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큐브 메타에서 스피드 솔빙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해법 2개를 고르라고 하면 무조건 CFOP와 Roux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최상위권에서 CFOP를 사용할 경우 CFOP에 여러 가지 스킬을 추가적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그것은 모든 상황에 적용되는 것이 아닌 조각의 배치에 따라 제한적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기본적인 해법 자체는 CFOP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고급 해법을 처음 들어가는 분들 중에는 이 둘 중 고민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정확히는 고급 해법의 종류가 매우 많다는 점을 알게 되는 순간부터 선택 장애가 생기죠. 무슨 해법이 더 좋은지 정보가 없으니 뭐 하나를 고르기 애매합니다. 그 수많은 해법 중 추리고 추려서 나온 결과가 CFOP와 Roux이고 여기에 ZZ를 추가해 Big3로 불리기도 하는데 이 글에서는 CFOP와 Roux 중 어떤 해법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인지 보도록 하겠습니다. ZZ 해법은 실전성이 CFOP나 Roux보다 확실히 떨어지기에 이 글에서는 제외하겠습니다.
우선 각 해법의 순서부터 보겠습니다. CFOP는 십자가(Cross)-1,2층(F2L)-윗면(OLL)-나머지(PLL)의 4단계로 큐브를 맞춥니다. Roux는 1×2×3블록-반대 편 1×2×3 블록-코너(CMLL)-엣지(LSE)의 4단계로 큐브를 맞추며 LSE는 세부적으로 EO-UL, UR엣지-M층 순서로 맞추는 게 일반적입니다.
이제 해법들의 장단점을 알아보겠습니다.
기본적으로 회전수는 Roux가 더 적습니다. Roux를 제대로 사용한다면 50회전 이하의 회전수로 큐브를 맞출 수 있습니다. CFOP는 웬만해서는 50회전 이하의 회전수를 내기 어렵고 일반적으로는 55~60회전 사이의 회전수가 필요하죠. 여기까지만 보면 Roux가 더 스피드 솔빙에 유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 회전수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R U R'과 R B' D'은 둘 다 3회전입니다. 하지만 어떤 공식이 돌리기 쉽나요? 당연히 전자입니다. 후자의 공식은 B층과 D층이 모두 돌아가기 때문에 돌리기 불편합니다. 돌리기 불편한 만큼 돌리는 시간이 길어지게 됩니다.
R U R'과 M U M'은 어떨까요? M층 회전의 경우 한 번에 2회전이 돌아가기 때문에 M U M'은 3회전으로 계산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R U R'보다 돌리는 속도는 확실히 느리죠. 중간층 회전의 특성상 외부 층만 돌리는 것보다 불편할 수밖에 없고 그에 따라 기록도 느려지게 됩니다. Roux의 특성상 M 핑거가 자주 사용된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Roux를 사용하면서 얻는 회전수의 이득이 실질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시점 변환을 봅시다. CFOP에서는 불가피한 시점 변환이 나올 수 있습니다. 핑거의 효율성 측면에서 그것이 강조되는데 위에서 말했던 B회전이 그렇죠. B회전을 할 바에는 차라리 시점 변환을 하는 편이 훨씬 낫습니다. 그리고 시점 변환은 큐브 전체를 돌려 잡는 과정이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큐브의 연속적인 회전에 방해가 되며 이는 기록에도 영향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루 해법은 이런 시점 변환을 줄일 방법이 많습니다. 1×2×3 블록을 1단계에서 맞추게 되면 그 이후로는 M층이 자유롭다는 사실을 이용해 큐브의 상태를 맘대로 변화시킬 수 있고 이를 통해 시점 변환 횟수에서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충분한 숙련자라면 Roux에서 시점 변환이 필요하지 않다는 말입니다.
여기까지 정리하면, 회전 수 측면에선 Roux가 유리하지만 M 회전 측면에서는 Roux가 좀 안 좋아 보입니다. 하지만, 시점 변환을 절약할 수 있는 측면에선, 또 Roux가 좋아 보이죠. 하지만 아직 CFOP가 가지는 특장점을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상황 판단과 루커헤드에 대해 생각해봅시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맞춰진 조각이 많으면 상황판단이 쉬울 겁니다. 맞춰진 조각은 볼 필요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보이지 않는 혹은 알 수 없는 조각이 적은 게 도움이 될 겁니다.
