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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바냐 Mar 31. 2024

[책듣기] 43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에서 발견한 음악


무슨서점 @musn_books에서 선보이는 "한문단클럽"

5회는 앤드루 포터의 [사라진 것들]에서 발견한 음악입니다. 


아델Adele의 [19], [25], [30]이나 혁오의 [20], [22]처럼, [사라진 것들] 책 속에 흐르는 음악으 로 앨범을 만든다면 제목은 분명 [43]일 것이다. 평생을 쏟아부은 꿈이 좌절된 사람, 육아와 이사로 지난 세월과 완전히 다른 풍경 속에 살게 된 사람, 오랜 반려자와의 관계가 흔들려 불안해하는 사람, 마흔 이후의 삶이 어떻게 될지 몰라 괴로워하는 사람까지. 각기 다른 단편을 모아 붙이면 '40대'라는 모자이크가 완성된다. 

다만 각각의 소설 속에 흐르는 음악은 화자들이 유년기와 십 대 시절에 좋아했던 음악이다. (실제로 평생의 음악 취향은 만 14세 에 결정되며 33세부터는 더 이상 신곡을 듣지 않는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그 음악들은 이들이 가장 힘든 시기에 힘을 발하고 위로가 되어 준다. '벌'의 주인공은 아내와의 별거를 불안해하며 엘리엇 스미스Elliott Smith 노래를 듣고, '첼로'의 내털리는 파킨슨병을 진단 받기 전 홀로 베시 스미스Bessie smith 노래를 듣는다. 어쩌면 우리가 음악을 듣는 이유는 이런 것이 아닐까. 인생의 가장 찬란 한 시기를 함께 보낸 음악으로 비참한 현실을 넘어서기 위해. 푸르른 봄, 화양연화를 다시 만나기 위해.




[사라진 것들]에 나온 음악 듣기


p20 

다른 방에서,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클래식 음악이 들여왔다. 젊은 시절에 자주 듣던 쇼팽의 폴로네즈였다. 



p21 

나는 눈을 감고 다시 쇼팽 음악에 집중했다. 이제는 다른 곡이었다. 녹턴. 섬세한, 서정적인, 부드러운. P26 나는 작은 양주잔들을 꺼내고 니나 시몬의 음악을 틀었어. 



p53 

내가 틀어놓은 니나 시몬의 음악이 흘렀고, 마야는 열 점 짜리 연작으로 구상한 작업의 마지막 네 점을 막 완성한 뒤라 과민하게 들떠 있었다. 



p73 

내털리가 평생을 바쳐 연마한, 그리고 우리가 지금까지 살았던 모든 아파트와 주택에서 항상 흐르던 클래식 음악이 아니라 베시 스미스의 노래였다. 



p82 

에르빈 슐호츠의 소품 몇 곡과 내털리가 무척 좋아하는 레오시야나체크의 유명한 곡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하는 공연이라 그 결정이 얼마나 절망적일지 나는 잘 알았다. 



p89 

내털리를 처음 만난 날, 우리는 둘 다 대학 삼년이었고, 그날 밤에 그녀는 봄철 콘서트 시리즈의 일환으로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첼로 협주곡을 연주하고 있었다. 


p103 

함께 누워 마리화나 한 개비를 나눠 피우며 레너드 코언의 음악을 듣고 사는 이야기를 나눴다. p130 테리사 쪽에서 준비하는 것은 음악 - 대개 1960년대 포크 음악(조니 미첼과 존 바에즈의 곡을 자주 틀었던 기억이 난다) p197 내 기억에 그 아이스하우스 공기에서는 늘 히비스커스 향기가 났고, 오디오에서는 1930년대와 1940년대의 옛 멕시코 인기 가요가 자주 흘러나왔는데, 예를 들자면 어쿠스틱 버전의 [La Martiniana], [La Llorona], [Naila] 같은 노래들이었다. 



p214 

그 책에 따르면 부모에게 중요한 것들을 아이도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좋다고, (중략) 그래서 나는 리아에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대부분 내가 더 어린 나이에 좋아했던 음악-조이 디비전, 더 스미스, 에코 앤드 더 배니맨 같은 종류의 밴드-을 소개해주었다. (중략) 리아가 좋아한다는 확신이 드는 노래가 하나 있었는데, 그것은 빅스타의 [Thirteen]이었다. 리아는 일주일 내내 매일 밤 잠들기 전에 그 노래를 틀어달라고 했다. 나는 원곡을 좋아하지만 리아는 엘리엇 스미스가 커버한 곡을 더 좋아했다. 매우 담백한 편곡으로 여백이 많고 뇌리에 오래 남는 노래였다. 



p253 

[알라딘 세인] 앨범 표지의 데이비드 보위와 매우 흡사하게 분장하고 찍은 히메나의 사진, 옛 멕시코의 잡다한 사진과 공예품, 스페인어 표지판, 벽에 줄줄이 붙인 손글씨 메모 등이 있었다. (중략) (히메나의 집)에 있으면 바깥세상은 존재하지 않는 미래형 동굴로 내려간 듯한 기분이 들었다. 



p290 

(집주인 마누엘)은 안에서 티토 푸엔테와 엘라 피츠제럴드의 음반을 틀었고, 때로 산티토스 콜론이 노래하는 목소리가 복도를 따라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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