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핸드폰 사용시간을 줄여봐야겠다.
하루 종일 손에서 핸드폰을 놓지 못한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핸드폰 알람을 끄고, 밤새 도착한 쿠팡과 마켓컬리 메시지를 확인한다(우리 집에서 내 핸드폰은 거의 공용폰이다. 모든 배송과 주문은 내 핸드폰으로 통한다.). 출근 준비를 하면서 뉴스를 보고, 음악을 듣고, 스픽 앱으로 영어 공부를 잠깐 한다. 출근 중에는 음악을 듣거나 유튜브를 들으면서 가고, 치과에 도착해서는 은행업무, 틈틈이 보는 뉴스와 커뮤니티, 시간 죽이기용 SNS를 사용한다.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으면서 넷플릭스로 드라마를 보고, 수시로 확인하는 카카오톡과 문자까지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시간이 없다. 하다못해 커피를 주문하고 기다리는 지금 이 시간 동안 갑자기 떠오른 생각에 브런치에 글쓰기까지 하고 있다. 매일 이러다 보니 책을 읽으려 들었다가도 금세 핸드폰을 들고 있다.
얼마 전 아들이 컴퓨터 게임을 너무 오래 하고 있길래 그만하라고 말했더니, 티브이를 켜거나 닌텐도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전자기기 사용시간이 너무 많다고 말해주었더니, 내 핸드폰의 사용시간을 찾아서 보여준다. 그걸 보고 나니 아이고... 내가 너에게 뭐라고 할 처지가 아니구나 싶었다. 하루 평균 사용 시간이 네 시간 즈음된다. 내 나름대로는 별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일하는 시간, 잠자는 시간을 빼면 놓고 있는 시간이 별로 없는 것 같았다.
핸드폰 사용시간이 길어지면서 자꾸만 뭔가를 까먹는 느낌이다. 해야 할 일은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두고 적절한 시기에 알림을 띄우면 되고, 일정은 알람이 알려주고, 전화번호는 단축번호나 상대방 이름을 찾으면 되니 기억할 일이 없다. 하다 못해 노래 가사마저도 멜론앱을 켜고 노래를 듣다가 가사를 보면 되니 뭐 하나 기억하는 게 없다. 책도 전자책을 이용하는 때가 많고, 읽고 나서도 북모리 같은 앱에 읽었다는 표시만 해두었더니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이 책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모든 점에서 편리하기는 하지만 덕분에 나는 점점 더 돌대가리가 되어가는 느낌이다.
사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편리하고, 즐겁고, 빠른 데다, 재미있는 것이 끊임없이 나오고, 정보의 접근도 엄청나게 쉽다 보니 이 편리함을 버릴 자신이 없다. 하지만 이게 이유이던, 다른 이유이던 자꾸만 무언가를 잊어버리고 방금 뭘 하려고 했는지도 생각나지 않아 당황했던 경험들이 몇 번 생기다 보니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다. 종이에 메모를 하든, 암기연습을 하든 말이다.
스마트폰은 점점 더 스마트해지는데, 나는 점점 더 멍청해지는 고민에 빠지게 되는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