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 이야기에서 출발해, 생각을 정리하는 공간으로서의 브런치
저는 꽤 많은 플랫폼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네이버 카페,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그리고 브런치스토리. 모두 큐브를 중심으로 하지만, 그 결은 같지 않습니다. 예전에는 겹치는 부분이 매우 많았는데 지금은 좀 다르죠. 개인 최고기록을 깼다는 이야기는 카페에만 올라오고 새롭게 올라온 대회 소식은 블로그에만 올라오며 진지한 이야기나 큐브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이야기는 브런치에 올라옵니다. 영상으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린 내용은 다른 플랫폼에 공유를 하기도 하고 하지 않기도 합니다. 어쩌다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생각해봅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나눠 쓰려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큐브가 좋았고, 나름 나라는 사람을 홍보하고 싶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플랫폼을 점점 넓혀왔고요. 가장 오래 활동했었던 카페에 대한 애정이 크지만 그곳만으로는 큐브에 대한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하기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블로그에도 글을 쓰기 시작했고 유튜브도 했던 거죠. 브런치는 승인을 받은 사람만 글을 올릴 수 있다는 점이 도전정신을 자극했습니다. 티스토리도 글을 올려두긴 했지만 여기는 저한테는 가능성이 없어보여서 사실상 방치 중이고요. 비슷한 이야기들을 여러 플랫폼에 반복해서 올리던 시절도 있었고 그 흔적을 지금도 찾을 수는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각 플랫폼의 특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에 따라 저는 글을 구분하기 시작했고 그것이 현재의 구성을 만들어냈습니다.
카페는 큐브를 하는 사람들만 모여있는 공간이고 초등학생, 중학생의 비중이 높습니다. 너무 진지하고 긴 글은 끝까지 읽으려 하는 사람도 별로 없고 카페의 분위기 자체가 이런 진지한 글과는 조금 거리가 있습니다. 그 글을 쓰는 것으로 무언가가 바뀔 거라는 기대도 없습니다. 물론 올릴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뭔가 결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진지하게 하고 싶은 글을 처음에는 블로그에 옮겼습니다. 하지만 브런치라는 플랫폼을 시작하고 나서는 조금씩 의구심이 들더군요. 블로그에 이렇게까지 진지한 이야기를 하는 게 맞는 것인지 말이죠.
블로그와 브런치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브런치가 좀 더 진지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블로그는 더 가볍죠. 그런데 가볍게 할 수 있는 이야기 보다는 진지한 이야기가 한 보따리 있다보니 블로그에 이걸 얼마나 많이 쓸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브런치에는 그런 고민을 할 필요 없이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게 글을 쌓아올리다보니 지금과 같은 형태가 되었습니다. 물론 블로그에도 진지한 글은 종종 올라옵니다. 하지만 그 글을 블로그에도 올리는 이유는 그냥 내가 쓰고 싶어서 쓴 글이라기보다 이 글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제 나름대로 판단한 글이기 때문입니다.
큐브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게 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다른 플랫폼에 올리기에는, 그동안 쌓아온 맥락과는 너무 다른 소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카페는 이름 그대로 큐브를 중심으로 운영되어 왔고, 블로그 역시 상대적으로 더 오랜 시간 더 많은 게시글을 작성하며 큐브 이야기를 해 왔기에 나름의 이미지를 형성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브런치는 큐브에 대한 이야기만 해 오긴 했지만, 그 밀도가 블로그만큼 크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든 충분히 진지하게 다룰 수 있는 분위기가 있었죠. 그래서 이곳이야말로 큐브라는 주제를 넘어, 내가 계속 생각해 오던 다른 이야기들을 풀어놓기에 가장 자연스러운 공간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브런치는 제가 가장 자연스럽게 글을 쓸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제가 답답함을 느꼈던 상황들은 대부분, 어떤 현상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보다는 지금 보이는 모습만으로 평가가 내려지는 경우들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판단이 만들어진 과정과 그 이전의 맥락을 한 번 더 정리해 보고 싶었고, 그 생각을 끝까지 적어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이곳이었습니다. 큐브에 대한 이야기이든, 전혀 다른 주제이든, 결과를 설명하기에 앞서 왜 그런 결과에 이르렀는지를 남겨두는 것. 지금까지 브런치에 써 온 글들은 대체로 그런 방향을 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