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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19. 2016

오로라 헌터, 떠날 수 있을까?

오로라 헌터의 탄생

어느 날 불쑥 김 PD가 찾아왔다. 김 PD는 라오스에서 업무상 만난 이후 그 인연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그를 '본수원갈비'로 안내했다. 수원에서는 역쉬~ 왕갈비 좀 뜯어야 손님 접대했다고 할 수 있으니. 수원 왕갈비와 함께 그간의 밀린 이야기를 나눴다. 뭔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듯 머뭇거리던 김 PD가 불쑥 이야기를 꺼낸다.


"남선생님, 사실~ 제가 노르웨이에 오로라를 보러 가려고 계획 중인데요, 같이 가시겠어요?"


음~ 고민할게 뭔가. "가야죠." 그렇게 '오로라 헌터'는 준비되기 시작했다. 너무 간단하지 않냐고요? 인생을 살면서 길게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일도 가끔 있는 법이다.


2016년 6월 초,  '오로라 헌터'의 첫 모임이 '황금콩밭'에서 있었다. 4명이 모였다. 사실 뭐 여행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여행을 같이 갈만한 사람들인지 간을 보는 자리였다고나 할까. 그리 좋은지를 단번에 알 수는 없지만, 나쁘진 않을 것 같았다.


"사람들이 좋으면 같이 가는 거지 뭐. 나머지는 기술적인 문제들이고."


저녁 식사 후 윤 대표가 하는 빵집을 들렀다. 시큼한 막걸리를 만드는 양조장을 하다가, 천연발효종 빵에 꽂혀서 빵집까지 열었다. 주변에 이상한 분들이 너무 많다(?). 여러 가지 빵과 맥주를 함께 맛보면서 시시껄렁한 세상사를 나누었다. 우리의 여행도 이날처럼 유쾌하기를 바라면서...

 

오로라


저녁 모임 후 몇 일간의 소강상태가 지속되었다. 가긴 가는 걸까, 라는 의심이 들 찰나에 김 PD가 다시 시동을 건다. 단체 카톡방이 만들어지고 메시지들이 오가기 시작했다. 스카이스캐너의 비행 편을 검색하고 최적의 코스가 제안되었다. 그렇게, 암스테르담을 거쳐 오슬로로 가는 비행 편이 1주일 만에 결재가 끝이 났다. 73만 원, 저렴한 항공권이다. 그것도 KLM, 항공사도 좋다. 6월에 11월에 출발하는 항공권을 예매했다. 저렴한 항공권 답게 반환할 경우 타격이 크다. 아까워서도 가야만 한다.


"이거 기름값이나 나올까? 뭐~ 이렇게 먼저 구입하니 도움이 되네.... "  저렴한 여행과 품격 있는 낭만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라오스의 더운 열기를 북극에다 묻고 오겠다는 결기를 다졌다. 열대와 북극, 내게는 나쁘지 않은 여행의 조합이다.


그나저나 무슨 일이든 주도적으로 나서는 리더가 있어야 하는 법이다. 이건 될 것 같았다. 김PD의 의지가 강해서 가능한 일이었다. 그는 다큐 PD로서 업무로서 떠나는 여행이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하고 싶어했다. 동행하는 작가들 역시 같은 바람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직업적인 특성 때문인지 이런저런 카메라는 켕겨갈 모양이다. 그는 어떤 그림을 만들어내고 싶은 걸까? 그럼 나는 왜 가고 싶은걸까? 이유가 뭔가 있었지만 금방 떠오르진 않았다. 언젠가는 그 이유가 떠오르겠지.


비행편의 예약이 완료된 후에도 김PD는 스카이스캐너를 계속 돌린 모양이었다. 아마도 우리가 구입한 비행기가 정말 저렴한 것인지 궁금했던 모양이다. 그는 그 결과를 단톡 방에 공유했다. 난 "참~ 서민스럽다"고 응수했다. 그렇지만, 정말 항공권 예약은 대박이다. 운이 나쁘진 않다.


트롬쇠, 우리갈 지역은 피요르드 해안의 작은 섬이다.


