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모르면서

by 새벽달

있잖아,

그동안 딱히 친하지도 않았던 애들이 너가 떠나간 이후의 나를 걱정하는 게 그렇게 꼴보기 싫더라니까.


그래 걔. 걔가 애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나한테 그랬다니까.

우리가 교육받은 데로 발령나면 네 생각이 너무 많이 날 것 같다고 하니까,

'재밌게 놀았던 것만 생각해~' 하더라.


알지도 못하면서.

우리가 '재밌게 놀기만' 했는 줄 아나봐. 재밌게 놀았던 것만 생각하라고 하면 재밌게 놀았던 것만 생각날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봐.


자기들이 펑펑 놀러다닐 때 나는 미친듯이 일한 것도 모르면서, 내가 어떻게 하루하루 치열하게 죽고싶어도 살려고 하는지 아무것도 모르면서 나보고 불평하지 말라고 학을 떼더라니까.


날 '걱정'한다는 명목으로 갑자기 절친이라도 된 듯 잡도리하는 거 그거 알지, 그러면서 나는 되게 미성숙하고 위태로운 사람인 것 처럼 포지셔닝 해놓고 걱정해주는 자기가 되게 어른스럽고 단단한 사람이라고 속으로 안도감과 어느 정도 우월감도 느끼고, 너가 있었으면 정말 콧방귀도 안 뀌었을 것 같은데. 그 말투 표정 알지.


그래놓고 자기는 '걱정'했는데 내가 '발전'이 없다, 철이 없다, 정신을 못차린다 라고 남들한테 말하고 다닌 것 알아? 아직도 다들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나 보더라.


나 혼자였던 내 삶에 갑자기 '친구'라는 이름으로 불쑥 들어와서 쿡쿡 헤집어보다가 그냥 그러고 마는 거야

너에 대해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하여튼 다들 너무하다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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