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창이 깨졌습니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돌을 던져 깨진 게 아니었어요.
나의 연인 태양이 쏘아버린 화살에 그만 깨져버렸습니다.
그 뒤로 난 세차게 흔들렸고 세차게 요동쳤고 그리고 휘청거렸습니다.
나는 유유히 흐르는 강물이고 싶었습니다.
강물 위로 부유하는 붉은 꽃잎이고 싶었습니다.
넓은 바다에 떠 있는 고요한 섬이고 싶었습니다.
물결치는 심장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뾰족한 심장이 되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창문을 열었을 때,
한 줄기 바람만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나뭇잎 사이 반짝거리는 햇살만 있었습니다.
나는 창문 너머 그 공간을 걸었습니다.
경계를 지나 어느 한 곳에 이르렀을 때 부스럭 소리가 났습니다.
내면을 밟고 걸어가는 그녀를 보았습니다.
나는 내 안의 그녀를 따라 걸었습니다.
걸어,
걸었을 때 밑바닥이 잠잠하다
고요하고 아름답게만 흘러간다
발바닥에 자갈돌이 슬며시 닿아
미끄러지듯 더 아래로
하강해
이조차 너무 고요하고 침잠해
왜 이리도 고요할까
더 밑으로 더 밑으로
점점 아래로, 아래로
고막을 열어 문을 열어
웅크렸던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
슬픈 울음소리
더 내려갈 수 없어
다시, 걸어봐
나는 있었는데 사라진다
홀연히
더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
그녀 안에 뭉쳐진 것들이 있어
고요한 것 가장 아름다운 것 들을 수 없었던 것
그것들이 소리 없이 움직여
나는 어디로 흘러가는 걸까