덩샤오핑은 생전 “중동에는 석유가 있고, 중국에는 희토류가 있다”고 호언했다. 흔히 이 발언은 중국의 압도적인 자원 보유량을 과시한 것으로 해석되지만, 오늘날 이 말의 진짜 무게는 다른 곳에 실린다. 중국의 위력은 단순히 희토류가 많이 묻혀 있어서가 아니라, 이를 정제하고 가공해 ‘산업의 무기’로 치환하는 능력을 독점해온 데서 나오기 때문이다.
희토류를 둘러싼 논의는 대개 채굴량이나 매장량이라는 숫자에 매몰되기 쉽다. 그러나 실제 승부처는 광석을 분리·정제해 고순도 소재로 만들고, 이를 영구자석 등 첨단 부품으로 완성하는 밸류체인에 있다. 중국의 지배력은 채굴 단계보다 분리·정제와 제조 단계로 올라갈수록 더욱 공고해진다. 희토류 패권의 본질이 광산이 아닌 ‘공정 기술’에 있다는 방증이다.
최근 중국의 행보는 이러한 현실을 더욱 명확히 드러낸다. 중국이 끝까지 움켜쥐려는 것은 단순한 원료가 아니라 가공 및 영구자석 제조 기술이다. 자원을 수출하는 것과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다. 아무리 원료를 손에 넣어도 분리·정제 기술과 제조 능력이 없으면 결국 타국의 공정 라인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희토류 시대의 진짜 권력이 광산이 아닌 공정 라인에서 나온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러한 기술적 우위는 결코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중국은 수십 년간 채굴을 넘어 야금, 소재과학, 제조 역량을 축적하며 산업 생태계를 구축했다. 땅속에 묻힌 광물은 잠재력에 불과하지만, 이를 산업 현장에 투입할 소재로 바꾸는 기술은 곧장 ‘힘’이 된다. 중국은 이 차이를 누구보다 빠르게 간파하고 전략적 자산화에 성공했다.
반면 일본의 대응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과거 센카쿠 열도 분쟁 이후 희토류 문제를 단순한 조달 차질이 아닌 ‘기술 자립’의 과제로 받아들였다. 희토류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입계확산 기술이나 중희토류를 배제한 자석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이 대표적이다. 일본의 사례는 희토류 위기의 해법이 무조건적인 물량 확보가 아니라 ‘덜 쓰고, 대체하고, 회수하는’ 기술력에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역시 광산 재가동을 넘어 바이오 침출, 도시 광산(Urban Mining), 희토류 프리 모터 등 근본적인 해법 찾기에 주력하고 있다. 이제 희토류 경쟁의 축은 ‘누가 더 많이 캐느냐’에서 ‘누가 더 정교하게 분리하고 효율적으로 재활용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한국의 현실은 뼈아프다. 첨단 제조업 강국을 자처하지만, 전기차 모터의 핵심인 네오디뮴 자석 등 핵심 소재의 대중 의존도는 절대적이다. 공급망 다변화 노력은 이어지고 있으나, 정제·가공의 병목 현상을 해결하지 못하면 ‘소재 주권’은 요원하다. 단순히 수입처 몇 곳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남의 손에 쥐인 숨통을 되찾아오기 역부족이다.
이제 한국의 희토류 전략도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자원 확보라는 1차원적 접근에서 벗어나 분리·정제, 고성능 자석 제조, 대체 소재 개발, 그리고 폐기물에서 자원을 캐내는 도시 광산 체계까지 아우르는 종합 전략이 시급하다. 희토류 전쟁은 더 이상 자원 확보전이 아니라 ‘산업 기술 주권’을 건 싸움이다. 결국 주도권은 광산을 가진 나라가 아니라, 광물을 첨단 부품으로 바꿀 공정 라인을 가진 나라의 몫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