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 쉽게 풀어 쓴 미시경제학
그동안 우리는 경제학의 기본적인 내용을 살펴보았습니다. 이번에 다룰 생산가능곡선 또한 기본 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앞서 다룬 내용과 비슷한데요. 다만 한 가지 다른 점은 그 형태가 그래프라는 데에 있습니다. 사실 경제학을 처음 접하는 입장에서 ‘그래프’라는 이유만으로 생산가능곡선을 어렵게 느끼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 경제학은 대다수의 이론을 그래프와 수식으로 설명하고 있습 니다. 좋든 싫든 그래프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뜻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앞으로 다룰 그래프 대부분이 생산가능곡선과 유사합니다. 따라서 한번 학습할 때 정확히 정리해두면 진행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X’와 ‘Y’라는 두 축, 그리고 곡선의 형태 등 하나하나에 신경 써가며 읽어볼 것을 권합니다.
생산가능곡선 (Production Possibility Curve, PPC)
경제 내의 모든 생산요소를 가장 효율적으로 투입했을 때 최대로 생산 가능한 X재와 Y재의 조합을 나타내는 곡선
경제활동에 있어 선택의 문제는 끊임없이 발생합니다. 여기 ‘A’, 그리고 ‘B’라는 두 안이 있다고 생각해보죠. A안을 선택하면 B안은 포기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이 경우 선택의 기준은 무엇일까요? 그렇죠, A 또는 B의 선택이 자신에게 가져다주는 결과의 크기를 비교하여 결정하는것입니다. 하지만 실제 우리 경제활동에서는 이처럼 단순한 양자택일, 즉 A, B 형태의 선택지는 찾기 어렵습니다. 오히려 C, D, E 등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죠. 경제학 또한 이러한 선택의 문제를 이론화시켰지만, 그 이론의 대상이 현실 경제이니만큼 대개 선택의 대상을 두 가지로 제한하고 있습니다. 모든 선택지를 고려하는 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같은 원리로 지금 우리가 학습하는 생산가능곡선에 있어서도 생산 가능한 대상이 무수히 많겠지만 (예컨대 X, Y, Z, W) 그중 ‘X’, ‘Y’ 두 가지 재화로 한정하여 이론을 도출합니다. 물론 보다 정교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X, Y, Z와 같이 더 많은 변수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도 있겠습니다만 원론 수준에서는 대개 두 가지 재화를 대상으로 합니다. 참고로 경제학에서는 재화를 언급할 때 주로 X재, Y재, Z재를 씁니다. A, B, C는 경제주체(소비자, 생산자)를 가리킵니다.
이러한 생산가능곡선은 무엇보다 그 특징이 중요하게 다뤄지는데요, 최소한 여기서 소개하는 내용만큼은 반드시 기억해두도록 합시다. 물론 지금 당장 아래 내용을 이해하는 게 조금 어려울 수있겠지만 나중에는 그래프 모양만 보더라도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왜냐고요? 그만큼 자주 등장하거든요. 그러니 “모르겠다, 역시 경제학은 그냥 외우자”라는 생각은 절대 갖지 말고 “어 차피 알아야 할 내용, 확실하게 알고 간다”라는 생각으로 읽어나가시길 바랍니다.
생산가능곡선의 특징 첫 번째, 바로 생산가능곡선은 우하향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우하향’한 다는 것은 자원의 희소성을 반영합니다. 자원의 양이 일정하게 주어진 상황에서 X재 산출량을 증가시키면 Y재 산출량이 감소한다는 뜻이죠. 아직 그래프에 익숙치 못하다보니 두 축(단위)을 놓칠수 있는데요. 생산가능곡선의 두 축은 재화 생산에 필요한 ‘노동량’이 아닌 생산하는 재화의 ‘양’임에 주의해야 합니다. (‘노동량’ 또는 ‘자본량’이 등장하는 그래프는 따로 있습니다)
[TIP] 우하향? 이거 외워야 되나요?
