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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우할배 Feb 07. 2022

그가 선생님이 맞습니까?

추억이 아름다운가요 #7

중3 때는 성적도 어느 정도 자리 잡았습니다. 겁이 많은 성격, 그리고 폭력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수업 시간에 딴짓을 한다거나 조는 일은 절대 없었습니다.     

아무리 재미없고 알아듣지 못하는 과목이라도 말입니다. 그렇게 하는 것이 나의 수업 시간 생존의 방식이었고, 선생에 대한 최고의 존경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학 선생 최**  - 해병대 출신이라는 이력만으로도 학생들을 옥죄었는데, 그의 몇 번의 체벌 광경은 학생들을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는 매를 사용하는 법이 없습니다. 소리를 지르며 꾸중하지 않습니다. 표정의 변화가 거의 없습니다. 나지막이 학생의 잘못을 얘기하지만 고함 소리보다 더 크게 귀를 파고듭니다. 그리고 시계를 풉니다.     

왼손잡이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오른손으로 먹이(?)의 왼뺨을 비틀어 쥐고 왼손으로 오른뺨을 때리는 소리나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친구의 불행을 볼 때마다, 내가 그의 먹이가 되지 않았음에 가슴을 쓸어내리곤 했습니다.    


당시의 교실 사정이 지금에 비해 열악한 건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특히 책상 면은 우둘투둘하여 밑에 무언가를 받치지 않으면 노트에 구멍이 뚫어지기 십상이었고, 그래서 학생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책받침을 준비하였습니다.     

참 재수 없는 날이었습니다. 새로 산 파란 책받침을 노트 뒷장에 받치고 필기를 하는데 뒤에 있던 권@@가


"책받침 새로 샀네?"

하며 가져가 버렸습니다. 나는 필기해야 한다면서 책받침을 돌려받기 위해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칠판을 보며 문제를 풀어나가던 수학 선생이 하필 뒤돌아섰을 때였을까요? 그냥 넘어갈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불려 나갔고, 그는 이상한 질문을 했습니다.    


"오늘 봉화 장날에 쌀 한 말 값이 얼마라고 했지?"

대답할 수 없는 엉뚱한 질문이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응, 솔직해서 좋아. 내가 쌀 한 말에 350원이라고 했어."

그는 혼잣말로 쌀값을 얘기했나 봅니다.    


시계를 풀었습니다.


"눈 감어. 어금니 꽉 깨물어."

자신의 오른손으로 내 왼뺨을 잡고 말했습니다.


"큰 소리로 헤아린다. 소리가 작으면 더 맞는다."

"하나, 둘, ....열."


볼을 잡혀 분명치 않은 발음으로 추가적인 체벌을 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큰 소리로 열을 세었습니다.     

눈을 감았으니 앞은 캄캄합니다. 한 대씩 맞을 때마다 만화의 그림처럼 별이 번쩍번쩍 움직였습니다. 참으려 했지만 부끄럽게도 눈물이 맺히는 것은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동창회 때 누군가 얘기하더군요. 지금 대구에 살고 있다고. 쓰다가 보니 열 받습니다. 그런 사람 굳이 익명으로 배려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래도 참겠습니다. 최**, 그는 재미있었을까요? 뺨에 짝짝 붙는 자신의 손바닥을 통해 손맛을 느끼고 있었을까요?    

이유도 물어보지 않은 채, 특정 학생을 욕보이며(?), 자신의 뛰어난 체벌 능력에 우쭐했을까요? 그 학생이 50년이 넘도록 그 사실에 대해 한스러워하고 있다는 것을 아마도 모르겠지요?    


초등학교 3학년 담임 김**, 중학교 3학년 때 수학 선생 최** 은 나의 진로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지키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때리지 않는 교사의 길을 가도록 만들었습니다. 그들은 반면교사였습니다. 이유 없는 체벌이나 학생의 심리를 헤아리지 않는 제제는 교사 폭력이라는 사실을 가르친 것입니다.     


이 두 사람에게 묻고 싶어 집니다.


당신들은 선생님이 맞습니까?

    


《찌질했던 옛날이야기는 이것으로 접을까 합니다. 추억이 반드시 아픈 것만은 아닙니다. 일 년에 한 번 하는 또래끼리의 모둠, 순*아지메, 흥* 아재 집에서의 모임, 콩서리, 밀서리, 참꽃 오방지 찾아 산을 헤매던 일 등은 어려운 시절 숨 쉬며 살 수 있게 하였지요.

고향 거촌은 산이 고맙고, 밭이 고맙고, 사람이 고마운 마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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