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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Jun 19. 2016

파리 남쪽의 대저택, 퐁텐블로 성

돌아 보기엔 너무 큰 정원과 숲

프랑스 일드프랑스 주(州) 센에마른 현(縣)에 있는 퐁텐블로는 파리 남동쪽 약 65km 지점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이곳에는 베르사유의 모델이 되었던 퐁텐블로 성(Château de Fontainebleau)과 무려 2만 5000헥타르에 달하는 광활한 숲으로 유명하다. 특히 퐁텐블로 성은 중세 카페 왕조 때부터 나폴레옹 3세에 이르기까지 프랑스의 역대 왕들이 거주하던 역사적인 장소다.


성을 처음 들어서면 슈발 블랑 정원으로 내려가는 '페라슈발 계단'이 맞이한다. 말발굽 모양으로 생겼으며 계단 아래로는 마차가 다닐 수 있게끔 해놓았다(마지막 사진). 퐁텐블로 성은 광대한 숲이 매력이라고는 하지만 시간의 쫓기는 여행객들이 걸어서 둘러볼만한 크기는 아니다. 너무 넓다.



궁 뒤편의 뒤뜰이다. 유럽의 모든 건축물들이 그러듯이 건물 앞은 실용적이고 뒤뜰은 장대하다. 더운 날 한 바퀴 돌아보려면 땀 좀 흘려야 한다. 바쁜 여행객들은 아예 걷기를 포기할지도 모르겠다. 정원 주변으로 띄엄띄엄 다듬어진 나무와 잔디가 깔려 있다.



짧은 시간을 내어서 넓은 성을 속성으로 둘러본다. 퐁텐블로 성을 끼고 있는 호수에는 백조가 한가롭게 노닐고 있고, 한쪽 모서리에는 뱃놀이를 했음직한 보트가 메여 있다.



성을 돌아서 호수 옆길로 가면 녹음이 울창한 나뭇길이 나온다. 나무의 크기가 상상을 초월한다. 록키산맥에서 구름까지 뻩은 나무를 본 이래로 가장 큰 나무이다. 일단 그 크기에 일단 압도당한다. 그 나무 옆에 서면 사람이 개미만하게 느껴진다. 이런 규모의 나무를 본다면 밀레처럼 "나는 위대한 힘 앞에 스스로 무릎을 꿇고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다"는 말이 절로 나올 것 같다. 숲길이 주는 아늑함 보다는 밀레가 느꼈을 그 위압감을 이 숲길에서도 느꼈다. 




성이 너무 넓어서인지 마차가 다니면서 여행객들을 태우고 있다. 베르사유에서도 이런 마차 여행이 있었다가 지금은 없어졌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아직 있는 모양이다. 프랑의 모든 건축이 그렇듯이 여기도 그 뜰이 너무 넓다. 귀족들이 말을 타고 달리면서 그들의 영지를 돌아 보았을 것 같은 장면이 저절로 떠올랐다.



드넓은 정원을 지나서 길 쪽으로 가면 거대한 인공 수로가 자리하고 있다. 이 나라 사람들은 곡선미나 자연미 이런 것에는 별 관심이 없었던 듯하다. 직각으로 시원스럽게 만들었다. 이곳 역시 걷기보다는 말이나 마차를 타고 다니기에 더 적합하다.



퐁텐블로 성을 마주 보면 말발굽 모양의 '페라슈발 계단'이 보인다. 떠나기를 아쉬워하며 다시금 돌아본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날이 있다면 그때는 여러 날 머물면서 길거리 카페에서 프랑스의 요리도 먹어보고 와인도 마시면서 여유를 즐기고 싶다. 퐁텐블로 숲을 모터바이크를 타고 달리면서 그 숲은 또 얼마나 넓을까, 그 크기를 느껴보고 싶다.


프랑스는 광활 기도 하거니와 거기에 사는 사람들 통도 큰 듯하다. 하나 같이 거대한 건축물과 광대한 정원, 그리고 딸린 숲들을 보면, 우리나라의 아기자기한(?) 옛 궁궐과 비교된다. 한편으로는 초라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오히려 편안함도 느껴지는 우리의 건축미, 조금은 위축이 된다. 한때 유럽을 호령했던 대제국 프랑스의 위용을 퐁텐블로에서 다시금 느낀다.


* 2012. 2. 11.에 쓴 글을 옮겨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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