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엽 할머니처럼 -
평범한 소시민 김두엽 할머니가 83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하여 94세에 전시회를 열고 책을 펴냈다.94세에 찾아온 인생의 봄이다. 100세 시대에 오래 건강을 유지하며 활동하는 유명인들도 많지만 김 도엽 할머님이 더욱 훌륭해 보이는 건 83세에 시작할 수 있는 용기 때문이다.
나이 들면서 내가 가장 많이 듣는 말은 노 추라는 말이다. "이 나이에 뭘 " 하는 것 까지는 겸손으로 듣겠는데 걸핏하면 노추를 들먹이니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큰소리치다가 의기소침해지고 만다. 나잇값을 해야 한다니 말이다.
나잇값이라는 게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으로 때와 장소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다' 뒤에 물러나 있으면 어른답게 처신하라고 이야기하고 앞장서서 일을 추진하면 볼썽사납다 한다.
입은 닫고 주머니는 풀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들 하지만 돈 버는 일에 관심을 보이면 예의 그 노추라는 말이 따라온다. 나이 들어 탐욕스러운 건 아주 흉한 대표적인 노추 현상이라는 것이다. 주머니를 풀려면 채워야 하는데 노인들의 주머니는 그냥 화수분인 줄 아는 모양이다. 노인 주머니도 채워야 나온다.
67세는 처음이라는 윤여정 선생님 말처럼 나도 이 나이는 처음이다, 나잇값이라는 게 어떻게 생겨 먹었는지 알 리가 없는데 젊은 취향의 옷을 입으면 나이 들어 주책맞다고 말하고 점잖은 옷을 입으면 늙어 보인다고 구박이다 . 늙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것 같다.
철모르는 어린 시절이 행복했고, 힘이 넘치던 젊음의 패기가 부럽기는 하지만,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 그 치열한 삶의 현장에 다시 설 용기가 없다. 지금의 나이를 받아들이고 맞춰서 살아가는 편이 낫지 않겠는가?
힘도 없고 행동도 느리고 잘 잊어버리고 기억력도 예전만 못하지만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시행착오를 줄일 수는 있다. 현실에서 한 발짝 물러나 볼 수 있는 여유도 있다
50대에 명예퇴직을 하고 가늘고 길게 살겠다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어영부영 지내는 친구가 있는가 하면
김 도엽 할머니처럼 83세에 시작하는 할머니도 있다.
세월은 가지만 사시사철은 다시 돌아온다. 나이를 먹었다고 해서 봄이 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꽃 피는 봄이 지나면 열매 맺는 가을이 오는 것이 순리이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정답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83세에 그림 그리기를 시작했다는 김주엽 할머니 이야기를 들은 친구가
"그분은 특별한 재능이 있으니까 늦게 시작해도 성공할 수 있었던 거지. 아무 재능도 없는 우리가 지금 뭘 시작한다고 제대로 해 낼 수 있겠니 ?" 하고 쐐기를 박는다.
모든 사람들이 김주엽 할머니처럼 성공하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하지 못한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세상이다. 평범한 삶을 이어가는 민초들이 이끌어 가는 게 사회이다. 특출한 재능이 없어도 묵묵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 있어서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고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사람도 생기게 된다. 크고 대단한 일이 아니어도 좋다. 낯설고 어색하더라도 지금 내게 주어진 일,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시작해 보자. 인생의 봄을 만들어 보자.
세상이 다하는 그날, 그래도 살아 볼 만한 세상이었다고 이야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먼 훗날에 후손중 누군가가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옛날에 글쓰기를 하고 싶었던 선우 할머니가 살았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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