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떠난 집에서, 우리 둘만 남았다

by 작은 발자국

결혼한 지 20년이 넘었다.

시간이 이렇게 빨리 흘러갈 줄이야.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가끔 너무 빨리 자라는 것이 아쉬웠다.

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무것도 모르는 순수한 얼굴을

조금만 더 오래 보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다가도 하루에도 몇 번씩 말썽을 부리고,

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을 만큼 바빴던 날에는

‘얼른 커버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붙잡고 싶은 시간과

어서 지나가길 바라는 시간이

같이 흘러가고 있었다.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자라던 어느 날,

남편과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나중에 애들 다 크고 나면,

우리 둘만 남겠지?”


그때는 막연한 미래 같았다.

북적이던 집이 조용해진다는 것이

어딘가 실감 나지 않는 이야기였다.


그런데 그 순간이,

생각보다 훨씬 빨리 찾아왔다.


딸은 대학에 가며 집을 떠났고,

아들은 고등학생이 되자

아침 일찍 나가 밤이 되어야 돌아온다.


하루 중 집이 가장 조용한 시간은

언제나처럼 저녁이었고,

그 시간에 남아 있는 사람은

이제 우리 둘뿐이다.


마주 앉아 밥을 먹다가

문득 집 안을 둘러보게 된다.


아무도 없는 방,

불이 꺼진 아이들 방,

열리지 않는 문들.


그 순간,

아, 우리가 그때 말하던 시간이

이제는 ‘지금’이 되었구나 싶었다.


허전하다는 말로는

다 담기지 않는 감정이

조용히, 아주 천천히 스며든다.


아이들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시간을 살아가고 있고,

우리는 그 자리를 비워주는 쪽이 되어가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집’이라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함께 있을 때는 몰랐던 것들,

늘 곁에 있어서 당연했던 시간들.


돌아보니 그 모든 순간들이

이미 충분히 따뜻했고,

충분히 소중했다는 것을

이제야 알게 된다.


어쩌면 지금의 이 조용한 시간도

또 다른 시작일지 모른다.


아이들을 보내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마주하게 된 우리 둘의 시간,


그리고

천천히, 다시 채워가야 할

우리의 이야기.


지금과는 다른 또 다른 형태의 삶이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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