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생각을 해야하나

by 새벽달

작년 하반기의 이직 시도가 개같이 멸망하고 결국 지긋지긋한 한국 생활, 돈이나 벌자 하고 다시 외국 파견 근무를 앞두고 있다. 사실 다음주 금요일에 출국인데, 아무 생각도 안 들고 만사 귀찮기만 해서 큰일이다. 지난 4년 간 한국에 있으면서 딱히 뭐 하나 발전한 것이 없다. 그간 사건사고로 돈을 모으지도 못했고, 찔끔찔끔 소득 없는 연애에도 신물이 났고, 대부분은 이렇게 재미가 없는데 왜 살아야하지? 하는 생각을 하며 보냈다.


내가 지금 느끼는 무력함이 곧 닥칠 해외생활(경험한 외로움이 더 무섭다..)의 근본적 성질인 끝없는 심심함과 외로움, 무기력의 악순환이 시작되는 징조인지. 딱히 가고 싶지도 않은 곳을 돈 때문에 터덜터덜 가야하기 때문인지. 사람 1명 안만나고 연말연시 거의 2주를 혼자 지내고 나니 사실 해외나 한국이나 외로운 건 똑같은 것 같았는데, 그래도 누구 하나 발목 붙잡고 가지말라고 했으면 안 갈 수도 있었는데..하는 생각에 조금 더 씁쓸하다.


유튜브를 시작했는데, 이유는 단지 가서 내가 뭐라도 해야할 것을 하나라도 만들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유튜브도 처음 한달정도 재밌더니 요새 유튜브 생태계를 보면 이제 무슨 얘기를 하나 싶다.


온갖 연예인들이 자기 채널 하나씩은 가지고 서로서로 홍보 품앗이를 하며 비슷한 얘기 비슷한 에피소드를 반복하는 것도 별로고, 영화소개는 저작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아예 영상으로 밀어버리는 채널도 많고. 각종 분야 전문가들이 온갖 주제에 대해 말하는 걸 보면(또 그들끼리 품앗이를 하는 것을 보면) 내가 감히 무슨 말을 얹을지를 모르겠다. 내 브이로그는 해봤자 나의 하루를 누가 궁금해할까.ㅋㅋ


마지막 관종 카드처럼 꺼냈던 유튜브가 가기 전부터 이미 힘이 빠지면서...사실 다시 떠나는 게 두렵다.


저번 파견에서는 자해소동을 일으키고 말았는데, 쪽팔려도 그렇게 쪽팔린 일이 없다.


할아버지때매 마음도 무겁고..유튜브 하는 거 보니 잘 지내는 것 같네, 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내가 지금 벽에 피가나도록 손톱을 긁어대는 마음이라는 걸 모르겄지. 하지만 결국 잘 지내는 척 하다보면 잘 지내질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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