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을 전공한 나는 습관적으로 세상을 구조(Structure)로 본다. 건물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화려한 인테리어가 아니라, 건물을 지탱하는 기둥과 내력벽이다.
작사를 배우며 놀라웠던 건, 음악에도 이 '내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이었다. 작곡가가 찍어둔 멜로디의 음절 수(Note), 그리고 리듬의 그루브(Groove). 이것은 건축의 기둥과 같다.
f(x)의 노래 <4 Walls>의 데모 가이드 가사는 'Friend-zone'이었다. 이를 한국어로 옮길 때, 누군가는 의미를 살려 '친구 사이' 같은 4음절이나 '가나다' 같은 3음절로 채우려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작사가는 이를 '미로(Mirror)'라는 깔끔한 2음절로 마감했다.
멜로디가 가진 딥 하우스 장르의 절제미, 즉 '구조적 미학'을 지키기 위해 군더더기를 깎아낸 것이다. 만약 여기서 욕심을 부려 박자를 쪼개고 글자 수를 늘렸다면? 그건 인테리어를 하겠답시고 건물의 내력벽을 허무는 행위와 같다. 건물이 무너지듯, 곡의 매력도 무너졌을 것이다.
나는 이제 도면 대신 오선지를 본다. 하지만 하는 일은 같다. 주어진 구조 안에서 가장 안전하고 아름다운 공간을 짓는 일. 나는 오늘도 멜로디라는 뼈대 위에 단단한 단어들을 쌓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