오슬로에서 트롬소(69°39'15.9"N 18°57'21.1"E)까지 어떻게 갈 것인가? 비행기 또는 자동차? 역시 구글신이 답을 준다. 자동차는 22시간이 걸린다. 노르웨이 북극로를 따라서 좁은 길을 갈 수도 있고, 스웨덴을 거쳐 넓은 길을 갈 수도 있다. 이틀간 정말 열심히 운전해야 한다. 가능할까? 우리는 트롬쇠에 더 집중하기로 했다. 트롬쇠 주변의 피요르드 해안을 더 탐색하는 게 낫지 않을까? 결국 국내선을 타기로 결정했다.


구글신이 알려주는 오슬로-트룀쇠 간 자동차 경로, 22시간이 걸린다.


다른 일행들은 블로그를 검색하고, SBS에서 방송한 오로라 헌터라는 프로그램의 동영상을 공유했다. 갑자기 결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신이났다. 이미 오래전부터 오로라를 꿈꿔왔던 것처럼.

김 PD가 숙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가격도 중요하고 편안함도 중요하다. 다양한 사람들이 가는 만큼 이 문제는 성급할 필요는 없었다. 국내선 예약도 조금 더 기다려도 될 것 같았다. 아직까지 탐험대의 숫자도 확정되지는 않았다. 입질은 계속 오고 있었다.



나는 여행을 떠나기 전에 기본적인 조사를 좀 시작하기로 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그렇지만 뭘 볼 것이냐의 문제는 남는다. 노르웨이, 오로라 이 두 가지의 키워드를 중심을 생각의 지평을 조금씩 넓혀 갈 예정이다.


먼저 노르웨이와 트롬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노르웨이는 32.4만 제곱미터의 국토 면적으로 남북한을 합친 면적보다 1.5배 정도 더 크다. 반면에 인구는 470만으로 11분의 1 수준이다. 노르웨이는 세계 5위의 원유 수출 대국이다. 스웨덴과 함께 대표적인 북유럽 복지국가로 국민들의 행복 순위가 항상 1-2위를 다투는 국가이다. 산유국임에도 생산되는 전기의 99%는 수력발전으로부터 얻는다. 추운 기후대에 있는 나라이지만 축복받은 나라이다. 난 이런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몹시 궁금했다.


나는 김 PD에게 왜 노르웨이 여야 하는지 물은 적이 있었다. 아이슬란드 정도도 좋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김 PD는 노르웨이는 북해 난류가 흐르고 있어 겨울에도 영하 10도 이하로 떨어지는 법이 없지만, 아이슬란드는 영하 30도까지 떨어진다고 한다. 그의 경험으로 영하 30도에서는 야외에서 한 시간 이상 머물기 힘들었다. 그래서 비교적 온화한 기후인 노르웨이가 오로라를 촬영하기에 더 좋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몇 시간 동안 그 오로라를 쳐다보고 싶은 모양이다.



트롬쇠는 피요르드 해안의 섬들이 모여있는 곳의 중심도시로 인구는 7만 정도이다. 피요르드 해안. 지리 시간에 배운 용어이다. 얼마나 대단할까. 구글 지도가 보여주는 모습만으로도 이미 기대를 가지기에 충분했다. 지형은 마치 얼음꽃이 핀 것처럼 구불구불, 들쭉날쭉하다. 멋진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트롬쇠는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로 1월 평균기온은 -4.4 ℃ 밖에 되지 않는다. 북극권 치고는 날씨는 매우 온화하다. 이곳에서 스발바르 제도가 그리 멀지 않다. 세계종자저장고와 컴퓨터 서버들이 빙하 속에 저장되어 있는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트롬쇠에 대한 이야기는 추후에 더 추가할 예정이다.


구글 지도를 트롬쇠를 검색하면 이런 멋진 도시가 나온다. 우리가 갔을 때도 이런 모습일까? 아마도 온통 눈 벌판이겠지. 그렇지만 어떨까. 더 멋진 풍광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트롬쇠(2009년 2월), 구글에서 일부 캡쳐 by KincsesGy


모두의 항공권 예약이 끝이 나고, 이제 우리의 출발 준비는 다 끝이 나가고 있다. 오로라 헌터는 과연 출발할 수 있을까? 우리가 있는 동안 '오로라 헌터'는 그 북극의 오로라를 만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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