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첫 큐브 대회, 이렇게 준비하세요
World Cube Association(WCA) 공인 대회 참가 신청이 승인되었다면 이제 진짜 시작입니다. 많은 첫 참가자들, 혹은 부모님들이 이 시점에서 가장 많이 묻습니다. “이제 뭘 챙겨야 하죠?”
큐브만 들고 가도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최상의 기록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다보면 실제로는 준비할 것이 조금 있습니다. 당황하지 않도록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입상을 위해 나가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대회에 나가는 데 좋은 기록이 나온다면 기분이 더 좋겠죠? 본인이 신청한 종목을 위주로 연습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리하게 새 공식을 외우지 않는 것입니다. 대회까지 시간이 꽤 남았다면 상관이 없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새로 외운 공식에 적응하지 못해 오히려 나쁜 기록이 나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공식은 평소에 외워두고 대회 직전에는 연습만 열심히 하는 게 좋습니다.
신청 한 종목 중 기록제한이나 컷오프를 넘길 것이 확실하지 않은 종목이 있다면 그 종목을 우선적으로 연습하여 기준 기록을 넘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껏 대회에 나갔는데 시간초과로 실격(DNF)되는 것 만큼 허무한 것은 없으니까요.
좋은 기록을 위해서는 좋은 큐브가 있으면 좋죠. 고성능 큐브가 없다면 대회를 위해 고성능 큐브를 장만하는 것도 좋습니다. 이왕이면 일찍 사서 적응할 수 있다면 좋을 겁니다.
윤활유나 장력 세팅도 신중히 해야 합니다. 이때 집에서 돌리던 세팅보다 좀 더 안정적으로 세팅하는 선수들이 많습니다. 대회장에서 일어나는 오버슈팅(큐브가 필요 이상으로 많이 돌아가는 것)이나 폭발 등은 집에서 연습할 때보다 훨씬 큰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대회 직전이 아니라 적어도 일주일 전에 미리 세팅을 해 두고 적응하는 편이 좋습니다. 대회장에서는 이걸 할 공간도, 시간도 부족합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예비 큐브를 준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대회장에서는 다른 사람의 큐브와 내 큐브가 섞여 구분이 안 될 수도 있고 잃어버릴 수도 있으니까요. 물론 본인 큐브를 본인이 잘 간수하는 게 먼저이긴 합니다.
대회에서 스태프 업무를 수행하다보면 대회 당일까지 규정 위반으로 실격처리 받고 돌아가는 사람들이 항상 나옵니다. 첫 참가자라면 규정을 잘 알기 어려운 것이 당연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참가자 명단에 들어가게 되면 한국큐브문화진흥회(KCCU)에서 메일로 참가자가 알아야 할 기본 규정에 대한 안내 메일을 발송합니다. 꼭 정독하셔서 본인이, 혹은 아이가 규정 위반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다음의 준비물은 필수는 아니지만 있어서 안 좋을 건 없는 준비물입니다. 여러분에게 필요한 것을 골라서 챙겨보세요.
1. 스택타이머
두 손을 올려놓고 시작해서 두 손으로 타이머에 손을 갖다 대 멈추는 대회용 타이머, 혹은 그와 동일한 작동방식으로 작동하는 타이머가 있으면 대회 연습용으로 좋습니다. 이거 쓸 줄 몰라서 실격당하는 참가자가 생각보다 많으니 타이머를 직접 구입하지 못하더라도 사용방법만큼은 알아두는 게 좋습니다.
2. 카메라, 혹은 카메라 거치대
본인이나 아이의 솔빙 장면을 영상으로 남기고 싶은 분들이 많습니다. 고프로를 쓰기도 하고 여러가지 방법이 있지만 참가자 본인이 영상을 직접 찍는다면 휴대전화 거치대 하나 정도 있으면 좋습니다. 이때 셀카모드 촬영은 규정상 금지됨을 유의하시기 바랍니다. 다른 사람이 찍어준다면 플래시는 꼭 꺼주세요. 선수에게 방해가 됩니다.
3. 수건이나 핫팩
손에 땀이 많아 큐브가 미끄러지는 분들은 수건을 챙기기도 합니다. 겨울에는 손을 녹일 용도로 핫팩을 챙기기도 하죠. 손 컨디션은 기록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4. 여분 윤활유 및 장력조절 도구
대회장에서 세팅하는 건 리스크가 크긴 하지만 깜빡하고 세팅을 못 한 상태로 대회장에 올 경우 이렇게라도 세팅을 해야 할 수 있습니다.
참가 종목과 일정을 확인하세요. 참가하는 종목 중 가장 일찍 시작하는 종목이 시작하기 전까지만 대회장에 도착하면 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너무 딱 맞춰 도착하려고 하면 지각 가능성도 높고 지각은 안 하더라도 앉아서 연습할 수 있는 의자 등을 찾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측정을 해야 하는 시간에 대회장에 없을 경우 기회 자체가 사라집니다. 첫 참가자라면 대회 분위기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죠. 여유있게 도착해서 분위기도 보고 연습도 좀 하고 기록을 잴 수 있도록 합시다.
대회 진행 방식은 대회 시작 전, 혹은 오후 종목 시작 전에 대회장에서 직접 운영진이 설명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이 설명을 듣지 못할 수도 있으니 간단하게 대회 진행 방식을 살펴봅시다. 첫 참가자라면 스태프 업무는 맡지 않을 것이니 선수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만 확인하면 됩니다.
대회장에 가면 선수를 확인하고 명찰을 받을 것입니다. 명찰에는 선수 이름과 함깨 선수가 몇 조에서 측정하는지, 언제 무엇을 해야 하는지가 적혀있습니다. 명찰을 잘 봐주세요.
