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의 어리광
군 복무시 아들은 효자였다.
휴가나 외출시 집에 올 때는의젓하게 거수경례를 했고 용돈을 아껴 군부대 브로치를 선물하기도 했다
어버이날 행사에 아들이 발을 씻어주던 일은 평생 기억 할 수 있는 흐뭇한 일이다
제대 직 후에도 아들은 제법 의젓했다
몇 개 안되는 화분을 늘어놓는 나를 보며
"엄마 화분 선반 하나 만들어 드릴까요? "하며 자청을 하기도 하고
무거운 것들을 옮겨주며 제법 집안일에 관심을 갖곤 했다.
이제는 한 짐을 떠맡겨도 될 것 같은 안도감과 함께
어미 품을 떠나는 것 같은 서운함도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일에 신경이 곤두서기도 하고 섭섭해지기도 해서
성인이 되어 품을 떠나는 자식을 바라보는 부모의 심정이 이해되기도 했다
제대 후 일 년 이상의 세월이 흐른 지금 경제적 독립은 어느 정도 이루어져 가는 거 같은데
생활은 입대 전보다 퇴화하는 것 같다
입대 전에는 벌레를 보거나 힘이 들어가는 일은
당연히 아들인 제가 해야 하는 줄 알았었는데
제대 후 일 년 이상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오히려 무관심해져가는 것이다
사회생활에 적응하느라 힘들 거 같아 과보호를 한 탓일까?
어제는 "엄마, 좀 와 보세요" 아들이 제방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인가 싶어 냉큼 달려간 내게 침대에 누운 아들이
"엄마, 저기 보세요, 전등 옆에 벌이 있는 거 같아"하는 것이었다
"야, 벌이 있으면 네가 잡아야지 엄마가 뭘 어떻게 하라고 . . .
너 육군 병장 제대한 녀석이야 "
그리고 저게 벌이냐?, 개미잖아 날개는 있으니 여왕개미 같기는 한데. ."
"ㅋㅋ 엄마 제대하고 이일은 아무 상관이 없어요
벌한테 쏘이면 안 되니까 한 번에 때려잡으세요"
'야, 이거 개미라니까, 안 물어 그리고 벌이라도 그렇지 엄마가 벌에 쏘여야겠냐,
육군 병장 제대한 네가 때려잡아야지 엄마는 왜 불러 ?"
"근데 어떻게 들어왔지요?"
말머리를 돌려 버린다
아마 아들은 요즘 어쩐지 좀 소원해진 듯한 모자관계를 어리광으로 회복하려는 노력을 하는 거 같다
그 눈치를 챘으면서도 개미를 때려잡으며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들의 어리광이 흐뭇하기도 하고
'녀석, 제 여자친구 같으면 제가 단숨에 때려잡았을걸, 엄마를 뭘로 아는 거야" 하는 섭섭함
자상하게 여자친구를 챙겨 주는 모습을 보며 흐뭇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마음 한 편엔 어쩔 수 없이 서운함이 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