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문 장벽은 낮췄지만 배틀의 본질은 그대로다
닌텐도의 게임을 좋아하고 리뷰도 종종 했습니다. 하지만 포켓몬과는 거리가 매우 멀었죠. 대난투에 플레이어블로 나온 포켓몬을 조작해본 게 전부였고 그조차도 메인 캐릭터는 아니었습니다. 포켓몬 본가 배틀은 분명 흥미가 있었지만 접근할 수 없을 것만 같았습니다. 육성에 들어가는 노력이 너무나도 커 보였기 때문입니다.
포켓몬 챔피언스는 그 장벽을 허물어주는 게임입니다. 무료라는 점도 매력적이지만 포켓몬만 어떻게든 수급하면 능력치 세팅은 게임 내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1. 포켓몬 고로 시작한 포켓몬
저는 이 게임을 위해 포켓몬 GO를 시작했습니다. 애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챔피언스 실전 배틀에 써먹을 포켓몬을 조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알까기니 뭐니 하는 과정 없이 파밍해서 진화시킨 포켓몬을 챔피언스로 옮겨와 실전에 써먹을 수 있다는 점은 매우 효율적인 시스템 같았습니다. 다만 포켓몬 홈의 무료 플랜 30마리 보관 제한이 좀 걸립니다. 포켓몬 홈에서 챔피언스로 연동해도 포켓몬이 완전히 옮겨지는 것이 아니라 원정을 갔다는 설정이라 홈의 슬롯이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죠. 내가 보낼 수 있는 포켓몬은 30마리가 전부. 초보들에게는 이 30마리를 다 채울 일이 없을지도 모르지만 전략적 선택이 중요합니다.
2. 친절하지만 어쩔 수 없는 지식의 한계
포켓몬 챔피언스는 포켓몬 배틀에 처음 입문하는 사람들에게 상당히 친절합니다. 포켓몬과 관련한 모든 능력치 및 기술 세팅을 내가 원하는 대로 쉽게 바꿀 수 있고 성격에 따른 능력치 변화를 표시해준다는 점도 좋죠. 기술의 능력치는 더 명확한 표기로 바뀌었으며 배틀 중에 상대에게 기술이 얼마나 대미지를 주는지, 4배 대미지부터 무효까지 설명해준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게임이 쉬운 게임은 절대 아닙니다. 상대가 기술 쓰는 것도 예측해야 하니 상성표를 외우는 것이 기본소양인 것은 마찬가지고 포켓몬이 가진 특성까지 고려해야 합니다. 결정력과 내구력 계산 또한 필요하죠. 이것은 초보자들에게 쉬운 일은 아닙니다. 계산해주는 툴이 있다고는 하지만 이런 점을 초보들이 알기는 쉽지 않습니다.
3. 넉넉한 듯 부족한 VP
도구 구입, 능력치 변경, 커스텀 등에 사용되는 인게임 재화인 VP의 수급은 쉬운 듯 하면서도 넉넉하지 않습니다. 6마리 엔트리 짜는 데에는 충분하지만 커스텀이나 불필요한 도구에 VP를 낭비한다면 금세 바닥을 드러냅니다. 웬만큼 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면 싱글과 더블 배틀을 왔다갔다 할 때마다 기술을 바꾸는 것은 꿈도 꿀 수 없고 같은 포켓몬 두 마리를 싱글과 더블용 샘플 각각 육성하는 것도 꽤 많은 VP를 소모합니다.
4. 기술적 완성도
많은 사람들이 이 게임의 그래픽이나 프레임 등을 지적하는데 저에게는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버그 때문에 플레이가 불가능하거나 내가 사용한 기술이 나가지 않는 등의 문제만 없으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화려한 그래픽은 부차적 문제죠.
5. 포켓몬 배틀 자체에 대한 사라지지 않는 의문
하지만 포켓몬 배틀 자체가 가지는 확률에 대한 불합리성은 아직도 의문입니다. 아무리 세팅을 열심히 해도 기술이 가지는 확률에 운명이 결정되기도 합니다. 맞아야 할 기술이 안 맞는 건 예삿일, 급소 한 방에 포켓몬 한 마리가 기절하기도 하고 풀죽음이나 몸저림 때문에 한 턴을 날려먹기도 하죠. 왜 기술의 명중률이 100%가 아닌가에 대한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는 않았습니다.
6. 마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스는 분명 배틀의 정수만을 보여주는 훌륭한 입구입니다. 확률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게임 자체를 잘 못 해도 저는 이 게임을 켭니다. 확률 스트레스를 걱정하는 게 아니라면 충분히 좋은 입문작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