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3.05.

by 강준형

2026년 3월 5일. 봄기운이 완연해지니 베란다 정원이라는 나의 작은 시장도 활기를 띠기 시작한다. 매일 아침 분무기를 들고 화분들 사이를 지날 때면, 나는 마치 거대한 자본의 흐름을 조율하는 중앙은행 총재가 된 기분이 든다.



​오늘 가장 큰 고민은 역시 한정된 햇빛이라는 자원을 어떻게 배분하느냐였다. 남향 창가의 명당자리는 한정되어 있는데, 새로 들인 로즈마리와 기존의 제라늄이 소리 없는 입지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 결국 나는 생산성이 더 높은 로즈마리에게 햇빛이 가장 잘 드는 골드존을 내어주었다. 제라늄에게는 미안하지만, 성장이 더딘 식물에게 자원을 집중하는 것이 전체 베란다 경제의 총효용을 높이는 길이라 판단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기회비용의 대가다.



​오후에는 몬스테라의 흙을 살피다 문득 과잉 유동성의 위험을 떠올렸다. 식물이 시들어 보인다고 무턱대고 물을 쏟아붓는 것은, 경기가 침체되었다고 시장에 돈을 무한정 푸는 것만큼이나 위험하다. 물이 과하면 뿌리가 썩는 '과습'이라는 경제적 재앙이 닥치기 때문이다. 한계효용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기 직전, 나는 분무기를 내려놓고 적정한 수준의 수분 공급에서 멈췄다. 절제야말로 가장 어려운 투자 기술이라는 걸 화분을 보며 다시금 배운다.



​저녁에는 아래쪽에 노랗게 변한 잎들을 가위로 잘라냈다. 경제학으로 치면 일종의 구조조정이다. 더 이상 광합성을 하지 못하고 영양분만 축내는 노후화된 잎을 정리해야 새순이라는 신성장 동력이 돋아날 자리가 생긴다. 손끝에서 잘려 나가는 마른 잎들을 보며, 내 삶에서도 불필요하게 에너지를 잡아먹는 소모적인 습관들을 이렇게 과감히 쳐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다.



​비록 오늘 당장 꽃이 피지는 않았지만, 내가 준 물과 비료는 사라지는 지출이 아니라 식물의 내실을 다지는 자본 지출이다. 식물을 키우는 일은 결국 '시간'이라는 자원을 투입해 '생명'이라는 배당을 기다리는 가장 정직한 장기 투자다. 내일은 또 어떤 새순이 나에게 수익률을 증명해 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일기장을 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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