.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건 큰돈을 굴리는 기술이 아니라, 처음 한 번 해보는 용기인 것 같다.
다음 달에도 공모주 일정이 있을 거다. 이번에 배운 걸 바탕으로 다음에는 조금 더 일찍 알아보고, 여러 증권사에 계좌를 열어서 확률을 높여볼 생각이다. 느리지만 한 발씩. 이 속도가 나한테는 맞는 것 같다.
공모주 일정과 청약 전략 정리해뒀어요 → 경제한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