‘우하향’이라는 것에 대해서 어렵게 생각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예를 들어 밀가루 1,000kg이 있다고 가정 해보죠. 그리고 10kg, 50kg 빵을 각각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10kg 빵을 50개 만들면 50kg 빵은 10개 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 즉 하나를 더 만들면 다른 하나는 덜 만들게 되는 셈이죠. 그렇기에 그래프 에서는 당연히 ‘우하향’ 하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특징이라고 해서 꼭 외울 필요가 없습니다.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두 번째 특징, 생산가능곡선은 ‘일반적으로’ 원점에 대하여 ‘오목’한 형태라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여기서는 ‘볼록’하다는 것과 구별해야 하는데요. 예를 들어 앞서 소개한 생산가능곡선은 오목( 원점에 대해 오목)한 경우입니다. 여러분이 원점, 그러니까 O 지점에 서서 생산가능곡선을 바라본 다고 생각해보죠. 이때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것이 오목하게 보인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그 반대 경우는 볼록 튀어나왔다고(원점에 대해 볼록) 보면 되는 셈이죠. 이때, 오목하기 위해서는 X재 산출량을 증가시킬수록 그에 따라 감소하는 Y재의 양은 점차 증가합니다. (문장이 조금 어렵다면, 그래프에 한 단위씩 점을 찍어 연결해보세요.) 지금 X재 생산에 적합한 재료(투입요소)와 Y재 생산에 적합한 재료가 있는데, X재 생산량을 증가시키면 Y재 생산에 적합한 재료마저도 X재 생산에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Y재 생산량은 급격히 감소하는 것입니다. 경제학에서는 이를 가리켜 ‘체증’, ‘체감’과 같은 표현을 쓰는데요. ‘원점에 대해 오목한 형태’라는 말은 달리 보면 기회비용이 체증한다는 말과 같은 의미임을 알 수 있습니다. 즉 X재 산출량이 증가할수록 점차 포기해야 하는 (X재 생산에 따른 포기해야 하는 가치인) Y재가 커짐을 뜻하죠. 이를 기울기로 나타내면 자연스레 원점에 대해 오목한 형태가 그려집니다.
[TIP] 생산에 적합한 재료
표현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실 텐데요. 단순히 이해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면 ‘도끼’와 ‘침대’를 생산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재료는 막대기와 판자입니다. 처음에는 막대기를 도끼로, 판자를 침대로 생산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도끼의 생산량이 급증하였습니다. 그러면 판자를 쪼개서라도(?) 도끼 생산에 사용해야 합니다. 이처럼 판자로 대표되는 Y재 생산에 적합한 재료가 줄어드는 원리입니다.
한 가지 기억해두어야 할 점이 있는데요. 일부 특수한 경우에는 포기해야 하는 Y재가 커지지 않고 그대로인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생산가능곡선은 어떻게 될까요? 포기하는 Y재가 일정하므로 생산가능곡선의 기울기가 일정할 것입니다. 즉 곡선이 아닌 우하향하는 직선이 되겠죠. 어쨌건 핵심은 생산가능곡선의 형태는 일반적으로 오목한 것이지, 반드시 오목한 것은 아닙니다. 같은 맥락 에서, 드물긴 하지만 원점에 대해 볼록한 형태도 얼마든지 그려볼 수 있습니다.
세 번째 특징은 생산가능곡선의 내부와 외부입니다. 우선 생산가능곡선 내부에 있는 경우, 즉 현재의 생산량이 생산가능곡선 내부에 있다는 말은 생산이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원인으로는 실업 상태 혹은 유휴설비 존재 등을 들 수 있죠. 앞서 다뤘듯 생산가능곡 선이란 현재 주어진 자원을 토대로 효율적인 생산을 했을 때의 결과를 뜻하는데, 실업 혹은 유휴설 비가 존재한다면 당연히 생산은 효율적으로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니까요. 따라서 만약 이 상태(내 부)에서 생산가능곡선상의 한 점까지 이동한다면 보다 효율적인 생산이 이뤄졌음을 의미합니다. 구체적으로는 실업이 감소하거나 생산설비 가동률이 상승하면 이러한 변화가 나타날 것입니다.
덧붙여 생산가능곡선의 외부, 즉 바깥에 있는 점은 현재로는 생산 불가능한 지점인데요. 이 도달 불가능한 점에 도달하려면 ‘+’ 요소가 있어야 합니다. 예컨대 기술진보라든지, 노동자의 기술숙련도 향상, 자원의 새로운 발견, 인구 증가, 경제활동참가율 상승 등을 들 수 있죠.
