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준 높은 정책연구의 조건
인도를 대표하는 공공씽크탱크인 " The Centre for Policy Research (CPR)'에서 발간한 하나의 보고서에 눈길이 갔다. 이 보고서를 발간한 CPR은 1973년에 설립된 비영리, 비당파적, 독립기관으로 인도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대해 수준 높은 학문, 더 나은 정책, 더 강력한 대중 담론에 기여하는 연구를 수행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 연구소에서는 농업, 기후변화, 환경, 기술 등 사회전반에 관련된 이슈를 다루고 있다.
수준 높은 정책연구를 보면 자세히 살펴보게 된다. 이번에는 인도의 자료를 보다가 농가규모별로 농업소득의 비중에 대해 다룬 자료에 관심이 갔다. 당연하게 농장의 규모가 커질수록 농업소득의 비중이 높아진다. 실제로 자료에서는 7개의 구간으로 나누어 분석했다(첨부한 원문 참조). 그것도 지역별로. 인도가 하나의 나라라고 하기에는 너무 차이가 나니 주별로 분리를 했다. 결과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인도 농가의 농업소득 비중은 1 ha 미만일 경우 26~44% 수준이다. 2~4 ha에서는 70%로 증가하고, 10 ha 이상에서는 90%에 이른다. 당연하게 예상할 수 있는 자료이다. 물론 이 당연하 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보지 못했다. 그런데 정책적 함의를 제시하는 게 눈길이 갔다. 역시 간략하게 요약하면....(아래는 DeepL 번역에서 약간 보완을 해서 인용했다.)
1. 농업이 전문적이고 숙련된 경제 활동이자 기업이라는 인식을 가져야 합니다. 더 이상 농업을 복지의 대상이나 보조금을 지원해야 하는 대상으로 취급해서는 안 됩니다. 모든 사람이 농부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럴 필요도 없습니다. 농업 정책은 농업이 주요 수입원인 사람들을 우선순위에 두고 지원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최저 지원 가격, 정부 조달, 농산물 시장 개혁, 인프라, 관개, 비료 및 기타 투입 보조금, 키산 신용 카드 대출, 농작물 보험, 농산품 수출입 정책의 설계 및 제공이 포함됩니다.
2. 소득의 대부분을 벌어들이는 상당한 규모의 경작지를 보유한 농부들이 해당 토지의 소유자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인도의 통계 데이터는 '운영' 보유와 '소유' 토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농업 정책은 많은 제도, 혜택 및 농민에 대한 이전을 위한 주요 기준으로 토지 '소유'에 확고하게 집착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전국의 많은 위험을 감수하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는 경작자들이 불이익을 받고 있습니다.
3. 소득을 다변화하는 정책도 중요합니다. (70%의 소농에 해당)
4. 농가에 대한 농업 투입물, 기계 및 기타 서비스 공급은 말할 것도 없고, 농산물의 수집, 등급 분류, 포장, 운송, 가공, 창고 보관 및 소매 등 농장이 아닌 외부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고용할 수 있는 범위도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러한 모든 활동은 농장 밖에서 이루어지더라도 농업의 영역에 속합니다. 농업 정책은 농가 소득을 높이는 것뿐만 아니라 농장 밖에서, 그리고 농장과 더 가까운 곳에서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5. 이러한 정책은 반드시 각 주 별, 주 내에서는 지역별로 차별화된 정책이 필요하며, 이는 농촌 가구를 농업 및 경제 발전을 위한 더 큰 비전의 중심에 두어야 합니다. 또한, 농장과 비농장의 상호연계를 더 잘 이해하고 농장 안팎에서 다양화의 필요하고 도전적인 과정과 역학을 더 잘 지원하고 가능하게 하는 정책도 필요합니다.
약간의 해설을 하면 농가소득은 농업소득, 농업외소득, 이전소득으로 구성되는 데 농업정책을 농업소득이 절반이 넘어가는 농가에 집중하라는 주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농업정책을 쓸 때는 농업소득 중심 농가를 위한 경쟁력 강화가 있고, 1ha 미만으로 농업소득이 작은 농가를 위한 직접보조 정책이 있다. 그런데 다수의 농가(70% 이상)가 농업소득의 비중이 작다 보니 보조정책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데 여기에서는 농업정책이 50%를 넘어가는 규모화된 농가를 지원하는 경제정책에 집중하라는 주장이고, 토지의 소유자를 중심으로 하는 정책은 모험적이고 규모화된 임대농을 약화시켜 인도농업을 취약하게 만들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관심을 끈 게 농사 자체만이 아니라 농작업 대행 등 영농서비스와 유통 관련 사업 등 농장 밖에서 이루어지는 것도 농업이니 그 부분에도 집중을 하라는 권고이다.
많은 부분 우리나라에서 이미 하고 있는 정책이기도 하고, 크게 차이가 나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분석과 제언의 수준이 높기도 하고 참고할 게 많아서 한참을 들여다봤다. 인도 역시 우리나라와 비슷한 전형적인 개도국 농업을 가진 국가인데 어디를 지향하고 있는 지를 엿볼 수 있어서 관심이 갔다. 아마도 장기적으로는 잘 발전을 할 것 같다는 기대를 갖게 했다.
반면에 우리나라 통계에서는 대체로 평균만 제시를 한다. 아직까지 규모에 따른 차별화된 정책과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까지 대체로 이르지는 않는다. 아마도 이것도 역시 과거에 다 비슷한 규모일 때의 관점에 머물러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도 한다. 다른 이유도 들었지만 글로 쓰기는 그래서 패스하고.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서는 아예 규모별로 분리해서 통계를 만든 걸 찾기가 어렵다. 거의 없다고 봐야 할 정도로. 이것 역시 농업을 바라보는 인식이 20세기에 고정되어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한다.
농민들과 토론을 할 때는 이 규모가 고려되지 않고 평균을 중심으로 하는 주장을 자주 듣는다. 물론 이건 다른 부작용도 있는데, 예를 들면 규모화된 축산과 원예 농가의 경우 기업이 가져야 하는 책임성을 가져야 하는데 이럴 때는 또 묻어가는 전략을 취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지향도 제대로 작동하기가 어려운 구조인데, 이는 이런 차별화된 통계와 전략의 부재가 불러온 결과가 아닐까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는 농업통계가 통계청에서 관장하고 있어서인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하는데... 꼭 그게 원인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원활한 토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뭉뚱그린 분석을 규모별로 세분화해서 다시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별해서 인식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다다르게 된다. 그냥 지금 얼핏 생각이 그렇다는 말이니...
Agricultural Households and Farming Income: An initial analysis of variations in income from farming and other sources among agricultural households in India
* 표제부 사진은 역시 관련 기사에서 가져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