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의 뒷맛

by 강준형

사무실에 방울토마토가 들어온 날이 있었다.

점심을 마치고 나른해질 무렵, 한 직원이 커다란 봉지를 들고 와서 책상 위에 툭 내려놓았다. “이거 좀 나눠드세요. 별건 아니에요.”

그는 그 말을 던지며 사람들에게 한 줌씩 건네주었다.

동료들은 습관처럼 “고맙습니다” 하고 받았지만, 그 순간 묘하게 공기가 달라졌다.

나눠주는 손길이 넉넉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비어 있었고, 받는 사람들의 미소도 반쯤은 의례처럼 보였다.

알고 보니 그 방울토마토는 원래 집에서 오랫동안 먹으려고 사둔 것이었는데, 갑작스러운 출장 일정이 잡히면서 먹지 못하게 되었고, 버리기는 아까워 회사로 가져온 것이었다.

그래서 그 나눔은 선물이라기보다, 남은 것을 처리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며칠 뒤 또 다른 방울토마토가 사무실에 들어왔다.

이번에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

주말농장에서 직접 기른 것이라며, 작은 상자에 담긴 토마토를 살짝 내밀던 동료의 표정에는 수줍음이 묻어 있었다.

그는 “시장 거만 못해요. 그래도 드셔보실래요?”라며 미리 사과라도 하듯 말했다.

사실 크기도 들쭉날쭉하고 색깔도 고르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작은 토마토들은 훨씬 더 반가웠다.

누군가의 손길이 닿은 흔적, 그리고 일부러 나누기 위해 챙겨왔다는 사실이 이미 맛을 바꿔놓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 두 가지 경험을 나란히 떠올리면서 오래 생각했다. 같은 방울토마토인데 왜 이렇게 다르게 다가오는 걸까.

결국 차이는 마음이었다.

애초에 자신을 위해 샀다가 어쩔 수 없이 남아도니 내놓은 것과,

남을 위해 일부러 챙겨와 나누는 것 사이에는 사실 아무런 차이가 없다.

하지만 받는 사람에게는 아주 선명하게 느껴진다.

그나마 이렇게 끝나면 다행이다.

더 심각한 건,

그렇게 처리해놓고도 “내가 이렇게 줬는데 왜 고마워하지 않느냐”라고 되묻는 태도다.

그건 억지이고, 심지어 관계를 해치는 태도다.

처리와 선물은 다르며,

받는 사람은 그 차이를 결코 착각하지 않는다. 바보도 동정과 선심 정도는 구분할 수 있듯 말이다.

돌아가서,

일상 속 많은 장면을 떠올려 보면,

우리는 종종 남는 것을 선심 쓰듯 포장하거나, 어쩔 수 없는 처분을 은혜처럼 내놓는다.

그러나 정성이란 건 감출 수 없는 법이고 무심은 더더욱 드러나기 마련이다.

작은 토마토 하나에도 고마움과 공허함이 동시에 담길 수 있다는 사실은,

우리 삶의 다른 많은 나눔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무엇을 건네느냐보다 어떻게 건네느냐가 중요하다.

방울토마토 두 봉지가 남긴 뒷맛은 단순히 달콤하거나 새콤한 것이 아니었다.

결국 우리가 주고받는 모든 관계의 뒷맛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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