자신의 조가 호명되면 큐브와 기록지를 제출함에 넣고 지정된 대기 장소에서 대기합니다. 러너(Runner)가 이름을 부르면 러너의 안내에 따라 자리로 이동하여 심판 옆에 앉습니다. 자리에 앉으면 심판이 큐브 커버를 잡고 “준비되셨나요?”라고 묻습니다. 준비되었다면 “네” 혹은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줍니다. 그 뒤 심판이 커버를 여는 순간부터 미리보기용 15초가 카운트됩니다. 큐브를 들고 살펴볼 수 있지만, 단 한 번의 회전이라도 발생하면 즉시 DNF입니다. 미리보기가 끝나면 손바닥을 아래로 향하여 손가락을 타이머 센서 위에 올린 뒤 초록 불이 들어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손을 떼며 시작합니다. 심판이 솔빙을 시작하라고 알려주지 않으므로 미리보기 15초가 지나기 전 선수 스스로 타이머를 시작해야 합니다.
솔빙이 끝나면 손바닥으로 센서를 눌러 타이머를 멈춥니다. 타이머가 멈추면 기록 확인 및 서명 기록지에 적힌 숫자와 페널티(+2) 여부 등을 확인한 후 서명합니다. 서명은 기록 인정을 의미하므로, 이의가 있다면 서명 전에 운영진을 불러야 합니다.
가장 많은 질문이 나오는 규정 중 하나가 큐브가 덜 맞춰졌을 때 +2와 DNF의 기준에 대한 것입니다. 참가자 뿐 아니라 일부 심판도 이 규정을 이해하지 못해 기록이 잘못 입력되는 경우가 있으니 규정을 정리해봅시다.
타이머가 멈춘 순간 큐브가 조금이라도 어긋나 있다면, 다음 회전 위치까지의 절반을 넘었느냐를 기준으로 페널티를 부여합니다. 1개의 면이 1회전 이상 틀어져 있다면 +2초, 2개의 면 이상이 1회전 이상 틀어져 있다면 DNF가 됩니다.
일반 큐브 (2x2~7x7): 45도 이상 +2초
메가밍크스: 36도 이상 +2초
피라밍크스, 스큐브: 60도 이상 +2초
스퀘어-1: 위, 아랫면은 45도, 슬래쉬는 90도 이상 +2초
클락: 15도 이상 즉시 DNF (+2 규정 없음)
가끔은 본인이 계산한 것과 공식적으로 올라간 기록이 다른 것에 의문을 가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회에서 사용되는 기록 계산 방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대회에서는 한 라운드에 5회 측정을 반복합니다. (6x6~7x7 등은 3회) 이때 기록은 소수 셋째자리까지 측정하더라도 셋째자리는 버리고 둘째자리까지만 인정됩니다.
평균은 모든 시도를 끝마쳤을 때 좋은 기록과 가장 나쁜 기록을 제외한 나머지 3번 기록의 산술 평균 기록입니다. (3회 측정 종목은 모든 기록의 산술평균). 블라인드 종목을 제외한 모든 종목은 평균 기록을 기준으로 순위를 매깁니다.
컷오프는 첫 1~2회 시도 내에 지정된 기준 기록을 달성해야 남은 시도를 계속할 수 있는 규정입니다. 일부 대회에 적용되며 컷오프를 넘지 못했을 경우 이후 시도가 불가능하므로 평균 기록은 나오지 않습니다.
기록제한은 지정된 기준 기록을 달성하지 못하면 DNF로 기록되는 규정입니다. 컷오프와 마찬가지로 일부 대회에 적용됩니다.
예시를 들어 알아보겠습니다. 3x3x3 큐브 종목에서 기록제한이 '2분', 컷오프가 '첫 2회 시도에서 1분 30초'라고 할 때 첫 번째에는 2분 1초, 두 번째에는 1분 29초가 나왔다면 첫 번째 시도는 2분을 넘었으므로 DNF지만 두 번째 시도에서 1분 30초보다 빨랐으므로 3, 4, 5번째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종목에서 1, 2번째 시도 모두 1분 31초가 나왔다면 DNF는 아니지만 컷오프를 넘지 못했으므로 3,4,5번째 시도를 할 수 없습니다.
대회에서는 원래 실력보다 기록이 안 나올 수도 있고 생각보다 순위가 안 나올 수도 있습니다. 대회라는 특성상 당연한 것이니 이에 대해 너무 다그치거나 실망하지는 않으셔도 됩니다.
과도한 조언은 금물입니다. 대회 직전까지 너무 많은 조언을 해 주면 아이가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부모님은 큐브에 대해 전문가가 아닙니다. 기술적인 조언보다는 응원이 더 큰 도움이 됩니다.
대회는 기록을 올리러 가는 곳이기도 하지만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수십 수백명의 사람이 모여있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새로운 친목도모의 장이 될 수도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봤던 사람, 커뮤니티에서 봤던 사람이 있다면 조심스럽게 말을 걸어봐도 괜찮고 유명 선수라면 사인을 요청해도 됩니다. 비싸서 못 샀던 큐브를 만져볼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의외의 꿀정보를 얻을지도 모릅니다. 예의를 갖춰 접근하면 배척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공인 기록은 WCA 데이터베이스에 남습니다. 이름이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거나 동명이인 중 유명인이 적다면 이름을 검색하는 것만으로 WCA 공인 기록 프로필이 나올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 기록만큼이나 대회장에서의 경험은 크게 기억에 남을 겁니다. 대회는 시험장이 아닙니다. 좀 더 편하게 즐기고 오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