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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찬 Dec 26. 2022

다른 길을 걷는다는 건

대안학교 재학 중인 고등학생의 이야기.

대안학교라고 하면 사람들은 흔히 이렇게 생각한다. 공교육에서 도망친 학생이 가는 곳, 장애가 있거나 사회성이 떨어지는 학생이 가는 곳 등등 대안학교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좋다고 말하기가 힘든 게 현실이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통해 대안교육을 받는 학생의 입장을 털어놓으며 사회가 바라보는 대안학교를 조금이라도 바꾸고 싶다.


세상엔 수많은 길이 있다. 그중 내가 선택한 길은 사람들 눈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정말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것일까? 자신들이 걷는 길에만 신경 쓴 나머지 자신, 그러니까 '나'밖에 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내가 정의한 자신만의 길을 걷는 학생들의 길에 나 같은 대안학교 학생들은 끼어들 틈조차 없다. 빨리빨리가 대세인 사회에서  대안학교 학생들은 자신의 길을 자신의 속도대로 걸어간다. 대안학교 학생들은 종점만을 보고 걷지 않는다. 종점만을 바라본다면 그 과정 속에서의 재미와 감동을 놓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종점만을 바라보지 않는다면 과연 무엇을 바라보는지 생각하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있을 거다. 대안교육은 그 무엇을 바라보기 전에 길을 걷는 이유에 대해 먼저 생각하게 해 준다. 그저 단순히 좋은 대학교를 가려고, 좋은 직장에 취직하려고만의 이유가 아니다. 대안교육은 진정한 나 자신을 만나기 위해서 길을 걷는 과정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길을 걷기 위한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로 시작해서 길은 혼자 걷는 게 아니라는 것이라는 걸 일깨워준다.

 

공교육을 받는 친구들에게 물은 적이 있는데 "왜 공부해?"라는 이 짧은 질문에 친구들은 대답하지 못했다. 공부를 하는 이유조차 모른 채 공부를 한다. 나는 이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뜻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친구들을 많이 봤다. 그렇지만 부모님이 문제라고 섣불리 판단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삶의 유희를 앗아간,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게 만드는 대한민국의 입시 경쟁체제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청소년기를 보내고 있는 나에 대해 조금 이야기를 하자면 초등학교 6년은 공교육을 받았다. 그리고 중1부터 고2를 앞둔 지금까지 대안교육을 받고 있다. 참고로 말하면 내가 다니는 대안학교는 중고등 통합 5년제 대안학교라서 내년이면 졸업을 하게 된다. 1년을 남겨둔 나는 대안학교에서의 배움을 여기에 정리해볼까 한다. 나는 공부를 위한 공부를 하지 않았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의 장점 중 하나가 보인다는 거다. 여기서 보인다는 것은 떨어져 있으니 보이는 걸 의미한다.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대안학교에 오니 주말에도 학원을 가고 시험기간에는 밖으로 잘 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이 보였다. 이런 친구들을 보며 어린 중학생 시절에는 불안하기도 했다. 친구들이 저렇게까지 하는데 나는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채 어른이 될까 봐 겁났다. 그런데 점점 성장하면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엔 내가 원하는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했고 나중에는 이런 경쟁체제에서 청소년들은 과연 행복할까란 의문도 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청소년기에 과연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위에 열거한 사실들은 모두 대안학교를 다니며 깨닫게 되었다. 대안교육에서는 공교육 위주로 가르치지 않고 프로젝트, 인문학, 책 읽기, 연극, 철학, 여행 등의 다양한 교육을 한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며 친구들과 흩어지는 게 일반적이지만 대안학교에서는 졸업할 때까지 친구들이 옆에 있다. 학년만 올라가고 반 구성은 선생님을 제외하곤 바뀌지 않는다. 그렇기에 친구와의 관계에 대해 깊이 알아갈 수 있고 다양한 수업을 '선택'해서 들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폭넓게 확장할 수 있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걸는 나는 남들이 앞만 보고 뛰어가는 과정을 보며 사회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중이다.


나는 대안교육에서의 과정을 배움이라 칭하고 싶다. 공부와 배움은 엄연히 다르다. 나도 이 배움의 의미를 최근에서야 느낄 수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며 그 긴 과정에서의 의미와 가치를 알아가는 것을 배움이라 칭하고 싶다. 그와 반대되는 공부는 조금 실용적이다. 당연하게도 공부하는 덴 대학이라는 실용적 목표가 필요할 수밖에 없다. 학교 선생님께서 강연해 주신 내용을 조금 옮겨 보았다. 새삼스럽지만 나는 대안학교에 오길 잘한 것 같다. 나는 대안학교에 와서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었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가지 않았다고 내가 눈총을 받을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고 본다. 남들과 같은 길을 갔다면 내 삶을 내가 꾸려나가기는커녕 옆에 있는 친구들이 경쟁자로 보였을 것이다. 졸업 후에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그러나 삶의 이유와 내가 선택한 삶을 살아간 시간이 결코 후회되진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남들과 다른 길을 가면 당연히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인간은 길을 잃고 나서야, 다시 말하면 세상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자기 자신을 발견하기 시작한다.'라는 문장이 <월든>이란 책에서 등장한다.  이런 길을 잃는 과정 역시도 배움이 될 수 있다는 거다.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다는 건 특별한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뜻대로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선택한 길을 내가 걷는다. 그렇게 남들과 다른 길을 걸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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