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선열 Oct 25. 2024

송길영의 빅데이터 '나이듦을 연구하다'를 읽으며

- 나는 나이든 소중한 사람이다 -


송길영 님은 IT 학자이고 데이터 학문의 선구자이다.빅 데이터를 캐내어 해석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혜안을 가지고 있다.첨단 산업의 일꾼답게 꽁지  머리를 하고 있고 문자 문명 시대를 살아온  내가 보기엔 꽁지머리가 불편하다.

학자라기보다는 겉 멋만 든 날라리로 보여 신세대의 선봉자쯤이려니 색안경을 쓰고 보는데도 묘하게 친근감과 매력이 느껴진다. 내가 늙어 불편한 것이  신문물에 적응하지 못한 탓이라고 핑계를 대고 있는 나로서는

그에 대한 애정은  획기적이라 할만하다.아마 그의 해박한 지식에 감탄한 탓도 있고 신문물에 대한 경외감도 더해진 것 같지만 사실은  겸손한 그의 말과 글에  끌리고 있다. 말은 조금 빠르지만 많은 걸 알려주고 싶은 배려심이라고 생각될 만큼이고 그의 글은 알기 쉽고 재미있고 무엇보다 겸손하다. 아날로그시대를 살아 와  디지털문명에는 일단 거부감을 표시하곤 하는데 송길영의  글을 읽다 보면 데이터 공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기기도 한다


2023년 4월 6일 중앙일보 '오피니언' 난에 송길영 님의 '나이 듦을 연구하다'라는 글을 실렸다 .

'나이 듦을 연구하다'라는 글을 읽으며 송길영 님도 늙는다는 말에 위안을 받았으니 이게 무슨 심술인지 모르겠다.  자신의 늙음이 안타까우면서 타인의 나이 듦에 위안을 받으니 말이다

아마 송길영 님이 컴퓨터 자판을 키운다는 후배의 말에 고까웠고 다초점 안경을 권하는 안경점 주인의 말을 힘들게 받아들여야 했던 과정이 내가 겪은 노화의 과정과 비슷했기때문이었을 것이다. 아직도 흰머리칼 뽑거나 감추기를 멈추지 못하며 나이 듦을 감추려는 어리석은 행동에 대한 변명이기도 하다. 


솔길영님이  데이터를 모으고 관찰하며 알게 된 사실은  우리가 나이 듦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어 막연히 두려워하여 과도한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나와 다른 대상이라는 생각과 늙어 가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노인에게 거리를 두게 되고 머리가 희끗희끗 해져도 노인이 아니라 중년이라는 부정을 하게 된다.

하지만 나이 들어가는 것도 삶의 한 단계에 불과하다. 매 순간 새로운 가능성과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 인생은 청춘 만이 아니며 삶의 어느 시기에도 새로운 경험을 해야 한다. 젊은 사람이 소중한 사람이듯 나이 든 사람도 소중한 사람일 뿐이다 


 나이 듦을 받아들이기가 혼란스럽기는 했다. 신체의 노화도 감당이 힘드는데  100세 시대를 맞아 늘어난 30년 이상의 세월을  살아내야 한다는 사실에 당황스러웠다. 노후 준비라는 말이 들릴 때마다 좌절해야 했다. 

무얼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정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나도 늙는 건 처음이니 말이다.


처음엔 디지털 세상을 원망했다.아날로그 생활에 적응해 왔는데 노후에 닥친 디지털 세상은 공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노후란 모든 걸 내려놓고 뒷전에 물러나 있어야 하는 시기라고 위로했다. 어차피 뒷전인데 골치 아프게 신문물을 배울 필요가 없었다고 포기했는데 세상이 변하니 생활이 불편해지기 시작했다. 배우는데 게을렀던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나이 듦을 원망했다. 다 나이 탓 같았다.  찢어진 청바지도 입어 보고 흰머리칼을 감추며  젊은 척했지만 흐르는 세월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

공짜 전철을 탈 수 있는 카드를 받고  국가 공인 어르신이 되었으며  나이 듦을 받아들여야 했다 .처음엔 억울하더니 시간이 갈수록 그리 나쁘지는 않다.

젊은 날의 의무와 책임에서 놓여나니 비로소 나를 볼 수 있다. 내가 누구인지를 찾고 싶다.하고 싶은 게 무언지, 잘하는 게 무언지 기쁘고 슬픈 것들에 대해 깊이 침잠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바쁘고 치열했던  젊은 시절에는 앞만 보고 사느라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일이었다, 젊은 시절처럼 건강한 몸은 아니지만 그동안 귀하게 썼으니 받아들이려 한다. 이제부턴 좀 더 아끼고 보살펴야  한다. 나이 듦이 나쁜 게 아니고 나만  늙는 것도 아니다. 누구나 한번은 늙는다. 나도 늙는 건 처음이니 어떻게 늙어가야 할지는 잘모르지만 삶이 끝나는날까지 잘 살아 보고싶다. 잘 살아 왔다고 큰소리 칠 수는 없지만 나이 듦을 받아들이니 젊음이 부럽지만은 않다. "너 늙어 봤니?, 나 젊어 봤다" 할 수도 있다.

삶의 매순간을 즐겨 볼일이다. 나는 나이든 소중한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흰 눈썹이 났다,정말 늙나 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