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이 어느 정도 이상 찌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는 편이지만 체중계 위에는 거의 올라가지 않는다. 초등학생 때부터 모두가 보는 앞에서 공개 처형이라도 당하듯 지구가 내 몸을 잡아당기는중력의 크기를 만천하에 공개하는 순간을 두려워하며 0.5kg이라도 빼보려 난리치던 시절에 넌더리가 났기 때문일까. 이제는 자주 입는 바지에 옆구리살이 튀어나오는지, 상의 소매가 꽉 끼지는 않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눈바디'에 의지하는 편이다.
미국에 교환학생으로 있을 때 술과 초콜릿과 치즈를 만끽하며 대책 없이 부풀어 오른 적이 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파티에서 마주친 체중계에 두 발을 올렸다가 헉, 생전 처음 보는 숫자에 충격을 받았다. 기숙사에서 쫓겨나 미국 곳곳을 전전해야 했던 여름방학이 끝나고 나서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주로 헬스장에서 트레드밀을 뛰었고 그 습관은 반년 뒤 돌아온 한국에서도 유지돼 마라톤까지 하게 됐다.
말로는 몸무게에 집착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건강검진을 받으며 1년에 한 번씩 몸무게 측정을 할 때마다 체중계의 숫자가 전년보다 줄었으면 속으로 무척 기뻐한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숫자가 늘어나있으면 한숨부터 나온다. 짜증과 스트레스가 밀려오면서, 몇kg을 빼겠다고 목표를 세우진 않더라도 다시 운동을 빡세게 시작하는 계기가 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것마냥 몸무게를 대하는 나의 모순이란!
최근에 쓴 글이 구글에 추천된 건지 아주 작고 귀엽기만했던 조회수가 몇배로 늘어났다. 그간 나를 위해 쓰는 글이니 조회수 따위 상관없어! 하며 정신승리해 왔지만 막상 조회수가 높아지니 기분이 좋다. 그러면서 동시에 왜 이전에 더 공을 들여 쓴 글은 주목받지 못한 걸까, 앞으로 쓰는 글이 이만큼 읽히지 못하면 어떡하지? 무의미한 걱정과 쓸데없는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기분을 롤러코스터에 태운다.
나는 숫자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외치는 게 사실은 숫자의 힘을 알고 집착하는 본성을 숨기기 위한 발버둥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 숫자가 나의 기분을 좌지우지한다는 이유로 타조가 모래에 머리를 박듯외면하고 싶어하지만,이 숫자들이 나를 계속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것을 인정해야 겠다. 결론은 열심히 운동을 하니 몸무게가 줄었으면 좋겠고, 공들여 쓴 글을 발행했으니 조회수가 늘었으면 좋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