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면 밖으로 나온 AI… CES 2026, ‘피지컬’ 전쟁
로봇·차량 내재화 가속, ‘K-제조’ 플랫폼 확보가 관건
올해 CES 2026은 생성형 AI의 ‘기능 시연’ 단계가 끝나 고, AI가 로봇·차량·가전·산업 설비로 직접 스며드는 ‘피 지컬 AI(Physical AI)’ 시대가 본격화했음을 알렸다. 미국은 칩·모델·개발도구를 묶어 표준 선점에 나섰고, 중국은 로봇과 전기차를 시험장 삼아 대규모 실증으로 속도를 올렸다. 한국 기업들은 혁신상 석권과 B2B 전장·메모리 경쟁력으로 존재감을 보였지만, OS와 플랫폼 주도권 확보가 중장기 성패를 가를 것으로 관측된다.
화면 떠나 공장·가정으로… “AI, 제품·서비스 재설계한다”
올해 CES의 공통 분모는 AI가 화면 속 조언자에 머물지 않고 현장에서 직접 판단하고 움직이는 존재가 됐다는 점이다. 휴머노이드가 세탁과 서빙 등 생활 작업을 수행 하고 공장·물류 현장에 투입되는 실무형 로봇이 전면에 섰다. 이제 로봇을 단순한 ‘기술 과시’가 아니라 인력난과 안전 문제를 해결할 대체 수단으로 보는 시각이 확산 됐다. 결국 2026년의 평가는 단순한 ‘AI 기능 탑재’를 넘어, AI를 통해 업무와 서비스 전체를 어떻게 재설계했 느냐로 옮겨갈 가능성이 크다.
‘온디바이스 AI’가 비용과 지연 시간의 벽 넘는다
피지컬 AI의 확산은 필연적으로 연산·전력·지연의 문제로 귀결된다. 클라우드만으로는 실시간 제어에 한계가 있고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이번 CES에서는 기기 자체 에서 AI를 구동하는 ‘온디바이스 추론’ 흐름이 뚜렷했 다.* Arm은 에너지 효율과 신뢰성이 물리 세계 AI의 핵심 조건임을 강조했고, AMD 등도 그래픽과 SW 스택(꾸 러미)을 묶은 전략을 전면에 내세웠다. 향후 경쟁은 ‘더큰 모델’이 아니라 어디서, 어떤 전력과 비용으로 AI를 효율적으로 굴리느냐로 재편될 공산이 크다.
• 기존 AI가 ‘본사(클라우드 서버)’에 물어보고 답을 듣는 방식이 었다면, 온디바이스 AI는 현장에 있는 ‘직원(기기)’이 직접 판단 하는 방식
• 전 세계 수억 대의 로봇과 차가 매 순간 서버에 데이터를 보내면 통신비와 서버 유지비가 어마어마하게 발생함. 이때 기기 스스로 처리하면 이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의미. 배터리 효율 측면에서도 동일
• “멀리 있는 똑똑한 비서보다, 덜 똑똑해도 즉각 반응하는 비서”
美 엔비디아 중심 ‘표준화’ vs 中 로봇·EV 앞세운 ‘대규모 실증’
미국 진영은 엔비디아를 필두로 피지컬 AI를 위한 오픈 모델과 프레임워크 등 개발 표준 선점에 베팅했다. 단순히 GPU 성능을 과시하는 것을 넘어, 산업별 로봇이 빠르게 학습할 수 있는 생태계를 장악해 시장 지배력을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반면 중국은 압도적인 실증 속도로 맞섰다. 다수의 휴머노이드 기업과 전기차 업체들이 참여해 실제 현장에서 데이터를 축적하고 제조와 서비스를 연결하는 반복 수익 구조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 비록 유용성에 대한 의문은 남았으나, 중국 특유의 대규모 데이터 토양은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 작업 속도, 공간 적응, 보여주기식 기술 등 중국 로봇에 대한 평가는 아직 미흡함
• 그럼에도 중국 특유, ‘일단 (싸게) 내놓고 본다’가 가능하기 때문에 시장에 수만 대의 로봇을 깔아버린 후, 데이터(시행착오)로 똑똑해진다는 의미
• 이 점에서 당장은 미국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지지만, 이 엄청난 데이터를 먹고 자란 AI가 1~2년 후에는? 더 똑똑해질 수도 있음
K-테크, ‘제조 체력’ 강점이나 플랫폼·데이터는 숙제
한국 기업들은 CES 2026 혁신상 수상작 347개 중 무려 206개를 차지하며 역대급 성적을 거뒀다. 현대차는 구글 딥마인드와 손잡고 제조 현장에 즉각 투입 가능한 차세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Atlas)’ 개발형 모델을 세계 최초로 공개해 피지컬 AI의 정수를 선보였다. LG전자는 손가락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집안일을 돕는 홈 로봇 ‘클로이드(CLOiD)’를, 삼성전자는 구글 제미나이를 탑재해 식재료 인식률을 획기적으로 높인 ‘비스포크 AI’ 가전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스타트업의 활약도 독보적이었다. 레이더 기반 자율주행 인지 솔루션을 선보인 ‘딥퓨전에이아이’와 AI 기반 3D 모션 생성 플랫폼을 내놓은 ‘네이션에이’ 등은 최고 혁신상을 거머쥐며 특정 도메인에서의 응용 기술력을 증명했다. 그러나 시장의 잣대가 단순 하드웨어 제조에서 ‘업데이트와 서비스를 통한 지속적 수익’으로 이동 중이라는 점은 위기 요소다. 구글·엔비디아 등 글로벌 거대 기업이 주도하는 OS와 미들웨어 체제에 대응해, 한국 특유의 하드웨어 경쟁력을 글로벌 데이터 축적 및 독자적 플랫폼 파트너십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헬스케어는 ‘브레인 케어’, 에너지는 ‘AI 전력 인프라’ 수렴
