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늦게 끝나 퇴근이 예정보다 늦어졌고 이른 아침 출근이라 끌고 나온 차는 금요일 오후 4시 서울 도심 퇴근행렬에 발목이 잡혔기 때문이다. 잃어버린 줄 앓았던 꽤나 값비싼 시계를 찾기 위해 온 가방을 다 뒤지느라 세탁 버튼을 계획보다 늦게 눌렀기 때문이기도 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출발 예정 시간보다 일찍 끝날 거라던 세탁기 타이머 속 숫자는 속도 모르고 계속 늘어났기 때문일 수도 있겠다.
세탁 완료까지 5분을 남겨두고 정지 버튼을 눌렀다. 탈수 단계였던지라건조대에 빨래를 모두 널고 나서 챙겨놨던 가방을 들고 뛰쳐나갔는데 종점인 집 앞 정류장에 대기하는 마을버스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 버스가 올진 알 수 없다. 내가 가려는 역까지는 걸어서 20분 정도. 일단 뛰다가 버스가 오면 타야지 하고 발을 뗐다. 가다 보니 버스보다 내가 먼저 도착했으면 해서 발을 멈추지 않았다.
역에 버스보다 빨리 도착했다. 눈앞에서 지하철을 놓쳤지만 퇴근시간이라 배차간격이 작았던 덕에 그다음차를 바로 탔다. 식당에 도착하니 상대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다. 나는 5분을 늦었고 상대는 5분 뒤에 도착했다. 내가 먼저 와서 기다린 셈이 됐다. 일이 꼬일대로 꼬이는 날이 있을 수 있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막막할 수 있다. 그땐 일단 눈앞에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