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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코타운 Feb 06. 2019

디지털 시대, 새로운 취약계층의 비애!

아날로그 친화적인 사회를 꿈꾸며...

부모님의 핸드폰은 항상 동생의 담당입니다. 누가 그리 정하진 않았는데 자연스럽게 전화가 잘 안된다면 바꿔드리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얼만 전에는 스마트폰으로 바꾼 모양입니다. 요즘 스마트폰이 아닌 걸 오히려 찾기가 힘들 정도니 말이죠. 또 쉽다고도 하고.... 폴더폰도 짝퉁 스마트폰 형식으로 만들어서 복잡해진 게 큰 이유 중 하나기도 했습니다.


저도 집에 갈 때마다 정말 열심히 사용법을 설명드렸습니다. 이 정도 기본 기능은 쓰시겠지 하고 말이죠. 부모님은 처음 만져본 스마트폰을 신기해하셨지만, 터치하는 것도 부자연스럽고 메뉴가 화면마다 달라지는 것도 어색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크게 내색은 않으셨지만요. 젊으셨을 때는 그래도 마을에 신물물을 도입하던 나름 얼리어댑터이셨는데 말이죠.


요금폭탄을 맞다.


그런데 몇 달 전에 동생이 부모님 전화 요금이 너무 많이 나왔다고 이야길 하는 겁니다. 10만 원대가 넘게 나왔다고요. 그럴 리가? 뭔가 잘못됐겠지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부모님은 사실 핸드폰을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집전화로 전화를 주고받는 게 일반적입니다. 대개는 핸드폰을 집에 두고 다니는 경우가 많습니다. 면 소재지에 있는 시장에라도 가지 않는 다면 말이죠. 그러니 자연히 요금도 쓰는 만큼 내는 요금제를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부모님 두 분이서 통화를 하면서 문제가 생겼습니다. 두 분 다 전화 통화 후 끊었는데... 아뿔싸 스마트폰의 가죽 커버를 그냥 닫아 버린 겁니다. 평소처럼 말이죠. 아마도 예전 폴더폰처럼 폴더를 닫으면 전화도 꺼진다고 생각하신 듯합니다. 다른 분들과 통화에서는 문제가 없었죠. 다른 쪽에서 끊었으니 자연스레 끝이 났지만, 두 분 다 그냥 커버만 닫아 버린 거죠. 12시간 이상 통화 상태가 되었고 요금 폭탄을 맞았습니다.


또다시 누차 설명을 드렸죠, 종료 버튼을 눌러야 한다고... 부모님은 요금을 내는 동생에게 많이 미안해하셨습니다. 돈보다는 아마도 이런 정도의 기본적인 사용법도 모른다는 자괴감, 자신감을 많이 잃어버린 듯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고향을 갔는 데 여전히 스마트폰을 어려워하셨습니다. 정말 단순한 뒤로 돌아가기 메뉴를 못 찾아서 전화를 못 걸고 계신 겁니다. 아~ 순간! 다시 예전의 폴더폰으로 바꿔드려야겠구나 생각을 했습니다. 이분들은 스마트폰과 절대 친해지기는 어렵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도서카드도 못 만드는 공공도서관


그런데 이게 단순히 전화만의 문제는 아닌  같습니다. 오늘 뉴스에는 기차를 타면 입석은 대부분 어르신들이라는  소개됐습니다. 사실 뉴스를 검색하면 여러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젊은 친구들이야 스마트폰으로 표를   역에 가지만, 어르신들은 당일 매표창구에서 표를 구입하니 당연히 입석밖에 남은  없었겠죠. 이건 제가 무궁화호를  때마다 느끼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이런  그냥 모른 척하는   불편하게 느껴졌습니다.


      * 참고 1: 설 기차 ‘타보니’…입석엔 노인들 (경향신문)


 이런 문제로 이미 곳곳에서 충돌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언제까지 이 문제를 외면할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 참고 1:  기차표 입석 사놓고 뻔뻔하게 내 자리에 앉아있는 노인들 (포스트쉐어)


다시 예전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영국에서 한동안 머물다 막~ 돌아왔을 때 공립도서관에 가서 도서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종이에 가입신청서를 쓰려고 요청을 하니 밖에 있는 컴퓨터를 이용하라는 겁니다. 제가 누굽니까? 다시 요청을 했죠. 똑같은 답이 돌아왔습니다. 영국과는 많이 다르구나 싶었습니다. 한번 더 항의했습니다.


그럼 저야 컴퓨터를 쓰면 되는 데 어르신들은 어떻게 도서 카드를 만들라는 말입니까?

진심을 다해 항의를 했지만, 다른 방법은 없으니 알아서 하라는 답만 들었습니다. 이런 제도를 만든 담당자는 종이를 줄였다고 칭찬을 받았을지도 모릅니다. 별수 있나요! 다시 적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게 바람직한가라는 생각듭니다. 우리 사회는 점점  노령화 시대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저야 겨우 요즘의 디지털 전환 속도를 따라잡지만 미래에도 그럴  있을까, 솔직히 자신이 없습니다. 정보의 격차가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디지털 시대가 양산한 새로운 취약계층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건 어쩌면 장애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죠. 디지털 기술시대에 만들어진 새로운 유형의 장애 말입니다. 우리는 도로의 보도블록부터 화장실까지 장애인들은 위한 사회적 투자를 당연하게 여깁니다. 대부분 비어있어도 건물 가장 좋은 자리에 주차라인을 만들고 비장애인이 세우면 벌금까지 물립니다. 이런 제도가 없으면 이상한 거죠. 그런데 왜 새로운 유형의 장애에 대해서는 무관심한 걸까,라고 말입니다.


제 동생은 자신의 경험을 들려줍니다. 수서역에서 노인이 기차표 매표창구를 묻기에 같이 모시고 가서 안내해드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수서역은 사실 길 찾기가 쉽진 않습니다. 촌사람들에게는 18세기에서 22세기로 타임슬립 한 느낌까지 들게 만듭니다. 그런데 그날 표도 아니고 다음날 떠나는 열차표를 사기 위해 역까지 나오셨다고 합니다. 스마트폰을 자유롭게 다루는 세대에게는 상상하기 힘든 상황입니다.


과하게 친절하기도 하고, 또 과하게 무관심하기도 합니다.


느린 삶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배려


기본적으로 기차표 정도는 전화를 이용해서 예약이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니면 예전처럼 근처 여행사에서 예매할 수 있게 하거나 말입니다. 사실 요즘은 주변에 여행사도 예전처럼 없으니 이것도 어렵겠죠. 차라리 동사무소에서라도 그런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어떨까요? 기본적인 생활에서 스마트폰 사용자들과 너무 큰 차별을 방치하는 게 바람직할까요?


컴퓨터를 쓸 줄 몰라도 공공도서관의 도서카드는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설사 종이가 한두 장 더 들어가더라도 어르신들도 도서관을 가고 책을 대출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좀 더 친화적으로 만들어야 하고요. 스마트 기기로 편리하게 사용하는 건 선택이 되어야지 필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정의를 강권해서도 안되지만 편리도 강제되어서는 좋은 사회라고 할 수는 없을 겁니다.


복잡한 세무업무까지 해달라는 것도 아니고 기본적인 생활은 가능하게 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요. 이게 세대 간 갈등,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소외를 예방하는 일일 겁니다. 비용이 수반되는 일이면 법으로 강제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나라가 복지국가를 지향한다면 말이죠. 이젠 속도보다는 변하지 않는 것에 관심을 두는 분들에게 더 아날로그 친화적인(analog friendly) 사회를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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