디지털 헬스케어는 이제 병원 담장을 넘어 일상 속 ‘지속 관리’ 영역으로 완전히 안착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와 스마트폰의 보행·수면 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치매등 인지 저하 신호를 조기 포착하는 ‘브레인 헬스(Brain Health)’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웠다. 시장의 관심 또한 단순한 수치 측정을 넘어, 바이오마커 기반의 노화 방지와 장수(Longevity) 솔루션으로 급격히 이동 중이다. 실제 이번 CES에서는 세라젬이 AI 기반 비접촉 건강 관리 시스템으로 12개의 혁신상을 휩쓰는 등 생활 밀착형 의료기기의 진화가 두드러졌다.
에너지 분야는 ‘탄소중립’이라는 추상적 구호를 넘어, AI 확산에 따른 폭발적인 전력 수요를 감당할 ‘실전형 인프라’ 기술에 집중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전용 LFP 배터리와 초고출력 원통형 배터리 ‘SDI 25U-Power’를 공개하며, 데이터 센터와 피지컬 AI 로봇을 위한 전력 솔루션을 제시했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로 꼽히는 고체전지가 전기차를 넘어 산업용 ESS로 응용 범위를 넓히는 가운데, 한국의 전력전자 경쟁력은 독보적이지만 핵심 광물 공급망 관리와 안전성 인증이 향후 수익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규제와 책임… ‘비기술 변수’가 제품 경쟁력 가른다
피지컬 AI가 일상에 진입하면서 규제와 책임 문제는 피할 수 없는 변수가 됐다. 특히 2026년 8월 시행되는 EU AI Act 등 고위험 AI 시스템에 대한 의무와 투명성 규정은 기업들에 새로운 진입장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로봇과 자율주행처럼 안전과 직결되는 분야는 규제 적합성 자체가 제품 경쟁력이 된다. 기업들은 이제 기술 경쟁과 별개로 컴플라이언스, 보험, 안전성 검증을 제품 설계 단계부터 통합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2026년 승자, ‘전환 로드맵’ 증명해야
CES 2026은 “AI 기능을 단순히 탑재하는 시대는 끝났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 이제 시장은 현대차그룹이 제시한 ‘2028년 휴머노이드 3만 대 양산’과 같은 구체적인 실행력, 그리고 LG전자가 ‘클로이드’ 실증과 함께 고민 중인 구독형 로봇 서비스(RaaS, Robot as a Service) 모델 등 반복 수익을 창출하는 비즈니스 구조를 주목하고 있다.
서비스형 로봇 (RaaS)
• 특징 - 초기 비용 제로: 공장, 심지어 식당에서도 큰돈 들이지 않고 바로 현장에 도입할 수 있음
- 업데이트와 관리: 로봇이 고장 나거나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해야 할 때, 기업이 알아서 관리해 줌
- 유연성: 필요할 때만 빌려 쓰고, 나중에 더 똑똑한 신모 델이 나오면 교체할 수 있음
• 배경(기업들이 주목하는 이유)
- 반복 수입: 기존 제조 기업(현대차, LG 등)은 로봇을 ‘ 팔고 나면 끝’이 나는 구조 → 매달 일정한 구독료를 얻을 수 있음
- 데이터 확보(★): 로봇을 계속 관리하면서 실제 현장에서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을 수있음
• 유사 개념 (IT 업계의 ‘구독 모델’)
- SaaS: Software as a Service (오피스 365 등 소프 트웨어 구독)
- MaaS: Mobility as a Service (이동 수단 구독)
한국 기업들이 하드웨어 공급망의 핵심을 차지하는 것을 넘어, 엔비디아의 ‘아이작(Isaac)’이나 구글의 ‘딥마
인드’가 주도하는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 얼마나 강력한 교섭력을 가질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다음 세대의 승자는 제품 그 자체가 아니라, 데이터와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고객의 삶과 산업 현장을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산업 전환의 설계도’를 증명하는 기업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