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가수분과 종다양성에 관한 이해
오늘은 사과 하나 어떠세요!
그런데 아래 사진 속 사과는 좀 이상하죠.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전혀 익숙하지 않습니다. 돌사과, 꽃사과라 불리는 사과이긴 한데 우리가 먹는 품종은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껍질은 두껍고 매우 씁니다. 약으로나 쓸까요! 과수원마다 10-20%는 이런 못 먹는(?) 품종을 심으라고 추천합니다.
왜, Why, 일까요?
이런 사과나무를 수분수(受粉樹)라고 합니다. 꽃가루만 제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그럼 과수원에 수분수가 없으면 어떻게 될까요? 꽃이 떨어져도 사과는 달리지 않습니다. 또 기상재해가 왔을 때 피해도 더 커진다고 하죠.
오늘 하려는 주제는 꽃사과가 필요한 이유, 즉 타가수분(cross pollination)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타가수분 특징을 나타내는 식물을 자가불화합성이라고 분류합니다. 뭔 말이냐 하면 자기 꽃가루를 암술에 묻혀도 수분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깁니다. 반드시 다른 품종의 꽃가루를 가져와야 수분이 됩니다. 과일은 대개 이 규칙을 따릅니다.
왜 일지는 쉽게 상상할 수 있죠. 바로 병해충의 공격에 대한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같은 유전자라면 언젠가는 공격할 방법을 찾아낼 테고, 그럼 재앙으로 이어지겠죠. 이렇듯 자연계에서 유전적 다양성은 생존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예외는 아니죠. 가끔 이상해 보이더라도 다양성을 용인하는 게 종 전체의 생존에는 유리합니다.
배 역시 사과와 같은 타가수분 작물입니다. 그런데 배는 벌의 도움을 크게 받지 못합니다. 그래서 봄철이면 배 과수원에는 꽃가루 통을 든 농부들이 꽃 하나하나에 붓으로 꽃가루를 칠하기도 합니다. 이런 작품 활동을 농업에서는 인공수분이라 부릅니다. 그런데 이게 참 고생스럽습니다. 벌에 대한 존경심은 저절로 생기게 될 만큼 말이죠. 공공기관에서는 봄철 일손돕기 아이템에 배밭의 인공수분을 포함합니다. 짧은 기간 동안 일시에 이루어져야 하는 작업이라 순간적으로 일손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드론으로 꽃가루를 뿌리기도 한다죠.
그런데 어떤 작물은 수분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씨방이 커지는 과일이 있습니다. 학자들은 이 경우에도그럴싸한 단어를 씁니다. 좀 유식해 보이게 "단위결실(單爲結實)"이라 부르죠. 즉 혼자서도 그냥 열매를 키우는 성질을 말합니다. 파인애플이 대표적입니다. 파인애플에서 씨앗을 보신 분은 많지 않겠죠. 그런데 다른 품종의 꽃가루가 묻으면 파인애플 역시 씨앗이 생깁니다. 믿거나 말거나...
우리가 겨울철마다 맛있게 먹는 감귤 역시 단위결실이 되는 대표적 과일입니다.
그럼 씨 없는 과일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이제 몇 가지 전략이 떠오르시나요? 그런 걸 하나하나 찾아가면서 품종이 만들어지고 식물에 대한 이해도 깊어집니다.
이 이야기가 오늘 저녁 사과를 드실 때 떠오르면 좋겠습니다. 이 녀석은 "꽃사과의 도움을 받아서 내손에까지 왔구나"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