여기서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A → B’, ‘B → C’ 이 두 가지 이동을 가져오는 요인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약간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Exist(현재 존재하고 있는 것)와 New(새로운 것)의 개념으로 접근하면 좋겠습니다. 예를 들어 기존의 유휴시설이나 실업 상태의 노동자가 존재할 경우는 Exist, 즉 현재 존재하고 있던 것들입니다. 그래서 생산가능곡선 내부에서 생산가능곡선상으로 이동합니다. (A → B) 그러나 기술진보, 인구 증가 등은 기존에 없던 것이겠죠? 즉 New의 개념이므로 생산가능곡선상에서 외부의 점으로 이동합니다. (B → C)
[TIP] 의외로 혼동하기 쉬운 것, ‘실업의 감소’ vs ‘출산율 증가’
읽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아보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문제로 접하면 헷갈리는 부분이 여기입니다. 일단 실업 자가 존재할 시에는 Exist의 개념입니다. 하지만 출산율 증가(노동력 증가)의 경우에는 New의 개념이죠. 대개 실업의 감소로 인해 마치 노동 인구가 새롭게 증가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그렇지 않다는 뜻입니 다. (즉 기존에는 실업으로 인해 효율적 생산이 이뤄지지 못했다는 의미)
이로써 생산가능곡선의 특징에 대해 살펴보았는데요. 이번에는 생산가능곡선의 형태에 따라 기회비용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앞으로 자주 접할 내용이기 때문에 지금 당장 외워야 할, 그런 것은 아닙니다. (점차 익숙해지면 된다는 뜻입니다.) 특히 괄호 안의 내용은 아직 다루지 않았기에 현 단계에서는 그냥 넘어가도 무방합니다. 다만 오목과 볼록이 기회비용에 있어 어떤 변화를 가져오는지만 꼭 파악해두도록 합시다. 오목하다는 것은 X재 생산을 늘려나감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Y재가 많아진다는(커진다는) 뜻이겠죠, 그래서 기회비용은 점차 증가한다고 해서 체증입니다. 반대로 볼록은 X재 생산을 늘려나감에 따라 포기해야 하는 Y재 감소하죠. 그래서 기회비용으로는 체감한다고 표현합니다.
• 원점에 대해 오목=기회비용 체증 (일반적인 경우)
• 직선=기회비용 일정 (거시경제학의 비교우위론 등에서 다룸)
• 원점에 대해 볼록=기회비용 체감 (규모의 경제와 연결)
이번에는 생산가능곡선의 이동에 대해 살펴보도록 할 텐데요. 앞으로 다룰 많은 경제학 이론들이 기본 틀(개념)을 제시한 후, 이를 변형시켜가며 설명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기회 비용의 경우 기회비용을 설명하고 매몰비용, 그리고 명시적 비용과 암묵적 비용을 덧붙여 설명하 였죠? 같은 원리입니다. 생산가능곡선에서도 일단 생산가능곡선이 무엇인지 먼저 다룬 후 그 이동을 설명합니다. 두 그래프가 나와 있는데요. 좌측 그래프는 Y재 생산의 기술진보가 발생한 경우입 니다. X재의 생산량에는 변화가 없지만, Y재의 최대 생산량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죠. 앞서 말씀 드렸던 ‘+’ 요인들이 Y재에 발생한 상황입니다. 또한 같은 원리로 우측 그래프는 X, Y재 모두에 ‘+’ 요인이 발생하였습니다.
• 左: X재는 그대로 있고, Y재만 많아졌다. 즉 Y재 생산에 있어 ‘+’ 요인(기술진보 등)이 발생한 경우이다.
• 右: 두 재화 모두 기술진보 등의 ‘+’ 요인이 발생하였다.
사실 생산가능곡선은 앞서 다뤘던 내용만 충분히 학습하면 관련 문제를 풀이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습니다. 다만 가끔 생산가능곡선을 수식으로 출제하는 경우가 있다보니, 이에 관한 용어와 개념 몇 가지를 정리해두도록 하죠. 먼저 한계변환율입니다.
한계변화율(Marginal Rate of Transformation, MRT)
• (투입량 변화가 없다는 가정하에서) X재 한 단위를 더 생산할 떄 포기해야 하는 Y재 단위 크기
• MRT XY =ΔY/ΔX
한계변환율은 기회비용의 또다른 이름으로 봐도 무방합니다. 위 그래프에서 알 수 있듯 한계변 환율은 생산가능곡선상의 기울기로 나타낼 수 있습니다. 만약 A점에서 X재 생산을 한 단위 더 늘릴 경우, 당연히 Y재 생산은 감소할 것입니다. 이때 A점에서 B점으로 늘린 경우와 C점에서 D점으로 생산을 늘린 경우를 비교해보죠. 그러면 포기해야 하는 Y재의 크기는 점차 커짐을 알 수 있습니 다. 이를 가리켜 한계변환율 체증이라고 합니다.
대개의 경우 생산가능곡선은 원점에 대해 오목한 형태인 만큼, ‘원점에 대해 오목=기회비용 체증=한계변환율 체증’으로 외우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참고로 한계변환율의 경우 한계대체율, 한계기술대체율 등과 헷갈릴 수 있습니다. 미시경제학의 중·후반부에 이르러 다룰 개념들이니, 여기 서는 일단 한계변환율만 정확히 알아두면 됩니다.
마지막으로 생산가능곡선이 갖는 의의랄까요, 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바로 희소성입니다. 생산가능곡선을 보면 생산할 수 있는 양이 한정되어 있음을 알 수 있는데요, 이는 우리 경제에서 무한한 생산은 불가함을 나타냅니다. 그렇기에 생산에 있어서 효율성을 강조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