숙련된 CFOP 사용자라면 미리보기에서 크로스와 F2L 페어 하나를 예측합니다. 그리고 예측한 대로 맞추죠. 맞춘 F2L 페어를 뒤로 놓게 되면 우리가 고려해야 할 거의 모든 조각을 볼 수 있습니다. 맞춰진 부분이 모두 아래나 뒤에 있으니까요.
하지만 Roux는 다릅니다. 1단계 완료 후에도 여전히 아래 층에 알 수 없는 2개의 엣지가 남습니다. 이는 판단해야 하는 조각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하죠. 솔빙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다면 상관없지만 상황판단 속도가 빨라지는 높은 수준에 도달한다면 이 한 두 조각의 차이가 더 커질 겁니다.
리그립을 볼까요? 이건 핑거 효율성과도 연관되는 부분인데 시점 변환과 별개로 큐브를 편하게 돌리기 위해 큐브를 고쳐 잡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을 확인하는 데 가장 중요한 그립은 양 엄지손가락이 앞에 있는 홈 그립입니다. 이 상태에서는 웬만한 회전이 다 쉽게 이루어지죠. 만약 CFOP 사용자라면 이 그립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겁니다. 그 이유는 한 손을 위로 움직이면 크로스 엣지가 위로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올라간 엣지를 다시 내리기 위해서는 다시 위로 움직인 손이 아래로 내려와야 합니다. 그러면 홈그립으로 돌아가겠죠. 그래서 이것의 중요한 측면은 왼쪽과 오른쪽 엣지입니다. 이미 맞춰져 있죠. 이 때문에 올렸다가 다시 내리는 회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홈그립으로 돌아가게 되고 돌리기 편해지죠. 하지만 Roux에서는 그렇지 않습니다. 왼쪽은 맞춰져 있지만 오른쪽은 아닙니다. 올린 뒤 리그립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말이죠.
여기까지 볼 때 일반적으로 CFOP와 Roux의 우열을 가리는 것은 어렵습니다. 미래에 어떤 스킬이 더 개발되느냐, 얼마나 좋은 큐브가 나오냐 등 해법의 본질적인 부분이 아닌 다른 부분에 의해 평가가 바뀔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죠. 실제로 해법 자체는 바뀐 게 없는데도 제가 큐브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Roux에 대한 평가가 높아지기도 했습니다.
단 여러분이 3x3x3 큐브 외의 다른 종목을 하겠다면 일반적으로는 Roux 보다는 CFOP가 더 적합할 겁니다.
빅 큐브의 경우 중간층이 넓죠. 4x4x4 에서는 별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겠지만 5x5x5 이상으로 넘어가면 M 핑거의 난이도가 매우 높아집니다. 메가밍크스는 아예 Roux 식의 블럭빌딩이나 중간층 회전이 끼어들 여지가 없죠. 이때는 CFOP가 Roux보다 확실히 우월해요.
단 원 핸드로 넘어가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일반적으로 오른손잡이는 왼 손으로 원핸드를 하는데 이때 R, Rw, U회전이 매우 편합니다. 그리고 Roux에는 이 회전들이 정말 자주 나오죠. M 핑거가 문제입니다만 이건 흔히 땅치기로 불리는, 큐브의 한쪽 모서리를 땅에 갖다 댄 뒤 중간 층만 돌리는 스킬로 극복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한때 원 핸드 평균 세계기록을 Roux가 경신하기도 했죠. 지금은 다시 CFOP가 가지고 있지만 현재 큐브 세계기록은 운빨이 상당히 중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이것만으로 해법의 우월성을 평가하기는 부적절합니다.
제가 추천을 한다면 무엇을 추천하겠냐고요? 저는 CFOP입니다. Roux는 진입장벽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고급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추천하기 어렵습니다. Roux를 선택할 경우 빅 큐브와 메가밍크스를 사실상 포기해야 하기도 하고요. 여러분들이 원하는 것을 선택하면 됩니다만 무조건 이게 좋고 저건 안 좋아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아 보입니다.여러분들이 큐브를 하는 데에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들이 원하는 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