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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샨티 Sep 26. 2022

배운대로 아이와 나누기

엄마의 공부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


1. 지난여름, 주말마다 서울에 와서 경제공부를 했다. 듣고 싶었던 오프라인 강의였고, 가상의 공간이 아닌 실제의 세상에서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친한 친구도 같이 신청했고 아이 키우느라 바쁜 엄마들이 홀몸으로 공부하며 쉬는 시간마다 미래를 위한 찐 대화를 나누는 것도 달콤한 재미였다.


엄마 없는 시간 동안 아빠와 놀다가 또 이웃집에도 가서 놀던 둘째가 이웃집 엄마에게 "우리 엄마 사장님 되려고 공부하러 갔어요"라고 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전해 듣고 웃음이 터졌다.


정말 팩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근로자의 삶만 알다가 이제는 사업하고 투자하는 삶의 중요성을 알아버렸으니, 사장님 마인드로 살고 있다. 언젠가 "엄마 사장님 될 거고 대표님 되려고 열심히 책 읽고 공부하는 거야"라고 설명해 줬는데, 아이는 그걸 그렇게 받아들였나 보다.


하나라도 배우고 익힌 것들로 아이들과 편하게 대화를 나누는 편이다.

하브루타가 별 건가, 일상의 소재들로 묻고 질문하며 대화를 나누는 거지.




2. 엄마는 오랫동안 금융맹으로 살아왔지만, 우리 아이들 세대는 좀 달라지길 바란다. '자본주의 테크트리 맵'을 배우며 엄청난 현타와 자각이 왔었는데, 강사님께서 이 내용을 아이들과도 편안하게 나누라고 하셨다. 아이들이 공부를 열심히 하게끔 하는 동기가 부여될 거라고. 투자에서도 자녀교육에 있어서 앞서 나간 멘토님께서 시키면 그대로 해본다.


밥을 먹다 엄마가 서울 가서 배워온 중요한 것에 대해 알려주겠다고 하니 아이들 눈빛이 반짝인다.


빈 종이 꺼내서 '자본주의 테크트리 맵'을 대략 그리고, 일을 열심히 하면 돈을 벌게 될 것이고, 그 돈으로 생활도 하지만 남은 돈은 차곡차곡 씨앗 주머니에 모아야 한다고 설명해 줬다. 벌 수 있는 돈의 양은 지금 너희가 공부하고 성취하고 노력하는 것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점, 버는 대로 다 써버리면 주머니가 차지 않으니 일단 절약하며 모아야 한다는 점을 알려줬다.


"씨앗 주머니에 어느 정도 돈이 찼다면, 그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아홉 살 아들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

.

.


"투자"였다.


빙고!


올 상반기 경제 서적을 엄청나게 읽고, 유튜브 방송도 많이 듣고, 또 강의도 들으며,

하나씩 둘씩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을 신이 나서 아이들에게 흘려왔었나 보다.


돈을 모으고 나오면, 그 돈을 어떻게 지혜롭게 굴릴까라는 투자의 관점이 서야 한다.

아이가 그 단어와 느낌을 긍정적으로 가져가는 것 같아 흐뭇했다.


나 때는 '돈' 이야기하는 것이 상스럽다고 금기시되기도 했지만 정작 '돈'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자주 봐왔었다. 내 아이와는 우리에게 집과 땅이 필요한 이유, 돈의 중요성에 대해 편안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어 참 좋다.

엄마의 공부는 비단 엄마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스며들기에 참 중요한 것 같다.





3. 여름 방학 동안 서울과 수도권의 박물관, 과학관, 미술관 등을 첫째와 자주 다녔다. 경기도 외곽에 사는 우리는 전철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기차를 타고 서울 입성하여, 다시 지하철을 여러 번 갈아타는 1시간 30분가량의 수고를 해야만 원하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기차여행은 즐거운 일이지만, 장거리 이동이 자주 반복되니 몸이 고달파졌다.


"서울에 산다면 어떨까?"


집으로 돌아오는 기차를 잘 못 타서, 급하게 전철을 갈아타고 길고 긴 시간을 앉아오며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서울은 수도이고 일자리가 많아 사람들이 많이 모여있는 만큼 지하철 노선이 발달했다는 것.

-좋은 박물관과 미술관, 공연, 백화점들이 서울에 많아 문화 예술적인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

-다만 지난번 동대문 DDP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 문까지 사람들이 들어차는 '지옥철'을 경험한 것처럼 사람이 너무 많아 혼잡할 수 있다는 것.

-반면 우리가 사는 지역의 장점은 자연환경이 참 좋다는 것. 그런데 중고등학생이 되면 서울로 많이 간다는 점. 

-물론 서울에도 좋은 공원이나 강을 볼 수 있는 곳은 있다는 것.

등등.


이야기를 편하게 나누다 보니 직장, 교통, 학군, 상권, 호재 등의 '입지'의 요소들이 다 나왔다. ㅎㅎ


'서울은 사람 살 곳이 못 된다' 

나의 오래된 사고였다. 경험도 없었고 전망을 그리지 못해, '잘 모르는 것은 나쁜 것'이라는 대중적 우매함에 빠져 그렇게 생각하고 살아왔다. 나는 그렇게 살지 않더라도 왜 사람들이 서울행을 선호하고 서울 아파트를 동경할까에 대해 젊은 시절 한 번쯤은 진지하게 생각해 봤으면 좋았을 것이다. 마흔 넘어 경제공부를 하며 오랫동안 서울을 절절하게 미워해왔던 과거를 돌아보고, 눈물겹게 서울을 용서하며, 서울을 그저 서울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아이가 어떤 삶을 선택할지는 모른다.

도시를 좋아할지, 시골을 선호할지.

하지만 두루두루 경험하고 장단점을 파악해서 자신의 인생에 잘 녹여내면 좋겠다.


그저 나는 나부터 잘 살아가자는 태도로, 필요한 것들을 공부하며 내 지평을 넓혀나가는 중이다.





4. 동시성이랄까, 

위의 생각들을 마음에 품고 있었더니, 최근에 본 책에서 다음 구절을 만났다.


태도가 모든 것을 결정한다
<밥 부록터, 부의 확신>



어쩌면 '태도'는 내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 아닐까 싶다.


공부하고 익히고 자연스럽게 나누는 태도로 아이를 키운다. 다른 능력은 크게 없지만, 하는 일이 가르치는 영역인지라 아이들에게 아주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을 어느 정도는 하는 것 같다.


자연주의, 생태, 발도르프, 글쓰기, 경제, 영성...

내 세계의 확장이 아이에게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도록, 멋진 인생 선배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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