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딱 맞는 큐브 고르는 법(1)
나에게 맞는 걸 얻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
나에게 맞는 큐브 고르는 방법은 뭘까요? 어떻게 하면 비싼 거 샀다가 후회하는 일을 없앨 수 있을까요? 초보들은 물론 웬만큼 했다는 사람도 헷갈리는 큐브 고르는 방법 알아봅시다. 뇌피셜이니까 모든 사람에게 맞지는 않을 수 있다는 거 알아두시고요. 본인에게 이런 질문을 하나하나씩 해 보세요. 순서는 바뀌어도 괜찮습니다. 사람마다 우선순위는 다르니까요.
1. 큐브 하나에 내가 쓸 수 있는 돈은 얼마인가?
큐브를 '구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가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가격이 얼마든 상관없을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에 '비싸더라도 성능만 좋다면 괜찮아'가 되어야지 '같은 성능이라면 무조건 비싼 거!!!'는 아닙니다. 이건 그냥 과시소비이고 합리적인 소비라고 보기 어렵죠.(물론 큐브를 사는 이유가 솔빙용이 아니라 자랑용이라면 상관없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후술) 필요도 없는 것에 비싼 돈을 쓰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게 아니라면 상한선을 설정하세요. 하한선은 설정하지 마세요. 큐브에서 가격과 성능 사이의 상관관계는 거의 없으며 여러분에게 가장 잘 맞는 큐브가 RS3M 2020 일지도 모르니까요.
2. 내가 큐브를 구입할 수 있는 곳은 어디인가?
해외직구가 된다면 국내에서는 다소 비싼 큐브라도 저렴하게 살 수 있어서 선택의 폭이 좀 넓어질 겁니다. 큐브난나, 건스무역조차 안된다면 선택의 폭은 좁아지겠죠. 접근성, 배송시간, 할인 및 적립 혜택 등을 고려해서 내가 어디서 큐브를 살 수 있는지 정하면 됩니다.
3. 내가 큐브를 사는 목적은 무엇인가?
기록이 한 시간이 나오든 두 시간이 나오든 상관없다면 그냥 돌아가는 수준의 큐브만 해도 충분할 것이며 자랑용이나 수집용으로 큐브를 사는 거라면 그냥 본인이 사고 싶은 걸 사면됩니다. 이런 목적이 아닌 경우는 모두 스피드솔빙을 목적으로 구입한다고 할 수 있으며 성능을 고려해야 합니다.
4. 조각이 빠졌을 때 내가 해결할 수 있는가?
기본적인 분해조립은 할 수 있어야 하지만 자석이 빠지는 등 단순 분해조립이 아닌 경우 이걸 할 수 있냐 없냐, 또는 일어나도 괜찮냐 일어나면 귀찮냐 등에 따라서도 후보를 추릴 수 있습니다. 아예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한다면 이런 문제가 자주 보고된 제품은 구입하지 않는 게 좋겠죠.
5. 나에게 맞는 크기는 무엇인가?
큐브마다 크기가 조금씩 다릅니다. 누구한테는 좀 더 작은 큐브가 맞을 수 있고 누구한테는 큰 큐브가 맞을 수 있겠죠. 크기에 대한 정보는 조금만 검색해도 많이 나오고 해외 큐브 판매 사이트에서 상세정보를 보면 정확한 크기도 알 수 있습니다. 1mm 차이도 매우 크게 느껴지므로 이것도 고려해야 할 문제입니다. 그러나 큐브 구입 목적이 스피드솔빙일 경우 크기보다는 성능이 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큰 큐브가 필요하다고 해서 성능이 안 좋은 큐브를 구입할 수는 없겠죠.
6. UV 코팅이 꼭 필요한가?
UV 코팅은 큐브 표면을 자외선으로 코팅한 것으로 유광 표면과 적게 나타나는 흠집이 특징입니다. 사람에 따라 UV는 미끄러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더 많이 미끄러질 수도 있습니다. 성능에 영향을 주는 옵션이 아니기 때문에 UV가 딱히 필요 없는 경우에 비싸다는 이유만으로 UV를 사는 것은 돈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7. 나에게 색각이상은 없는가? 있다면 어느 정도인가?
색약이나 색맹이 있을 경우 각 면의 색이 구분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꼭 그것이 아니더라도 다른 면의 색이 너무 비슷해서 헷갈리는 문제가 생기기도 합니다. 조명에 따라서 원래 구분되던 게 구분되지 않는 문제도 있죠. 큐브마다 색이 조금씩 다르고 색약이 있는 사람들이 구분하기 쉬운 큐브와 어려운 큐브에 대한 정보도 찾아보면 나옵니다만 그 정도가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무조건 이것을 하라고 이야기하기는 어렵습니다. 적당한 큐브를 찾지 못했다면 큐브에 특정한 문양을 표시하거나(대회 참가 시 파견위원의 승인 필요) 스티커 제품을 고려해야 할 수 있습니다.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큐브가 맞춰졌는지 구분조차 못한다면 의미가 없겠죠.
