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에 이헝이 2x2 WR을 경신했죠. 무려 평균 0.78. 싱글로도 세우기 힘든 기록을 평균으로 갱신했습니다. 물론 이헝의 4번째 솔빙을 보면 거의 TPS 20에 육박하는 속도로 맞추는 기행을 보여주지만 2x2는 워낙 기록대가 짧은 만큼, 픽업 시간 자체가 기록에 주는 영향이 상당한데요.
우리가 평소에 스택 타이머를 사용하는 방식은 손을 완전히 들어올리고 큐브를 집어들게 됩니다. 그냥 상식적인 것이기도 하지만 규정에서 그렇게 하라고 되어있어요.
허나 최근의 이헝의 솔빙을 보면 손을 미끄러뜨리듯이 가져대고 큐브를 집어들어 타이머 작동부터 솔빙 시작까지의 간극을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를 해외에서는 Sliding이라고 표현하며 이제 우리나라에도 자리잡은 이름이죠. 종전 세계기록 보유자 zayn의 말로는 이 기술을 제대로만 사용하면 sub .2가 더이상 허황된 꿈이 아니라고 합니다.
문제는 이 기술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은 명백한 규정위반이라는 겁니다. 상식적으로도 그렇고 실제 규정에서도 그렇습니다.
규정을 꼼꼼히 읽어보면 분명 타이머는 손가락을 접촉한 상태로 시작하라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슬라이딩을 사용하게 되면 좋게 봐 줘서 손바닥, 그게 아니면 손목을 접촉한 상태에서 시작하게 되죠. 이것 뿐만 아니라 이걸 과하게 사용하면 타이머가 시작하기 전 큐브에 손을 대거나 심지어 돌릴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규정 위반이기 때문에 들키는 순간 처벌이 나옵니다. 적게 봐서 +2인데 2x2 종목에서 2초는 어마어마한 페널티죠.
그런데 안 들키면 그만이라는 식으로 선수들, 특히 이헝이 사용해왔고 그런 와중에 세계기록이 깨진 겁니다. 당연히 많은 큐버들이 그 솔빙을 분석했고 프레임 단위로 뜯어본 결과 이헝이 슬라이딩을 하고 있다는 결론이 내려졌습니다. 픽업 시간이 물리적으로 말이 안 될 정도로 짧으며 심지어 아예 큐브를 잡고 시작한 것과 다름없는 것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나왔습니다.
당연히 난리가 났겠죠? 그리고 WCA도 이에 관한 성명을 냈습니다. 그리고 여론은 더 불타올랐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프레임단위(및 느린 배속?) 영상분석 허용 두 번째는 추후 대회부터 적용입니다. 이렇게 되면 어떻게 되냐, 이헝의 0.78 기록은 유지됩니다.
슬라이딩은 적발이 쉽지 않습니다. 매우 짧은 순간동안 이루어지는 일이라서 인간의 눈으로 적발하는 게 매우 어려워요. 그런데 과거의 솔빙들을 프레임 단위로 분석한 건 무시하고 추후 대회부터 적용하겠다? 의도가 매우 의심되는 건 당연한 거죠. 이헝이라서 봐주기하냐는 이야기가 나오는 게 당연한 겁니다.
애초에 프레임 단위 분석이 규정을 통해 금지된 것도 아닙니다. 할 수 있어요. 근데 왜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무시할까요.
해외에서는 0.78 DNF 처리에 관한 청원 페이지가 개설되었고 WCA 포럼에 대놓고 이사회 사퇴 요구를 게시하는 등 대놓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습니다. 국내라고 여론이 좋지는 않죠.
(이럴 거면 그냥 허용하는 게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긴 한데 글쎄요.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선수 건강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다른 선수들 기록에 영향을 주는 것도 아니니까요.)
슬라이딩의 효과를 줄이기 위해 4패드 사용 강제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 이건 G5 타이머 보급 등의 문제가 있어서 빠른 시일 내에는 불가능할 거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슬라이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다른 분야의 의견을 좀 듣고 싶은데 이 글을 봐 줄 지 모르겠네요. 스태킹에서 4패드 사용을 강제하기로 한 이유와 그에 따른 반발여론의 핵심 같은 걸 듣고 싶습니다. 큐브계에서도 같은 타이머를 사용하는 만큼 스태킹의 선례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