8. 나에게 맞는 회전감은 무엇인가?
큐브마다 회전감은 다 다릅니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안정감이 있거나 안정감이 없거나, 부드럽거나 촬촬거리거나 여하튼 매우 다양하죠. 본인의 핑거 스타일에 따라 알맞은 회전감이 다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초보들이 자주 사용하는 '부드럽다'라는 표현은 '성능이 좋다' 라거나 '잘 돌아간다'라는 등의 표현과 같은 뜻이 아니라는 겁니다. 부드럽다는 soft입니다. fast가 아니죠.
9. 어느 정도의 큐브 세팅이 가능한가?
윤활을 할 생각이 없다면 일단 그 생각부터 고쳐야 하고요. 나에게 특정 윤활유가 없다면 그 윤활로 윤활을 한 큐브가 아무리 좋았어도 그 느낌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본인이 그 회전감을 만들어낼 수 없을 테니까요. 그 외에 장력이나 스프링의 세팅방법도 고려해야 합니다.
10. 제품 자체의 내구도는 어떠한가?
조각이 부러지는 것을 말합니다. 요즘은 그렇게 이 문제가 크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조각이 부러질 가능성이 높다면 큐브를 조금 험하게 막 다루는 분들이라면 거르는 게 좋겠죠. 물론 큐브를 조심히 다루는 게 최선이지만 큐브를 조심히 다루는 방법 자체를 모르는 초보분들도 많습니다. 분해조립 방법부터 배우고 오는 게 더 낫긴 하겠네요.
11.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 따로 있는가?
생각보다 디자인 중요하게 여기는 분들 많습니다. 유광 선호와 무광 선호도 이것의 연장선일 것이고 로고 디자인 같은 것도 영향을 주겠죠. 근데 이게 사진으로 보는 거랑 실제로 보는 거랑 다른 경우도 많아서 주의를 요합니다. 단 외형적 요인은 성능 자체에는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특정 디자인이 가격이 비싸다고 해서 그것이 더 성능이 좋은 게 아니라는 겁니다.
12. 로고 제거가 가능한가?
블라인드 종목에 참가할 용도이거나 본인만의 커스텀 로고를 붙일 생각이라면 기존 로고를 제거하는 것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겁니다. 별도의 클리어캡을 파는 경우도 있고 로고가 그냥 스티커라 떼내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프린팅 로고가 많아서 로고 지우는 게 좀 귀찮습니다.
그렇다면 위 질문에 대한 답은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요? 방법은 여러 가지입니다.
1. 제품 상세정보
상세정보만 봐도 크기나 장력조절 방식이 뭔지, UV인지 마그레브인지 등은 알 수 있습니다.
2. 폭풍서칭
말 그대로 검색을 엄청 합니다. 그다음 일반적인 후기를 취합해서 특징을 정리하는 거죠. 이때 검색을 조금만 해서는 안 되는데 그럴 경우 잘못된 정보가 걸렸을 때 걸러낼 방법이 없어집니다. 일반적인 여론과 동떨어진 리뷰 중에도 진지하게 고려해야 할 리뷰가 있는 반면 일반적인 여론과 같은 말을 하는 리뷰라도 버려야 할 리뷰가 있는 등 리뷰의 신뢰도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기 때문에 이것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쓸 예정입니다.
3. 오프라인 행사
직접 만져보는 것만큼 좋은 것이 없습니다. 직접 만져보면서 이건 좋다 저건 안 좋다. 의 느낌을 확실히 느껴보세요. 이때 단순히 큐브의 느낌뿐 아니라 윤활과 세팅에 대한 정보도 알아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으며 1번에서 얻은 정보와 종합하여 정보의 양이 너무 적다면 주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더 좋은 걸 안 만져봐서 별로 좋지 않은 걸 좋다고 생각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그냥 만져봐도 되냐고 물어보세요. 안 된다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을 거예요.
4. 판매자에게 물어보기
판매자에게 직접 문의하는 것이 생각보다 답변이 잘 옵니다. 상세설명에 나오지 않거나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질문을 하면 답변해 줍니다. 대신 회전감 같은 주관적인 부분에 대해 물어보면 그것에 대한 대답이 있다 하더라도 그저 리뷰의 하나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여기까지 큐브를 사기 전 고려해야 할 사항들과 그것을 알아보는 방법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뭐 큐브에만 해당되는 내용은 아니겠습니다만 큐브는 꽤나 초보와 고수의 시각차이가 큰 분야라 조금 더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작성해봤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